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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동사들 - 일상은 진지하게, 인생은 담대하게
윤슬 지음 / 담다 / 2022년 5월
평점 :
’이 단어를 외울 때 품사를 함께 기억해야 돼. 단어에서 8품사 라는게 있어. 동사 명사 형용사 부사 ~~~.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동사야. 주어가 없는 문장은 있어도 동사가 없는 문장은 없어. 그만큼 동사의 수도 엄청 많지.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이니 우리의 모든 움직임이 바로 동사인거지‘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동사를 설명하면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동사를 두고 ’내가 좋아하는 동사‘라는 제목을 붙여본 적이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명사‘는 많이 언급했다.
사랑, 지혜, 책임감, 약속, 시간, 꿈, 배움, 독서, 책, 인문, 철학, 영화, 배우, 음악, 가수 등등
윤슬작가의 <내가 좋아하는 동사들>은 내 삶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채색되어 빛바랜 나의 명사적 삶이 빛이 날 수 있다는 힌트를 주었다. 어떤 단어들이 그 힌트가 되었을까.
쓰다(P.26)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내 인생의 주인이 나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미처 예상했던 것 처럼 행동할 수 있게끔 따스한 조언을 마주하게 된다.
나를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도 이해할 수 있고 세상도 이해할 수 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가 지금은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가 되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아가다(P.80)
<라틴어수업>에서 ’공부한 노동자‘라는 표현을 발견하고는 한참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나 역시 읽고 쓰기를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나를 공부하고 사람을 공부하고 세상을 공부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노래하다(P.101)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이 그리워진다고 얘기하지만 그리움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삶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정확하게 오늘 지금 여기를 가리킬 뿐이다. 모든 것은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삶은 치유하는 힘이 있어. 누군가는 그걸 그리움이라고 부르지. 어제말고 내일말고 오늘을 노래해. 너만의 악보를 만들어 봐. 너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러봐. 듣는 사람이 저 하나뿐이라도 괜찮아. 이미 네 삶의 모든 것을 들었잖아. 너의노래를 만들어. 삶이 너에게 기회를 주었고, 너의 노래는 선물이 될거야.
죽다(P.123)
죽는 법을 모른다고 걱정하지 마라. 자연이 충분히 알아서 잘 가르쳐 줄 것이다. 그것 때문에 공연히 속 썩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걱저응로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삶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죽지 못한다.-몽테뉴 수상록 일부-
내가 발견한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었다. 죽음의 언어와 삶의 언어는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고, 똑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았다. “오늘을 살아라. 지금 이 순간을 최대로 살아라.”
감사하다(P.171)
지금도 가끔 그때 보여준 작가님 다이어리가 생각나요. 성실, 끈기, 노력이라는 말이 그보다 더 현실적으로 와닿은 적이 없었거든요. 작가님, 그 이야기 기억하시죠? 제가 바람처럼 빨리 갈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저는 황소걸음으로 천 리 가려고 해요‘라고 얘기하셨잖아요. 그때 ’아!‘ 했어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받았는지, 얼마나 큰 힘을 얻었는지. 그리고 그 힘으로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정말 그녀는 모를 것이다
준비하다(P.187)
‘다음 시작점을 좋은 곳에 두자.’
책을 읽을 때도 그렇고 강의자료를 만들거나 업무를 할 때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 있다. 리듬을 유지해 일을 잘 마무리하려고 애쓰기도 하지만, 마침표가 보이기 시작하면 다음 시작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는 위치에 열정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약간의 장치를 마련해 둔다.
나는 시작만큼이나 마무리를 중요하게 다룬다. 내게 마무리는 끝이 아니다. 마무리란 곧 무언가가 새롭게 시작된다는 의미이며, 새로운 차원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오늘도 나는 좋은 마무리를 생각한다. 아니, 좋은 마무리가 만들어 낼 ‘좋은 시작’을 상상한다.
윤슬작가가 좋아하는 동사에 내가 일일이 동의하고 싶은 동사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읽다, 반복하다,교육하다, 질문하다, 선택하다, 회복하다, 경험하다, 걷다, 경청하다, 행동하다, 집중하다, 철학하다, 퇴고하다, 사랑하다 등. 사실 작가가 제시한 모든 동사에 공감했다.
이제는 동사를 벗어나 명사가 동사가 되고, 형용사가 동사가 되고, 부사가 동사가 되는 삶의 모습을 꿈꾼다. 아니 꿈이 아닌 꿈을 이루도록 행동하고 싶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