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윤여사
최은정 지음 / 자상한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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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엄마도 반짝반짝 빛나는 멋쟁이였는데.

때론 무서운 훈계에 울엄마는 평생 푸른 나무인줄 알았는데.

엄마의 떨리는 손이 보였다.

 

겨울마다 천 포기이상의 김장을 했던 손

거친 생선의 창도 거침없이 다뤘던 손

마술을 부리듯 똑딱하면 맛있는 음식을 나오게 했던 손

그런 엄마의 손이 떨렸다.

 

검색어로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찾아 읽었다.

엄마에게 오는 노령의 치매증상의 전조라고?

울엄마에게 치매의 치맛자락이 입혀진다고?

떨리는 내 손이 보였다.

 

<반짝반짝 윤여사>는 이때 나에게 왔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윤여사와 아들, 그리고 며느리.

 

사는 것처럼 좋은 것도 없다. 세상 별거 있는 줄 아냐? 사는 건 참 좋은 거여“(P49)

 

윤여사 아닌 정여사인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조만간 병원 가보시게요. 무슨 일 있어도 시간 낼께요. 그리고 걱정마시구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엄마 나도 종종 손이 떨리데?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가?“

오사허네. 네가 일을 웬만큼 해야지. 일좀 줄여라. 김서방도 있고 애들도 있는데 큰일나지말고. 나야 시간나면 가보자.“

 

한쪽으로 나와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그 뒤로 엄마만 생각하면 계속 눈물이 나온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나와 어머님에게 남아있는 걸까? 부디 사랑스러운 당신을 오래오래 내 눈에 담을수 있길. 사랑스러운 시간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길.“(P.85)

 

눈뜨면 같은 매일인데 나는 그 매일에 특별한 숫자와 의미를 넣기 시작했다.

매일 엄마생각 하기, 매일 엄마에게 전화하기, 매일 엄마얘기 쓰기

 

길어져라, 길어져라. 너에게 오는 슬픔의 길이 길어져라.“(P.100)

 

슬픔을 준비해야 되는 것이 삶이라면 어떻게 하지? 나는 두려워서 준비할 용기가 없다.

누가 나를 대신해주면 좋겠다. 이렇게 준비하는 거야라고 보여주면 좋겠다.

울엄마의 떨리는 손이 내 손으로 옮겨오면 좋겠다고 아주 가끔 생각했다. 그것도 아주 가끔.

엄마의 치료는 나에게 오는 슬픔의 길을 길게 만드는 일이다. 언젠가는 올 슬픔을 수 천만개의 조각으로 산산히 부셔놓고 퍼즐처럼 다시 맞추다보면 그 길은 길어져 있겠지.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라 하여도 꾸지 못할 이유는 없다.“(P.129)

 

<반짝반짝 빛나는 윤여사>를 읽는내내 어느새 윤여사는 내 엄마가 되어 있었다.

어느새 나는 윤여사의 며느리가 되어 윤여사 꽃이 피면 같이 피고 윤여사 꽃이 지면 같이 지고 있었다. 치매가 평범한 일이 되어버린 기억상실의 현대사회에 이젠 나도 울엄마도 서 있음을 윤여사와 며느리가 보여주었다. 따뜻한 글을 써주어서 미리 슬픔을 준비하는 마음을 알려주었던 <반짝반짝 빛나는 윤여사>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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