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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철학 -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송수진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3월
평점 :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저자에 대한 짧은 설명을 먼저 읽어보자.
<을의 철학>에서 '을'이란 갑과 을, 갑질에 당하는 을, 약자를 의미한다.
이 두 조합으로 이 책이 직장생활, 사회생활에서 약자에 속하는 대부분의 우리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철학'이 어렵다.
그런데 저자는 철학을 알고 난 후 삶이 다정해졌다고 한다.
출근길 흔들리는 버스에서 멀미하고,
출근 후 퇴근할 때까지 멀미나는 회사를 다녔지만,
철학을 알고 비로소 그 버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철학을 나와 같은 을의 입장인 저자가 해석하고 나를 이해시켜주는 내용이라 그런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읽은 에세이들이 전부 '철학'을 담고 있었던 거라고 새삼 깨닫게 됐다.
🔖 63빌딩을 지은 사람들과 63빌딩의 소유자는 별개다. 이게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의 소외'다. (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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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노동자의 시간은 돈이다. 그가 잃어버리는 일 분 일 분은 자본가가 훔치는 도둑질과 같다. - 폴 라파르그 (p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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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은 말한다. 당신이 허무했던 이유는 '남이 바라는 나'로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다. (p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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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부정직해야만 인간관계가 유지되는 회사 생활], [5일 동안 갑질의 무녀였던 나는 토요일을 맞아 그 무대에서 자진 퇴장] 이라는 문장들을 보며 적절한 표현에 감탄하고 곧 씁쓸해지기도 한다.
저자는 이대로 사라져버리기 싫다면 도서관에 가서 양서를 만나보라 한다.
1원도 들지 않는 그 행동으로 천 년의 무게인 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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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관한 문제가 있을 땐 마르크스.
가족 문제로 답답할 땐 카프카.
노예로 살기 싫다면 니체나 스피노자.를 만나라고 친절히 추천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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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규칙이니 뭐니 해도 상위법은 근로기준법이다. 딱 거기까지만 하면 된다. (p 237)
요즘 안그래도 궁금했는데 근로기준법 좀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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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행복을 원한다면
재산을 모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사랑을 키워야 한다.
선행은 선한 사상에서만 생긴다.
선한 사상을 소중히 하라.
그리고 그것들은 현인의 책이나 말 속에서,
특히 자기 자신 속에서 찾아야 한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어떤 책은 다 읽고 나서 책은 다시 펼쳐지지 않고 온전히 그 느낌만이 남을 때가 있다.
<을의 철학>은 저자의 이야기와 책 사이사이 실려있는 철학자들의 말이 모두 주옥 같아 다시 펼치고 또 펼쳐보게 된다.
어떤 페이지를 펼치든 앞부분과 이어지지 않아도 되고
다시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철학'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 책을 읽을 것인지 잠시 망설였던 순간도 있었다.
반면 냉정해보이는 이 '철학'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인 저자는 새로운 삶을 찾았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씁쓸해지기도 한다.
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으로써 충분히 공감하며 읽었지만 결국은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새는 새로 기르자'이다. 엄마라는 위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다.
세상의 '을'들과 함께 하고픈 이야기,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담은 책.
고요한 밤에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