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발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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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이지 않는 초상화는 '오스터'라는 화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가 실명을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의도는 분명하다. 이것은 실화이며 어떤 착색도 없다고 제발 믿어달라고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아버지를 오스터는 '보이지 않는 자'라고 명명한다. 아마 오스터의 문학수업은 보이지 않는 자를 보고 싶어하면서였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영원한 미궁이었고, 금전감각이 탁월한 전형적인 유태인이었다. 그래서 현실감각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오스터와는 많은 충돌이 있었을 거라 짐작되는데, 그런 면들은 아주 부드럽게 건드리고 말았다. 주제를 흐리게 한다는 점에서였을 것이다.
3대에 걸친 가족사(이민사)에 대한 이야기는 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변론이다. 전쟁, 살인, 이혼, 죽음.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대부분이 불행들, 그리고 미국인이라면 더이상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 버린 살인도 그의 가계에 드러난다.오스터는 항상 인간은 역사 앞에서 무력한 존재라는 걸 부각시키기 위해 논픽션적인 요소를 많이 끌어들이는데, 특히 그는 모든 사건을 추리하려 한다. 추리는 진실(역사적 사실)에 대한 여러가지 가능성이다. 가능성은 확언이 될 수 없다는 건 당연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각각의 가능성에 대한 의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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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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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스터의 작중화자는 늘 의혹에 가득 차 있다. 인간은 시간 속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설령 시공에 대한 자유권을 획득하더라도 의혹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신이 아니거나, 모두 신격화가 되어버렸으므로.
2.그는 어떤 작품에서든 창작동기나 영감을 얻은 지점을 소설 속에서 밝힌다. 그것은 자신의 가상 독자를 설정하는 행위처럼 느껴지는데, 이또한 그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3.포크너와 오스터 보르헤스에게는 왠지 동양적인 정서가 느껴진다. 보르헤스가 불교와 도교에 심취한 반면 포크너와 오스터에게는 폐쇄적인 삶을 자주 그리는데, 그건 자기 학대의 행위이기도 하지만 정신적 충만감을 느끼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4.도덕성이 전면화된 작품은 소설의 전근대적인 일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소설에서 부각되는 도덕성은 작품의 질을 측정하는 중요한 가치기준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는 인간의 보편적인 미덕에 반기를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미학을 잃지 않는다는 건 그가 소설가로서 어느 경지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금을 상속받았지만, 그 돈을 고속도로에다 뿌리는 남자가 있다. 오스터의 중요한 인물들은 서사 속에서 항상 하나의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도입시기부터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달리는 것이다. 가끔 인간의 행동을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 현대인들은 여가 시간이 되어도 업무상의 패턴을 유지하는데, 그것은 무한한 반복으로 나타난다. 휴일에도 마음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서 자신의 자리에서 뭔가를 만들고 수정하고 파괴하면서 지쳐 간다.
자동차 속에서 그는 회의한다. 거금을 조금 일찍 받았다면, 그러니까 아버지가 조금 일찍 돌아가셨다면, 집을 팔아치우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내와도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의식들은 일종의 운명론적 회의다.
그리고 우연히 차를 타고 가는 도중 도박사를 만나게 된다. 점점 줄어드는 돈을 그 도박사에게 걸게 됨으로써 진짜 위기감이 조성된다. 오스터는 마지막 남은 자동차까지 빼앗아버림으로써 인물의 어떤 희망의 여지를 완전히 없애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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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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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 있던 남자는 모래가 있는 바닷가를 찾아 떠난다. 바다는 어머니의 대지다. 그런데 어머니의 바다를 찾아 떠난 남자는 모래의 품에 안긴다. 그의 목적은 곤충채집이다. 벌레를 채집해서 사체에 핀을 꽂으려 한 한 남자는 마을사람들에게 산 채로 채집당한다. 곤충도감에 자신의 이름을 영구보존하려 한 남자는 실종자로 기억된다.남자가 찾고자 하는 벌레의 학명은 ‘연서 배달꾼’인데, 몸길앞잡이‘의 요염한 걸음걸이에 발목이 잡힌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 그를 보자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일종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이는 마을의 노인은 어느새 남자의 가해자로 변한다. 휴가를 떠난 남자는 휴가지에서 끊임없이 모래를 파야 한다. 그의 직업은 어느 순간 교사(지시하는 자, 가르치는 자)에서 지시받는 자로 변형된다. 정형화되지 않는 물질, (부족한)물과 (넘치는)모래는 남자에게 공포/협박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모래 구멍 속에는 여자가 있다.

왜 마을 사람들은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곳에서 모여 사는 걸까? 모래는 점점 (마을)사람들의 삶을 갉아먹는다. 왜 (마을)인간들은 모래 위에다 집을 지어야 했을까? 이런 오류는 과연 수정이 가능한 것일까? 그 수정은 누가 해야 하는가?

수많은 아이러니와 은유들이 뭉쳐저서 거대하고 다양한 알레고리로 변한다. 그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작중 화자와 주인공인 남자의 육성은 자주 뒤섞이는데, 작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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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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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개가 죽은 것을 발견한 소년은 범인을 찾아나선다. 대부분의 추리소설과 마찬가지로 형사나 탐정은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협박을 누군가에게 받게 되는데, 그 사람은 바로 자신의 아버지이다.
탐정 크리스토프 부운은 15세의 소년이다. 수학과 천문학 등의 자연과학은 나이에 비해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천재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자폐아이기도 하다. 실제 작품 속에 나타나는 부운의 감성 지수는 채 열 살이 되지 못하는 듯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대면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자기방어적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부운은 논리적 감각은 어른들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 조금 나를 당황시킨 부분이다. 이것은 충분히 가능한 부분일 것도 같은데, 자폐아일 경우 한 기지 능력에서는 범인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의 죽음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는 두 가지 일을 진행한다. 하나는 범인을 찾는 일이고 또 하나는 그 이야기를 소설로 써 나가는 일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메타 소설로서의 성질도 가지고 있다. 은유와 직유의 문제, 순수소설에 대한 몰이해에 대한 부운의 견해들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힌다.
아버지의 협박으로 몰래 범인을 추적하다가 결국 아버지에게 들켜 자신이 쓰고 있던 책까지 압수당한 부운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서야 알게 된다.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행동의 반경은 어른들보다 넓어질 수 있고, 시야는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여기서부터 서사의 추진력은 개의 이야기에서 인간의 이야기로 급선회한다. 추진로켓을 달고 있던 우주왕복선이 로켓을 버리고 자체의 힘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부운은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인데, 자신은 누구에게도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의 정서는 슬픔이나 기쁜 감정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불안함만이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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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1
미겔 데 우나무노 지음, 조민현 옮김 / 민음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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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인 주인공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에우헤니아-그녀 또한 부모님을 잃고 고모집에서 얻혀 살고 있다-'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본다. 그녀를 본 순간 숙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를 놀라게 하는 것은 주위에 있는 모든 여인들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이는 심리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일이다. 혼자 지내는 사람보다, 연인과 사랑에 빠졌을 단계의 상태에서 성적인 욕망이 배가된다고 한다. 특히 세탁하는 여인 로사리오에게 (다분히 권력적인 방식으로) 그녀를 희롱하면서 에우헤니아와 이 여인을 저울질한다.
그녀의 집 주위를 배회하며 기회를 노리던 어느날, 카나리아 새장이 창문에서 떨어지는 우연(혹은 필연) 때문에 그녀의 고모와 친분을 쌓게 된다. 고모의 입을 통해 얻어진 정보는 에우헤니아는 마우리시오라는 건달 같은 남자와 교제중인데 우리는 그 관계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에게 재산 대신 많은 빛을 지고 있다는 것을 들은 주인공은 그녀의 부채를 아무런 조건 없이 갚아주겠다는 결심을 한다. 부자이고, 미남에다가, 학식 있는 주인공와 고모, 고모부는 서로 같은 욕망의 언덕을 향하는 암묵적인 계약을 하는 것이다.
마우리시오라는 애인 때문에 당신과 교제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 에우헤니아는 어느날 마우리시오를 먼 곳에 취직을 시켜서 내 곁에서 멀리 떼내 버려서 결혼하자고 그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마우리시오와 사랑의 도피를 하기 위한 간계일 뿐이었다. 너무나 화가 난 주인공은 당시 작가로 이름이 알려진 미겔 데 우나무노 선생을 만나 '나'는 죽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우나무노를 만나 더욱 당황하는데 그것은 이미 자기가 실재하지 않는 허구의 산물이라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집에 돌아와서 (역시) 우연적인 요소인 급체 혹은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후기'가 등장하는데 우연히 주인공이 길에서 주운 '개'의 독백부분이 나온다.인간(주인,신)의 죽음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개는 주인의 죽음에 끊임없이 슬퍼한다. 사라지는 육체, 그리고 정신의 불멸에 대한 회의 혹은 희망을 가지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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