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었다는 착각 -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당신에게
이병민 지음 / 부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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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40대 중후반이 나이,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지도 않았던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눈 침침, 흰 머리 증가, 소화능력 감소, 체중 증가, 비문증, 눈꺼풀이 점점 쳐져 눈이 작아짐, 각종 알러지...) 뿐 아니라
마음가짐의 변화 (갑자기 멀어지는 아이들이 너무나 큰 슬픔이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 이젠 회사에서 나이든 직원 취급하는 것을 견뎌야 하는 것, 은퇴 후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 등) 까지 다 경험하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던중 어떤 tv프로에서 언제로 돌아가고싶냐는 질문에 80세 할머니가 한 대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딱 60만 되면 좋겠네. 그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여기저기 예쁜 거 보러 다닐텐데"

마흔이 되었을 때도 벌써 40?
이젠 내년이면 50?
이라고 자문하며 놀라고 원망하곤 했는데
할머니는 내가 너무나 늙었다고(다른 분들말고 나) 생각하는 60이 다시 돌아가고 싶다니..

그렇다면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그 때 딱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동안 난 내 인생에서 제일 나이 많이 먹은 날을 살아가고 있으면서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그럼 지금 난 충분히 만족하며 지금을 잘 보내야 나중에 회상하며 후회를 덜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니 자꾸 나이먹었다고 생각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이 책 제목이 딱 내 마음과 같아 끌려서 읽게 됐는데 읽어 보면 꼭 '나이'얘기 보다는 그냥 인생의 전반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면 참 좋을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다.

젊음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편견을 갖고 있진 않았는지, 그게 얼마나 무의미한 생각인지 더 생각해보게 된다.

어디선가 본 "시간은 흐르지만 우리의 마음은 늙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이제는 거울 속 주름을 볼 때마다 슬퍼하지 않고, 그냥 삶의 증거라고 이전보다는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도 같다.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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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녹음 중 - 노래와 웃음이 함께하는 티키타카 부부의 일상
인생 녹음 중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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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녹음 중>이라는
부부의 일상을 녹음해뒀다가 편집해서 올리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평소에 보거나 듣는 종류의 콘텐츠가 아닌데
(평소에 보는 것 1순위 경제,재테크 2순위 책 3순위 뷰티)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숏츠로 보게 된 이 부부의 녹음이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사실 구독 하거나 일부러 다 찾아보진 않았다. 그냥 알고리즘 뜨면 보고 또 보고 한 게 꽤 많이 보게 된 것 같은데 보다보니 재미를 넘어서 이 부부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나는 것 중 하나를 말해보자면,
남편은 웹툰보기를 아주 좋아한다. 내가 웹툰은 잘 모르지만 아무튼 엄청 많은 웹툰을 보는 것 같다. 웹툰을 보지 않는 아내가 신기해한다. 남편이 분명 머리(기억력?)가 아주 좋은 것 같다고. 그 수많은 웹툰을 다 기억하니까 그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거 아니겠냐고.

남들은 안 신기할 수 있는 이 말이 난 참 신기했다. 허구헌날 웹툰만 보냐. 이 말이 더 평범하게 느껴졌나보다.

그리고 이 부부에게 가장 부러운 점은 대화가 정말 잘 통한다는 거다. 취미가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향이 다른 건 괜찮다.
"웃음코드가 맞고 말이 잘 통하는 것" 이런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건 어떤 관계에서든 가장 행운일 것 같은데 부부가 그렇다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쯤에서 우리 부부 얘기를 할 순 없고
책 다 읽고 나니 한 가지 다짐해보게 된다.
<인생 녹음 중> 부부가 한 주제로 영상 올리는 것을 보니 나도 하루에 하나씩 한 주제로 대화하기를 해보는 거다. 지금은 회사 얘기, 애들 얘기, 돈 얘기, 건강 얘기에 너무 주제가 한정된 것 같다.
당장 내일부터 좋아하는 라면이나 간식 얘기,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일 얘기, 좋아하는 계절이나 풍경 얘기 등 정말 사소한데 잘 몰랐던 그냥 그런 얘기들을 하나씩 늘려봐야겠다.

암튼 <인생 녹음 중> 유튜브 아직도 못 봤다면 숏츠부터 몇 개 보시라고 추천한다. 아마 재미없다는 분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영상보다 조금 더 진솔한 얘기들이 담겨진 것 같은 책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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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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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에서 교수님 강의를 보고 교수님을 알게 됐는데 주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게 들을만 했었나보다. 또 보고 또 보다가 하시는 말씀이 다 좋아서 책도 사고 읽고 강연 신청도 하고 행사장 가서 책에 싸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었더랬다.
내가 아는 '최고의 뇌섹남'.
이 단어를 즐겨쓰기는 커녕 쓰지 않는 내가 교수님을 보면 그냥 그 단어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교수님의 책과 영상을 보다보면 워낙 많아서 그런지 내용이 겹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최재천의 희망수업> 이라는 책에도 이미 알고 있는 얘기가 많았지만 그래도 읽고 또 읽는 것은 아무래도 내용이 내 맘에 들어서일거다.

제목만 봐도 알겠지만 책은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는 긍정 메세지이다.

AI가 우리의 직업을 앗아간다고 하지만 이젠 AI와 더불어 해나갈 수 있는 일이 생길거고 그것을 찾아내면 된다는 것.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걸어다니고 장바구니들고 다니는 작은 실천이라도 하면 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동물과 곤충에게서 공생하는 삶을 배우는 것.
너 죽이고 나 올라가는 경쟁 그만하고 통섭과 숙론을 이끌어내며 함께 살아가는 것. 등이다.

시국때문인지 정치인 얘기도 와닿는다. 국회들어가면 아이큐80 이하로 뚝떨어져 싸우던 사람들도 밖에 나와 같이 밥먹으면 다시 아이큐130으로 올라가 똑똑한 사람이 된다고 한다.(교수님이 봤을때)

암튼 교수님은 이렇게 말 돌리지 않고 재밌고 쉽게 긍정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래서 내가 통 관심없는 곤충 얘기도 교수님이 해주면 재밌다.

교수님 수업은 어렵다고 하던데 그래도 나같은 일반인이 읽는 책은 어려운 내용도 어렵지 않게 해줘서 좋다.

내 아이들이 또 아이를 낳을지, 내 핏줄이 망가지는 지구에서 살지, 아직 예측할 순 없지만 교수님처럼 가방에 장바구니 하나 넣고 다녀야겠다.

우리는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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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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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증을 갖고 태어난 미모는 부모의 곁을 떠나(버려진-미모는 왜 자길 버렸냐고 한다) 어느 한 마을의 수도원에서 갖은 수모를 당하며 머무른다. 우연히 만나게 된 그녀(비올라)와 밤에 묘지에서 만나며 10대의 우정과 사랑을 쌓게 된다.
비올라는 미모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저자가 전하고 싶었던 내용이 무엇이든
각각의 독자가 책 속에서 꽂히는(?) 부분은 꼭 있다고 보는데
이 책을 읽으며 첫번째 꽂힌 건
비올라가 주는 책을 닥치는대로 읽으며 달라지는 (발전하는) 미모의 모습이었다.

"책을 읽었구나. 좋아. 넌 벌써 조금 덜 어리석게 된 거야." (p 107)

하지만 책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책들과 함께 우주가 확장되었다. 조각을 하다가 어느 결엔가 나의 행위가 외톨이의 것이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을 평생 처음으로 하게 됐다. 그 행위는 내 이전의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도 그리되리라. 망치질 하나하나는 먼 곳에서부터 왔고, 그것들은 오랫동안 서로의 소리를 듣게 되리라 (p 140)

하지만 외모의 편견과 타고난 신분이 미모를 편하게 살게 두지 않는데
어느 날 미모의 조각 솜씨가 빛을 발하고
앞으로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있다.

사람들은 내게 침을 뱉으며 무시했고, 나는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평생 간청해야만 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꼭 소유해야만 하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새로운 말을 하나 배웠기 때문이다. 아니요. 이 세 음절의 말이 갖는 권력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p 337)

10대에 만나 80대가 되도록 이어지는 미모와 비올라를 보니 성장 소설을 보는 느낌도 난다. 요즘은 소설속에 이렇게 긴 세월이 담겨
누군가의 인생을 쭉 읽게되면
인생이 뭔가, 하며 맘 한 구석이 허전해지기도 하고 그런 허전함을 몰랐던 10대 20대의 나를 한번씩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 꽤 두꺼운데 술술 읽힌다.
어떤 나이대의 독자가 읽느냐에 따라 느끼는 게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만큼 다양한 메세지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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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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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라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아들을 갑자기 잃은 어미가 쓴 이 책을 읽으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책 속 문장>
-이 에미에게 죽음보다 무서운 벌을 주는데 이용하려고 그 아이를 그토록 준수하고 사랑 깊은 아이로 점지하셨던 말인가.

-내 아들은 이 모든 것을 보지 못 하게 되었다. 내가 열심히 보고 있는 것의 무의미성에 그만 진저리를 친다.

이 책은
본인이 독재자라면 1년동안 아무도 웃지 마라고 명령하고 싶고.
오랜만에 잘 잤다라는 느낌을 받고 아침에 눈을 뜬 세상에 여전히 아들이 없다는 허탈감을 받고.
외아들이 아닌 네 딸 중 하나를 잃었으면 덜 슬펐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진저리치고.
꾸역꾸역 먹고 있는 것이 불편해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고.
사람이 찾아오면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을 봐서 싫고
혼자있고 싶은데 혼자 있는 게 싫고.
아들이 다니던 길, 아들과 지냈던 집에도 못 가겠고.
아들의 흔적이 전혀 없는 미국땅에 가도 못 있겠는 끔찍했던 시절을 보내다가
결국 나중엔 다시 글도 쓰게 되고
훗날에는 남편과 아들에게로 간 작가의 고통스런 마음이 담긴 일기이다.

난 종교적인 색채가 묻어있는 책을 좀 싫어하는 편이다. 책 제목에 특정 종교가 떠올라 제목만 봤을 땐 그냥 지나쳤다가 작가의 이름을 보고 이건 읽어야지, 결심하게 된 책이다.
아무리 작가님을 애정한다지만 그래도 종교적인 책은 싫어 살짝 걱정도 했는데
혹시 나같은 사람이 있다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사람이 한 평생 살면서 안 해도 되는 경험을 꼽는다면 망설임 없이 그 중 첫번째는 자식을 앞세우는 경험이 아닐까.

그 고통 속에서 참 애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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