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퍼트리샤 록우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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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어했던 새로운 형식

모든 문학소녀, 소년에게는 꿈이 있다.

새로운 문학 형식을 만나는 것,

그것이 어렵다면, 새로운 소설, 시, 수필 등의 형태를 만나는 것.

그러나 그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문학의 형식은 이미 정립되어 있다.

그렇다면 장르의 신 형태는?

그것 역시 어렵다.

각 장르의 포맷, 문체, 특징들도 이미 고착되어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 소설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어느 시도보다도 그 정도가 심하고, 혼란을 야기하고, 강력하다.

내용은 여기저기 분절되어 있고,

세계상은 뒤죽박죽 혼돈 그 자체이다.

현실과 상념이 뒤섞여 있어, 그 구분 자체가 헛된 희망이다.

시공간의 경계는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생각과 생각 사이에는 양자도약이 난무한다.

어느 것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No country for old men,

구닥다리들에게는 더 이상 나라는 없다.

그러나 전혀 친해질 수 없는 형식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이 소설을 접한 나로서는

책을 여러 번 집어 던질 뻔 했다.

말 같지도 않은 문장들과 이어지지 않는 내용을 보며,

또다시 기본은 모르고, 치기만 어린 젊은 작가가 출판을 기회를 얻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뉴욕타임즈 선정 최고의 책'이라는 속물적인 광고 문구와

끝에 신형철의 해설이 있다는 사실이 겨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는 나를 붙잡았다.

그런데, 읽으면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분절성, 즉흥성, 키치함은 어디서 본 그것이었다.

이미지와 말들이 뒤섞여 있는 곳, 짧은 말과 말이 서로 충돌하고 파편화되는 곳,

논리는 필요 없는 곳, 감각이 지배하는 곳,

자유자재로 손바닥 위에서 시공간이 도약하는 곳.

바로 소셜 미디어였다.

이 레퍼런스가 인지되자, 소설이 다르게 다가왔다.

현대시 같은 단편적 내뱉음이면서, 서술의 형식을 띄는 소설,

작가의 아이디어가 과장, 증폭, 확장되면서 일관성, 논리성, 형식성이 파괴되는 이야기가 된다.

갑자기 기존의 소설은 구태의연해지고, 장르는 더 이상 고정적이고 고착적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이러니가 있었으니,

소셜 미디어는 한없이 우리와 친숙하고 직관적이지만,

그것을 참조한 이 소설은 한없이 친해지기 어렵고, 비직관적이라는 것이다.

역시 소설은 참 재밌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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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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