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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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이 되지 못한
세상 모든 0에게 전하는 조용한 응원.

영.
책 읽기 전에는 주인공 이름이 '영'일거라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고
작가는 아직은 불완전한 존재인 사람을 숫자 '영' 뿐 아니라 '유령'이라고도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이었던 주인공은 본인이 원해 독립해서 살다가 퇴직 통보를 받고 다시 급하게 이직한 회사는 폐업하면서 기본생활 유지에 위기를 맞는다.
그러다 약국에 면접을 보러가는데
그 자리에서 약국 경력이 없다고 하자
'유령' 취급을 당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왜 유령인지 이해하지 못 하고 책을 읽는 나 역시 그랬다.
그 후에도 종종 약사는 주인공을 종종 유령 이라고 부르는데 계속 보다가 '이 책 혹시 진짜 유령이야기인가?' 라고 잠시 의심(?)하기도 했다. (물론 아니다)

이 책은
무료하고 한심해지고(?) 있는 주인공이 임시방편으로 약국에서 일하며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나열이다.

책의 문장은 길지 않고 섬세한 편이다.
한겨레 문학상 마지막 후보까지 오른 작품이라는데, 그건 초보 작가가 잘 쓴 책이라는 뜻이다.

배경에 대한 얘기보다는 주인공에게 보이는 상황들, 주인공이 한 행동들, 주인공의 생각들에 대한 묘사들이 기복없이 쭉 이어지는 기분이다.
내가 원래 좀 잔잔한 내용을 좋아하는 편이라 읽기 편안했고
전혀 알지 못 했던 약국 얘기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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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
궈징밍 지음, 김남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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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그리고 제목 위에 모르는 한자를 보고,
뭔가 인문학스럽거나 어려워서
나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학교 폭력을 다룬 소설이라는 소개를 보고 읽기로 결심했다.

똑똑하고 인기많은 남학생 치밍.
그 옆집에 몸파는 엄마와 함께 사는 여학생 이야오.
둘은 같은 반 친구다.
치밍은 엄마가 매일 챙겨주는 우유를 이야오에게 주고
이야오와 같이 학교에 가고 급식을 먹고 집에 오곤 한다.
어느 날, 이야오는 치밍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임신테스터기를 사다달라고..

여학생들에게서 인기많은 치밍이 별볼일 없는 이야오를 자꾸 챙겨주니 아니꼽게 보는 시선이 점점 생겨나고 선을 넘는 상황도 펼쳐진다.

꼭 학교 폭력 얘기만은 아닌데,
이혼 가정에서 자라는 이야오의 상처, 딸을 사랑하지만 거칠게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이해되지 않는 이야오의 엄마의 행동,
뭔가 급(?)이 다르다는 이유로 더이상 가까워질 수 없고 더 챙겨주지 못 하게 하는 치밍의 엄마,
공부를 못 한다는 이유로 선입견을 갖고 보는 선생님들의 시선,
학생이 임신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전혀 없는 사회.
등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며 제목을 다시 보니 너무 슬펐다.
이야오가 안쓰러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요즘 유명한 드라마에도 고등학생이 임신한 장면이 화제가 됐는지 인스타에 짤이 많이 돌고 있다.
게다가 고등엄빠라는 프로그램까지 생겨나고...

성범죄는 날로 진화하고
여성을 성노리개로 보는 남자들은 줄어들지를 않는데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에 대한 대책 마련은 제자리 걸음이다.
성범죄 발전하는 절반만이라도 대책마련을 적극적으로 해준다면 지금보다는 나을텐데...
피임이라도 좀 적극적으로 알려주든가.

난 왕따,학교폭력 보다는 청소년 임신에 포커스를 맞춰서 읽게 되었고 읽으면서 가슴이 진짜 답답했다.

몇 년 전 읽은 '팡쓰치의 첫 사랑 낙원'이 떠올라 화나고 슬프고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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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마
김하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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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독자를 울린 베스트셀러 <국화꽃 향기>의 김하인 작가가 엄마를 그리며 쓴 책.

엄마의 기일 10주년에 모인 형제들은 엄마가 생전 사시던 집을 처분하기로 합의한다.
다섯 형제 중 막내인 저자가
엄마의 손길이 묻어 있는 유품을 정리하기로 했는데 그 유품 하나하나에는 엄마와의 추억이 담겨있고 보고싶은 엄마 생각에 마음이 아려온다.

저자의 외할머니는 딸이
정신대에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급히 결혼식을 올리게 한다.
그렇게 만난 남편은 힘은 장사에 낮에는 신사지만 밤에 술이 들어갔다하면 돌변하는 것이 두 얼굴의 사나이같다.
그런 아버지가 엄마를 고생만 시켰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마지막 돌아가실때 아버지를 찾으시는 걸 보니 그리우셨나보다.

60년대생인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을 참 자세히 적어놨는데 그 내용들이 참으로 구수하다.
시골이 고향인 나도 책 읽는 내내 어릴 적 그 곳에서의 추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저자는 아직도 돌아가시던 그날 밤을 생각하면 가슴 속이 에인다고 한다,

저자가 아끼던 소. 장군이가 팔려가던 날,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등등 책을 읽다보면 다섯 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기위한 엄마의 강하고 따스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평소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던 엄마의 취향들을 이제는 좀 챙겨드려야 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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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하나가 되어 죽을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김종대 지음 / 가디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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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순신을 좋아하는 한 전직 재판관이 이순신을 공부하며 쓴 책이다.
2002년을 시작으로 네 번이나 책의 제호를 바꾸고 고치고 또 고치며 긴 세월 이순신의 진면목을 찾아갔다고 한다.
현재 저자는 이순신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의 이순신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순신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일대기를 다루는 책인데 중간중간 사실에 입각한 저자의 의견과 해석이 번갈아가며 나온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영화로도 재밌게 보았던 배 12척으로 400여척이 넘ㄹ 적군을 물리친 명량대첩과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고 하고 죽어간 노량해전이었다.

그런데 몰랐던 한산대첩에서 배의 수가 적어 불리한 상황에 학이 날개를 벌린 듯한 학익진 전법을 쓰는 장면은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이 묘사되어 흥미로웠다.

이순신은 나라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끔찍이 아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일에 준비를 철저히 했다.
그렇게 이순신은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만
언제나 올곧고 나라를 우선으로 생각했던 그는 그 전쟁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영웅이 성웅이 되는 순간이다.

이순신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쓴 책이라 미화된 부분도 있는지는 난 모르겠다.
어떤 일에 임할 때 준비부터 철저히 태도와 본인의 판단을 믿고 해나가는 실행력, 그리고 군사와 백성을 이끈 리더십 등 이순신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건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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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하는 자세 - ‘첫 책 지원 공모’ 선정작
이태승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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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편 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데
이 책은 단편이라 반가웠다.
아마 이 책 전에 벽돌책을 뒤적거린 터라 버거웠던 걸까, 암튼 독서 타이밍 굿.

2. 저자가 본업이 따로 있고 부업으로 책을 내는 경우 또는 초보 작가의 책인 경우 매끄럽지 못 한 (물론 예외 있음. 예를 들면 골든 아워, 제법 안온한 날들, 환자 혁명...) 전개를 종종 보곤하는데 이 책은 안 그랬다는 점. 내가 독자를 대표하는건 아니고 적어도 나한테는 매끄러웠기 때문에 읽기 좋았다는 것.

3. 이게 젤 중요한 평인데,
굉장히 부끄럽지만 20년 넘게 한 직장에 몸담고 있는 근로자로써 (근로자인게 부끄러운 게 아니고 더 나은 직장을 찾지 않았다는 게 부끄러움) 책 속에 나오는 말들이 엄청 공감되어 웃겼다.

오과장 밑에서 일하던 한 공무원이 병원을 찾았다..
.
.
"그런데 근육이 왜 놀란 거죠?"
처방전을 입력하던 의사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어요.
"스트레스죠"
'오영식이죠'
의사의 소견이 제게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p 46)

스트레스와 동급인 사람들은 직장에 늘 존재하는 법이라 이 부분 읽자마자 나도 오영식 같은 놈이 바로 떠올랐다.
요즘은 한 명 더 추가!

계속 이렇게 꾸지람을 듣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이라도 자는 게 더 생산적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회의를 줄이기 위한 회의를 하자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 같았으니까요. 시-정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려 했는데 시-발이라고 해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책상 위에 놓인 선인장 화분을 통째로 집어던졌죠. (p 51)

나도 퇴사 전에 하나쯤은 집어던지고 나가고 싶네~
근로하는 자세 이제 그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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