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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생명사 -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3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박유미 옮김, 장수철 감수 / 더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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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생명사>란 제목에서 당신을 어떤 느낌이야?”

글쎄. 생명의 역사에서 패자가 항상 살아남았다면 이유가 있겠지. 작가의 관점이 궁금하네

서평책으로 받은 후 환경운동을 하는 남편과 주고받은 말이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이자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작품으로 <싸우는 식물> <전략가, 잡초>를 잇는 생존 전략 3부작, 세 번째 이야기라고 써 있있다. 그리고 38억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라고 서설을 붙였다.

 

현대를 규정하는 이분법적 언어의 대명사 격인 승자와 패자를 생명의 역사에 붙여 패자처럼 지목되는 이들이 결국 승자가 되었다는 커버스토리에 관심이 증폭되었다. 인간이 만든 전쟁이전에 생명체들의 전쟁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패자가 전쟁의 승리자로 묘사되었을까 궁금했다.

무려 38억년전에 탄생했다는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로서 보여지는게 아니라 한 권의 책속에 담긴 나래이션으로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또한 실수가 창조를, 계속된 실수가 생명의 진화를 만들어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임에 공감했다.

 

1, 경쟁에서 공생으로 편

 

세포내에 있는 미트콘드리아의 역할과 세포내의 DNA의 기능 등에 대한 얘기는 흥미로왔다. 또한 단세포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공생을 선택하고 진화하여 자연계에서의 윈윈을 스스로 찾는 과정 또한 새로운 지식이되었다.

 

2, 공생을 위해 팀을 짓는 단세포들의 본능적 무리짓기

 

지금의 생명체가 존재하기까지의 기본토대를 이룬것은 무리짓기였다. 군체를 통해 각자의 역할을 찾고 그것이 효율적임을 스스로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속에 눈덩이지구를 거쳐 다세포생물이 태어났는데 얼어붙은 지구에서 생명을 진화시킨 생물들을 보면서 역경이 없이는 진화도 없음을 알 수 있었다.

 

3, 움직이지 않는 전략 편이 궁금했다.

 

움직이지 않는 생물체는 당연히 식물이었기에. 식물에 의존하는 종속생물인 동물보다 먼저 태어난 식물은 과연 언제 태어났는지, 움직임 없이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동물을 지배할 수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아리스토텔레스왈, ‘식물은 거꾸로 선 인간이다라고 묘사한 식물이 동물과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다가 엽록체와 공생하면서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햇빛을 받으면 광합성을 할 수 있기에 움직일 필요가 없게 된 식물과 식물세포가 만드는 구조물, 세포벽이 형성되지만 동물의 단세포생물은 엽록체와 공생할 수 없기에 끊임없이 먹이와 영양분을 찾기위해 돌아다니면서 운동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8, 패자들의 낙원편에서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가?

 

생명의 역사에서는 진화를 이룬 자들은 쫒겨나 박해받은 약자들에 의해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 예로 최초로 육지에 상륙한 척추도울, 원시양서류다. 고생대 바다에 넘쳐나던 생물 중 앵무조개, 갑주어 등의 강성분자들의 지배가 상어같은 대형 연골 어류의 출현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강 하구의 기수역으로 쫒겨나 가혹한 환경에서 그들의 새 세상을 만들었다. 바다생물이었던 이들이 삼투압으로 인한 역경을 이겨내고 또 토착종의 박해를 견디어냈다. 그곳에서도 양육강식의 세상이 펼쳐지면서 기존의 생물들은 또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했는데 이 미지의 땅에 상륙한 것이 바로 기수역에서 쫒겨난 진화한 경골어류다.

15장 포유류의 니치전략 -포유류 역시도 약자들, 패자들의 범주에 있었다.

 

-최초의 포유류가 출현한 것은 중생대트라이이스기 후기인 25천만년전이다. 이는 공룡의 출현과 거의 같은 시기다. 그러나 포유류는 공룡을 피해 달아났고 야행성동물로 진화했다. 하지만 포유류는 약한 존재였기 때문에 몸에 습득한 것이 있다. 적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어둠속에서 먹이를 찾을수 잇는 뛰어난 청각과 후각이다. 또 좁은 장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민첩성도 습득했다.-(p.177)

 

즉 포유류는 생존에 필요한 니치를 가지고 있었다. 니치는 경제용어로는 틈새시장생물학 말로는 생태적 지위라고 한다. 생물종은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니치만을 가질ㅍ수 있기에 결국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바로 니치다.

 

공룡멸망후 빈 니치를 채우면서 번성하게 된 포유류가 지상의 지배자가 되었다. 다른 니치를 차지한 조류나 파충류와 달리 어떤 변화를 해도 잃을 게 없는 제로상태의 포유류가 결국 다양한 환경에 맞춰 자유롭게 세계를 지배할수 있게 되었다.

 

19장 호모 사피엔스는 패자였다!!

 

아직도 수수께끼인 인류탄생의 설에는 아프리카대륙의 지각변동이 따라온다. 울창한 숲에 살던 원숭이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쫒겨나면서 살아남기 위한 능력을 발달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이족보행과 도구사용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이름은 호모사피엔스다 같은 시대 호모네안데르탈인의 강인한 육체와 두뇌대용량에도 불구하고 왜 사피엔스가 살아남았을까.

 

-호모사피엔스는 뇌가 작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기 위한 소뇌가 발달했다. 약한자는 무리를 만든다. 힘이없는 자는 자신의 힘을 보충하기 위해 도구를 발달시켰다. 집단으로 생활하는 호모사피엔스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즉시 다른사람들과 공유했다, 결국은 능력이 부족한 호모사피엔스가 이 지구에 남게 된 것이다. - (P.221-222)

 

<패자의 생명사>는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나서 인류가 출현하기까지 생명의 역사를 승자의 관점이 아닌 패자의 시선으로 보고 고찰했다. 수 많은 생물들의 진화를 통해 패자처럼 보이던 그들이 생물의 역사 속에서는 어떻게 승자가 되었는지를 매우 독특한 시선으로 이끌어주었다. 특히 생물학적 과학지식에 문외한인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흥미로운 주제로 전달해주는 작가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감탄스럽다. 2022.7.4.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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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동사들 - 일상은 진지하게, 인생은 담대하게
윤슬 지음 / 담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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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어를 외울 때 품사를 함께 기억해야 돼. 단어에서 8품사 라는게 있어. 동사 명사 형용사 부사 ~~~.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동사야. 주어가 없는 문장은 있어도 동사가 없는 문장은 없어. 그만큼 동사의 수도 엄청 많지.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이니 우리의 모든 움직임이 바로 동사인거지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동사를 설명하면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동사를 두고 내가 좋아하는 동사라는 제목을 붙여본 적이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명사는 많이 언급했다.

사랑, 지혜, 책임감, 약속, 시간, , 배움, 독서, , 인문, 철학, 영화, 배우, 음악, 가수 등등

 

윤슬작가의 <내가 좋아하는 동사들>은 내 삶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채색되어 빛바랜 나의 명사적 삶이 빛이 날 수 있다는 힌트를 주었다. 어떤 단어들이 그 힌트가 되었을까.

 

쓰다(P.26)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내 인생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미처 예상했던 것 처럼 행동할 수 있게끔 따스한 조언을 마주하게 된다.

 

나를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도 이해할 수 있고 세상도 이해할 수 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가 지금은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가 되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아가다(P.80)

<라틴어수업>에서 공부한 노동자라는 표현을 발견하고는 한참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나 역시 읽고 쓰기를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나를 공부하고 사람을 공부하고 세상을 공부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노래하다(P.101)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그리워진다고 얘기하지만 그리움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삶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정확하게 오늘 지금 여기를 가리킬 뿐이다. 모든 것은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삶은 치유하는 힘이 있어. 누군가는 그걸 그리움이라고 부르지. 어제말고 내일말고 오늘을 노래해. 너만의 악보를 만들어 봐. 너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러봐. 듣는 사람이 저 하나뿐이라도 괜찮아. 이미 네 삶의 모든 것을 들었잖아. 너의노래를 만들어. 삶이 너에게 기회를 주었고, 너의 노래는 선물이 될거야.

 

죽다(P.123)

죽는 법을 모른다고 걱정하지 마라. 자연이 충분히 알아서 잘 가르쳐 줄 것이다. 그것 때문에 공연히 속 썩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걱저응로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삶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죽지 못한다.-몽테뉴 수상록 일부-

 

내가 발견한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었다. 죽음의 언어와 삶의 언어는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똑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았다. “오늘을 살아라. 지금 이 순간을 최대로 살아라.”

 

감사하다(P.171)

지금도 가끔 그때 보여준 작가님 다이어리가 생각나요. 성실, 끈기, 노력이라는 말이 그보다 더 현실적으로 와닿은 적이 없었거든요. 작가님, 그 이야기 기억하시죠? 제가 바람처럼 빨리 갈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저는 황소걸음으로 천 리 가려고 해요라고 얘기하셨잖아요. 그때 !‘ 했어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받았는지, 얼마나 큰 힘을 얻었는지. 그리고 그 힘으로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정말 그녀는 모를 것이다

 

준비하다(P.187)

다음 시작점을 좋은 곳에 두자.’

책을 읽을 때도 그렇고 강의자료를 만들거나 업무를 할 때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 있다. 리듬을 유지해 일을 잘 마무리하려고 애쓰기도 하지만, 마침표가 보이기 시작하면 다음 시작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는 위치에 열정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약간의 장치를 마련해 둔다.

 

나는 시작만큼이나 마무리를 중요하게 다룬다. 내게 마무리는 끝이 아니다. 마무리란 곧 무언가가 새롭게 시작된다는 의미이며, 새로운 차원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오늘도 나는 좋은 마무리를 생각한다. 아니, 좋은 마무리가 만들어 낼 좋은 시작을 상상한다.

 

윤슬작가가 좋아하는 동사에 내가 일일이 동의하고 싶은 동사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읽다, 반복하다,교육하다, 질문하다, 선택하다, 회복하다, 경험하다, 걷다, 경청하다, 행동하다, 집중하다, 철학하다, 퇴고하다, 사랑하다 등. 사실 작가가 제시한 모든 동사에 공감했다.

 

이제는 동사를 벗어나 명사가 동사가 되고, 형용사가 동사가 되고, 부사가 동사가 되는 삶의 모습을 꿈꾼다. 아니 꿈이 아닌 꿈을 이루도록 행동하고 싶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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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윤여사
최은정 지음 / 자상한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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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엄마도 반짝반짝 빛나는 멋쟁이였는데.

때론 무서운 훈계에 울엄마는 평생 푸른 나무인줄 알았는데.

엄마의 떨리는 손이 보였다.

 

겨울마다 천 포기이상의 김장을 했던 손

거친 생선의 창도 거침없이 다뤘던 손

마술을 부리듯 똑딱하면 맛있는 음식을 나오게 했던 손

그런 엄마의 손이 떨렸다.

 

검색어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찾아 읽었다.

엄마에게 오는 노령의 치매증상의 전조라고?

울엄마에게 치매의 치맛자락이 입혀진다고?

떨리는 내 손이 보였다.

 

<반짝반짝 윤여사>는 이때 나에게 왔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윤여사와 아들, 그리고 며느리.

 

사는 것처럼 좋은 것도 없다. 세상 별거 있는 줄 아냐? 사는 건 참 좋은 거여“(P49)

 

윤여사 아닌 정여사인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조만간 병원 가보시게요. 무슨 일 있어도 시간 낼께요. 그리고 걱정마시구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엄마 나도 종종 손이 떨리데?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가?“

오사허네. 네가 일을 웬만큼 해야지. 일좀 줄여라. 김서방도 있고 애들도 있는데 큰일나지말고. 나야 시간나면 가보자.“

 

한쪽으로 나와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그 뒤로 엄마만 생각하면 계속 눈물이 나온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나와 어머님에게 남아있는 걸까? 부디 사랑스러운 당신을 오래오래 내 눈에 담을수 있길. 사랑스러운 시간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길.“(P.85)

 

눈뜨면 같은 매일인데 나는 그 매일에 특별한 숫자와 의미를 넣기 시작했다.

매일 엄마생각 하기, 매일 엄마에게 전화하기, 매일 엄마얘기 쓰기

 

길어져라, 길어져라. 너에게 오는 슬픔의 길이 길어져라.“(P.100)

 

슬픔을 준비해야 되는 것이 삶이라면 어떻게 하지? 나는 두려워서 준비할 용기가 없다.

누가 나를 대신해주면 좋겠다. 이렇게 준비하는 거야라고 보여주면 좋겠다.

울엄마의 떨리는 손이 내 손으로 옮겨오면 좋겠다고 아주 가끔 생각했다. 그것도 아주 가끔.

엄마의 치료는 나에게 오는 슬픔의 길을 길게 만드는 일이다. 언젠가는 올 슬픔을 수 천만개의 조각으로 산산히 부셔놓고 퍼즐처럼 다시 맞추다보면 그 길은 길어져 있겠지.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라 하여도 꾸지 못할 이유는 없다.“(P.129)

 

<반짝반짝 빛나는 윤여사>를 읽는내내 어느새 윤여사는 내 엄마가 되어 있었다.

어느새 나는 윤여사의 며느리가 되어 윤여사 꽃이 피면 같이 피고 윤여사 꽃이 지면 같이 지고 있었다. 치매가 평범한 일이 되어버린 기억상실의 현대사회에 이젠 나도 울엄마도 서 있음을 윤여사와 며느리가 보여주었다. 따뜻한 글을 써주어서 미리 슬픔을 준비하는 마음을 알려주었던 <반짝반짝 빛나는 윤여사>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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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 우리가 지금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51
한근태 지음 / 샘터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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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이번 겨울방학에 계획 한 일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건 뭐야?”

당연히 공부죠~~~ 특히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죠. 선생님 홧팅!”

 

고등1학년 학생들 수업 중에 나온 얘기다. 영어공부를 제일 많이 하겠다고 하면서 지들끼리 재밌게 웃고 난리였다. 열심히 가르쳐 달라고 얘교부리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ㅎㅎㅎ

 

샘터 물방울 2021가을겨울서평단 마지막 책으로 한근태씨의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부제로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시리즈가 써 있는데, 나태주씨의 <마이너없이 메이저없다>에 대한 서평을 썼을 때부터 이 부제에 눈길을 주었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었다.

 

공부라는 단어를 듣고 기분좋게 당연히 공부가 최고죠라고 말할 학생들은 많지 않다. 공부하면 무조건 대학수능’‘국영수사과’‘내신공부’‘학교성적과 같은 엄청난 스트레스성 용어들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만해도 수업을 할 때는 선생으로서 다가서도 맘으로는 엄마의 맘이 앞서다보니,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래도 결론은 공부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작가가 내게 들려주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책 중간중간 포스티 잇을 붙이며 이 구절은 꼭 학생들에게 들려줘야지 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늘어나는 포스티 잇을 보며 학생들에게 방학 중 필독서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기에 이르렀다.

 

가까이 만나는 내가 하는 말이 작가의 말과 같을지라도 학생들에게는 달리 들리는 법인가보다. 책을 쓴 작가의 말에 신뢰도가 더 있겠다 싶어서 수업시간마다 한 구절씩 들려주었다.

 

학생에게 들려준 말1

 

-지식은 한자로 知識입니다. ()를 파자하면 화살 시()에 입구()입니다. 지란 아는 것을 화살처럼 입으로 쏟아내는 것입니다. 입으로 유창하게 뱉을 수 없는 것은 지()가 아닌 것이죠. ()은 말씀 언()에 찰흙을 뜻하는 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말씀을 찰흙에 새긴다는 말입니다. 쓰기를 뜻합니다. 다시말해 제가 생각하는 지식은 말하기와 글쓰기입니다.-(P.23)

 

지식과 지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학생들 역시 이 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흔히 쓰는 지식이란 두 글자에 이런 뜻이 숨어 있다고 들려주니 모두 오호라고 감탄하며 동시에 한자를 공부해야겠다고 소란스러웠다.

 

또한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도 무조건 책만 보고 읽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영어수업에서도 독해를 눈으로 하지 말고 말하기로에 학생들은 가장 재밌게 참여한다. 모른다는 것을 창피하다고 행각하지 말고, 네 속에 있는 너의 해석법을 말로 표현하면 함께 대화를 주고 받는 것처럼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학생에게 들려준 말2

 

제가 생각하는 공부의 프로세스는 학습관행입니다. 첫째, ()입니다. 학이란 배우는 과정입니다. 어떤 분야에 입문하면 일단 배워야 합니다. 공부를 말합니다. 둘째, ()입니다. 습 은 익히는 과정입니다. 습 자는 새끼 새가 날려고 날개 짓 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배우는 것과 익히는 것은 완전 다릅니다. 익히는 것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셋째, ()입니다. 밸 관입니다. 습을 완전히 몸에 배게하는 과정입니다. 몸에 밴 지식이 정말 지식입니다. ‘베어들다라는 말에서 배우다란 말이 나온 걸 봐도 몸에 배게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겁니다. 넷째, ()입니다. 행은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행이 없는 지식은 무용지물입니다.-(P.73-74)

 

우리말의 대부분이 한자어이다. 요즘 학생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말이 한자어임은 안다. 그런데 한글표기어로만 알고 있으니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당연히 독해 능력이 부족해진다. 위의 글을 들려주면서 자신의 이름을 한자어로 쓸 수 있는지, 이름의 뜻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서로를 쳐다보며 계면적인 웃음을 보였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우리의 교육제도의 엄청난 오류이고 헛 공간이 드러난다. 학생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이러니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할지 학생들 스스로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학생에게 들려준 말 3

 

-공부하고 하면 흔히 책상에서 하는 공부를 상상합니다.책상에 앉는다고 공부하는 건 아닙니다. 공부를 잘하기 이해서는 자기몸에 대해 공부해야합니다. 공부하기 위해서는 몸을 많이 움직이고 운동을 해야합니다. 공부보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공한 CEO중에서 유난히 젊은 시절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이 많습니다.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건강합니다. 운동은 최상의 명상도구입니다. 운동은 산소공급기 같은 역할을 합니다.- (P.150-155)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늦었길래 이유를 물으니, 새롭게 운동하나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격하게 칭찬했다. ‘운동이 건강에 가장 중요할 뿐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부지런한 일상의 시간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저절로 규칙적인 방학생활이 만들어지고 더불어서 네 공부방법에 신선한 산소가 뿜뿜 생길 것이다. 정말 잘 선택했다. 작심 삼일일지라도 열심히 운동해라. 습관이 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밥 먹듯이, 이를 닦듯이 매일 하면 된다. 행동이 규칙적이면 공부 역시 저절로 규칙적으로 하게된다. 홧팅하자.’

 

<공부란 무엇인가>는 매우 쉬운 말로 쓴 글이다. 공부라는 말이 주는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책이다. 부모인 우리 기성세대가 공부에 대한 개념을 자녀에게 쉽게 전해주어야 한다. 공부를 해야 인생에 성공을 한다느니, 일류대학을 갈 수 있다느니 하는 말로 자극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자녀가 무엇에 흥미와 관심을 갖는지 살펴보며 공부에 대한 개념을 전달해야 한다. 한 줄을 읽더라도 자녀 스스로가 뽑아낸 그 한 줄이 무엇인지 대화하고 경청해야 한다.

 

행복한 인생을 이루기 위한 삶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 공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부, 알고 있는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공부.

중년인 나에게도 큰 울림을 던져준 작가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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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
이성진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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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라는 멘트와 뜨개털실 위에 앉아있는 주인공의 표정!

 

얼마전 대학 3학년인 아들이 학교시험 과제라고 요리와 뜨개실을 준비했다.

늘 먹는 먹거리에 대한 요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뜨개실을 이용한 과제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나이든 나의 기우였음은 반나절도 안되어 알게됐다. 누구나 하는 일인양 자연스럽게 물어물어, 유투브보며, 과제를 수행했다.

 

또 다른 남자 이성진작가의 뜨개질은 과연 무용했을까 하며 첫장을 들여다보았다.

 

오래전부터 ‘~답다는 말에 달콤쌉싸름한 무언가를 느꼈던 것 같다. ‘~답다는 접미사를 갖다 붙이는 걸 가만히 받아들이는 않는 사람. 어느새 나는 자신의 품사를 세상의 요구에 맞춰 쉬이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P.11)

아 이런 사람이구나. 뜨개질하며 오롯이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작가구나.

작은 책 속에 들어있는 작가를 향해, 작가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들으러 출발했다.

 

첫 번째 들은 말.

 

-누군가를 위해 준비된 사람이 되고자 함은 실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길을 걷겠다는 당신을 잘해주고 싶은 사람을 기다리며 오늘을 양보할 줄 아는 당신을 나는 기꺼이 응원한다. -(p.19)

 

고등학생 때 여학생치고 뜨개질 한번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소위 가정 가사 시간에 뜨개질을 해서 나온 벙어리장갑, 목도리, 컵받침 등을 한동안 가지고 있었다. 그 후 까맣게 잊고 살다가 결혼후 첫 아이를 가졌다. 모성애의 발동이 왜 뜨개질에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아파트 상가내 뜨개질 집에 모인 여자들의 모습에 끌렸다. 겨울에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황금색 빵모자 하나를 만들며 누군가를 위해 준비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두 번째 들은 말.

 

-도시와 뜨개질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뜨개질은 일차원의 선을 이차원의 면으로 짜내는 작업이다. 도시를 배우는 일 역시 하나의 면을 탐구하는 작업이며, 사람사이의 연결을 다룬다. 점과 점의 단순한 이어짐이 아닌 선의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얽혀있는 도시. 인간의 삶 또한 마찬가지. 시간의 실로 뜨는 삶의 편물은 끝없이 확장하는 나선은하다.- (P.39)

 

작가가 좋아하는 표현, 저녁보다는 땅거미새벽보다는 어스름을 가장 진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어느새 한 해의 종말을 알리는 시간들은 뒤로 돌아갈 수 없이 앞만 보고 걸어야하는 군홧발처럼 다가온다. 땅거미에서 어스름까지 덮고 있는 도시 속 시간을 참고 있는 사람들과 나를 연결시키는 작은 행위들을 고맙게만 여겨야 할때다. ‘당신이 있어 올해도 참 좋았다고. 당신에게 정말 고마웠다고 매일 성사처럼 고백한다.

 

세 번째 들은 말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일에 예고가 없듯 애장품이 마음에서 떠나는 일도 한순간임을 한다. 관계맺음의 순간부터 헤어짐은 각자의 코스를 따라 이쪽으로 마라톤을 시작한다. 더러는 금방 도착할테고, 얼마는 둘러 오느라 퍽 늦을지도 모른다. 계피와 호두 냄새가 한껏 밴 오븐 역시 세월의 태엽을 돌리다보면 그렁저렁한 애물단지가 되어 있으렷다. -(P.62)

 

아침부터 사회뉴스는 매정하기만 하다. 어린아이를 상해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 친부모의 얘기부터 과외 명문대학생에 이르기까지. 한번 만진 물건과의 관계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건만 하물며 사람과의 관계에 어찌 이런 일들이 있는지. 겨울이 오기 전 가볍게 살자고 딸과 손가락을 걸었다. 첫 단계로 입지 못하는 옷을 꺼내어 옷장을 가볍게. 결혼 후 20년 이상 쌓아놓기만 하다보니 사랑의 애물단지가 아니라 정말로 애물단지가 된 수많은 물건들. 뗄레야 뗄 수 없는, 오로지 하나 남은 것만 제외했다. ‘딸의 배넷저고리

그렁저렁한 애물단지로 몸을 숨기기 전에 필요한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옷들에게 안녕...

 

뜨개질 하는 남자, 이성진 작가에게서 들은 말들은 줄줄이 이어졌지만 독자들의 선택을 바라는 마음으로 독후를 마치고 싶다. 이번에는 작가의 말처럼 가끔 식은 비어있음을 즐기는독후를 선택하면서 나도 또 다른 독자도 오롯이 답게살아가는 행복을 느끼길 바랄뿐이다.

 

언뜻보기에는 단순명료, 하지만 누구에게라도 굽이굽이 흘러들어 무용 아닌 유용한 에세이를 전해준 작가에게 공감 100퍼를 선물하고 싶다.

 

-그 어떤 것에도 존재의 설명을 기대지 않고 자유로이 살겠다는 건 한낱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부의 언어를 전부 떼어내고도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 있다면, 설령 무용할지라도 그게 바로 나의 알맹이가 아닐까. 알맹이를 불리고 키우는 일은 시루에 콩나물을 키우는 일보다는 어렵겠지만 수확의 기쁨은 비길데가 없겠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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