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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 순천향대 소아응급실 이주영 교수가 마음으로 눌러쓴 당직 일지
이주영 지음 / 오늘산책 / 2023년 11월
평점 :
저자는 15년 전,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와 보송한 뺨, 보드랍게 흔들리는 머리카락과 말랑한 발바닥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이들 상태가 호전되면 바로 헤어져야 하는(아이들이 입원실이든 집이든 가야 하기 때문에) 응급실 의사라 근무라 아이들이 좋은 상태일 때의 사랑스런 모습을 함께 하지 못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몇 번이고 그만 두고 싶었지만
나만 찾는 그 아이가 다음에 와서 슬퍼할까봐,
또는 이 아이만큼은 봐줘야 하니까,
여러 이유와 함께 그만 두지는 못 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찰나 같은 만남에 모든 순간 진심을 다하고 집중하기로 결심한다.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들, 성폭행 당한 아이들, 임신한 아이들, 자살 시도한 아이들 등 다양한 환자 만큼이나 다양한 부모를 목격하기도 한다는데
어디까지 개입을 해야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늘 어렵다.
응급실에서 만난 환자의 에피소드만 실려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환자 이야기, 보호자 이야기, 응급실 상황 이야기, 저자가 보호자일 때의 이야기, 저자가 의사로써 느끼는 이야기 등 여러 시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가장 염려되는 내용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으니 펠로우는 당연히 없고, 10년 안에 소아 세부분과 진료를 볼 수 있는 의사는 완전 자취를 감출 것이다.>(p124~125) 였다.
두 아이가 21살. 17살인 지금이야 이렇게 편안하지만 아이들 어릴 땐 소아과 갈 일이 어찌나 많은지 회사 출근하며 병원 데리고 다니는 게 끔찍하도록 힘들었는데 앞으론 의사까지 없다고 하니
아무리 인구가 줄어들어 큰 걱정인 시대라지만
내 아이가 좀더 커서 결혼을 한다해도
출산을 권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가 느낄 수 있는,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행복이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만이 아는 고통스러움보다 몇 배는 더 높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 읽는 내내
감소하는 인구, 없어지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아이 키울 때 너무 힘든 워킹맘, 그리고 아픈 아이들 등 걱정만 되었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이 책의 인세가 발달장애 청년 자립 기관에 전액 기부된다하니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