제인에게
안준원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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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글쓰기 홍수의 시대다.

1인 출판이 가능해서, 누구든 원하면 웹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공표할 수 있다.

많아진 출판사와 다양한 출판 경로가 있어, 종이 책 역시도 쉽게 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럴수록 좋은 소설, 좋은 시, 좋은 수필은 찾기 어려워진다.

심지어 '좋은' 무언가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형식, 구조, 문체도 갖추지 못한 결과물이 많다.

그래서 간혹, 이런 시대와 현실의 모순을 어느 정도 상쇄해주는 책이 나오면 반갑다.

인물들 간의 관계와 그것이 투영된 세계

여러 단편이 실렸지만, 그 중 염소, 제인에게, 코트가 인상에 남는다.

먼저 염소에서는

무속적 의식을 묘사한 부분이 가장 좋다.

소설적 형식과 문체를 아주 잘 활용하여, 근래에는 보기 힘든 잘 짜여진 묘사가 등장한다.

예컨대, 동물을 희생하여 치르는 토속 의식을 담담하지만 강렬하고, 서술적이지만 연상적으로 그려낸다.

이는 영화 같은 영상으로 구현하는 묘사와 다르다.

영화는 이미 이미지의 정답을 제시하여 모두가 똑같은 장면을 보지만,

소설은 말로 묘사하여 독자의 상상영역을 남겨두기 때문에, 사유 속에서 훨씬 광범위하게 확장한다.

특히 '... 철근은 거무튀튀했고 끄트머리에 진득진득한 피가 맻혀 있었다. 피는 좀체 떨어지지 않았고 우리는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라는 문장은 잘 씌여졌다.

다음으로, 제인에게는

요즘 유행인, 실제와 가상에 대한 소설적 도전을 엿볼 수 있다.

가상 밖은 지옥, 가상 속은 낙원이라는 익숙한 구조를 필자 특유의 전개로 이끌어 간다.

그 지옥은 진실을 드러내고 사실을 알고 있는 세계이지만 암울하고,

그 낙원은 진실이 가려지고 사실을 모르게 되는 세계이지만 평온하다.

이와 비슷하게, 코트에서는

요양원 안팎의 모순적 상황을 소재로 삼는다.

외면 당한 자와 외면한 자의 대조가 상황의 모순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 관계의 모순까지 내포한다.

단편들에서 드러나는 필자의 특징은

먼저 세계를 그리고, 그 안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 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그에 맞게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관계 속의 근원적 두려움, 죄책감, 소통의 문제, 이국적 경험을

필자 나름의 은유가 내포된 동물, 사물, 사건에 투영하고,

다시 그것들을 합쳐 소설 속 세계를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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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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