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삶과 운명 1~3 세트 - 전3권 창비세계문학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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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핵심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 있다.

"위용을 떨치며 전진하는 전차의 행렬 속에서

병사들은 제각각 상념에 사로잡힌다."

두고 온 집을 생각하며,

연인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반려동물의 모습을 떠올리며,

즐겨 부르던 노래를 되새긴다.

과거의 증오에 사로잡히며,

후회의 순간들에 괴로워하고,

평온함과 향수가 있는 휴식을 갈망한다.

이 얼마나 사소한가.

그러나 문제는 이런 상념이

위대하다고 칭송하는 가치와 명분을 위하여 전진하는

거대한 전투를 앞둔 순간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결국 이런 사소한 것들이 진정한 본질이라고 말한다.

공동의 정의를 위해 전장으로 간다는 이 진리는

너무 평범해서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어색하고, 이내 잊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거대한 가치, 영원불멸해 보이는 명분이 삶의 근본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 하찮아 보이는 본성이 삶의 본래 모습이라고 역설하는 것이다.

인간의 태생적 다양성 및 다양할 권리,

획일성이라는 인위적 강압에 대한 속박이 아닌, 모두 독특할 수 있는 권리,

이 세상에서 각각 제 나름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살아갈 권리,

이 권리를 되찾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유려한 문장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인종, 신, 당, 국가의 이름이 앞으로 나올 때,

삶의 수단이 삶의 의미가 되어버리는 끔찍하고 강력한 편견이 자리잡게 된다고 주장한다.

운명을 얘기하지만, 우리 옆에 있는 것은 삶이고 그것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르릉거리며 달려오는 빈 열차와 수용소를 향해 달려가는 열차가 교차하는 순간, 대기가 조각나며 쩍쩍 갈라지는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두 열차 차량들 사이의 좁은 잿빛 틈새들이 연이어 깜빡이더니, 찢어진 조각들이 갑자기 이어지고 공간은 가을 아침의 어스름과 합쳐져 다시 하나의 화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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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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