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시군요. 저 같아도 헛갈릴 것 같네요. 일반 여자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주저 없이 하면 그런 생각이 들것 같아요. 그리고 정상적인 여자 같으면 아무리 좋아해도 그런 행위는 못할 것 같군요.

그 분 집에는 가 보셨나요?

. 가 봤어요. 여동생하고 둘이 살더라고요.

그럼 해신씨가 보기에는 신원은 확실한 것같다라고 생각하시나요?

. 그런데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니까 저로서는 생전 그런 경험을 못해보고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이런 것이 정상적인지가 의문이 가요. 저는 지금 그 사람에게 제 마음의 반은 가 있는 거 같거든요.

그 분이 유학 간다고 하셨다면서요?

. 내년에 유학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말을 했어요. 유학 가지 말고 나와 같이 제과점 하면서 같이 살면 어떻겠느냐고요.

그랬더니 그 아가씨가 뭐라고 말하던가요?

처음엔 안 된다고 자기는 꿈이 있어 가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꿈이요?

. 꿈이 있데요.

무슨 꿈이라고 하나요?

자기가 전문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는데 공부를 더 해서 화가로 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여기서도 공부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은 자기는 아직 젊으니까 유학 가서 공부도 하고 멋지게 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지금 해신씨께서 말하신 내용을 보면 그 아가씨는 유학 갈 형편이 안 되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맞아요. 제가 보기에도 자기가 지금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럼. 그 아가씨에게 물어보죠. 무슨 돈으로 유학을 갈 거야고요?

물어봤죠. 자기가 여기서 비행기 값과 몇 개월 생활비만 모아서 현지 가서 벌면서 공부 하겠다고 말하더라고요.

하긴 젊으니까 그 방법도 이해가 가긴 하네요. 제 친구도 그런 친구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하기 에는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해야 하는데요. 그 아가씨는 자기에 대한 꿈이 너무 큰 것 같네요.

. 그리고 주관도 뚜렷한 것 같더라고요.

그런 사람을 해신씨께서 감당할 수 있겠어요? 더군다나 성적 취향도 독특한 사람 같은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여자 분은 자기 나름의 성적 트라우마가 있을 것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해신씨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행동을 했거나 또 아니면 잘 보이려고 했거나요. 하지만 그 분의 행동이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사실이에요. 친구 분 말씀과 같이 정상적인 여자라면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게까지 그런 행위를 안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해신씨가 같이 살자고 할 때 아니라며 유학 갈 거라고 한 말은 제가 볼 때 그 아가씨는 아직 해신씨를 그렇게 마음에 두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런 문제는 해신씨께서 생각을 한 번 더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드네요.

아참 그 여자 분과 나이 차이는 얼마나 나나요?

9살 차이요.

많이 나네요. 더군다나 나이 차이도 9살 차이나 나고 중요한 것은 두 분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너무 다른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해신씨는 제과점만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같은데 그 분은 나이도 어리고 생각하는 가치관도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그 사이를 극복할 건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는데 비장애인이고 3살 차이거든요. 또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힘든 면이 많은데 해신씨는 전혀 다른 분야에다 나이 차이도 많잖아요. 거기다 그 분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 것 같은데 결혼하면 모두 해신씨가 책임져야할 일들이 많을 것 같은데 감당 할 수 있겠어요?

돈이라면 어느 정도 모아 놔서 그건 걱정이 안 돼요. 하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 사람과 내가 너무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 같네요.

해신은 말을 하면서 한 숨을 몰아쉰다.

그리고요. 우리 같은 장애인들은 결혼을 할 때 인물도 중요하지만 먼저 그 사람의 가치관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상대방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생각하고 있는지요. 그냥 상대방의 몸에 있는 장애라는 것을요. 아름답게 인식하고 인정하며 같이 살아가는 날까지 아름다운 마음으로 손 붙잡고 걸어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단 말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요새 비장애인들도 살다가 밥 먹듯 이혼 하잖아요.

한 가지 예로 제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결혼 한 달 만에 남자가 큰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실에 누워 있는데 그 여자는 그 비보를 듣자마자 남편에게는 가보지도 않고 집에 있는 모든 패물이랑 짐들을 정리해서 친정집으로 가버렸다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황당한 사람도 있어요.

시중은 오늘 따라 내담자인 해신이 안타까웠는지, 아니면 같은 장애를 가진 남자라서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 건지 말을 많이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 감사합니다. 선생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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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에서 시중은 오늘도 개인상담에 들어간다.

상담실에 내담자와 마주 보며 앉아 먼저 내담자가 작성한 차트를 살펴본다.

나이는 35살 남자. 뇌병변장애5. 직업은 제과점 운영, 미혼.

. 반갑습니다. 오늘 상담이 처음이신가요?

.

지금부터 우리가 상담하는 내용은 비밀보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 두시고요.

~ 그럼 우리서로 소개하면서 시작할까요?

저는 이 상담소에 원장이고 이름은 강시중이라고 합니다.

~ 저의 이름은 정해신이라고 해요. 아담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러시군요. 오늘 어떤 불편함으로 오셨는지 해신씨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해신은 시중의 말을 들으며 잠시 눈을 밑으로 내리며 생각한다.

이윽고 말을 하기 시작한다.

저는 이 나이 먹도록 여자를 정식으로 사귀어 본적이 없었어요.

. 말씀 하실 때 저를 보며 말씀해 주세요?

. 그런데 우리 가게에 가끔 오는 아가씨를 사귀게 됐어요. 그 아가씨는 적당한 키에 통통하고 인상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아가씨를 유심히 봤어요. 어느 비 오는 날 저녁 때 쯤 이었어요. 아가씨가 우산도 없이 우리가게로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저도 모르게 반가워 수건을 건네주며 닦으라고 했어요. 그리고 차 한 잔을 주며 처음 말을 걸었어요. 그 때 가게에는 둘 만 있었거든요. 그리고 테이블에 앉아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부터 우리는 불꽃같은 연애가 시작 됐어요. 그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전라도 광주에서 살다가 혼자 유학 갈 준비를 위해 서울로 올라 왔다는 것이어요. 그리고 가정형편도 안 좋다고 본인이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듣는데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고 잘해주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 간에는 최선을 다해 그 사람 학원비도 보태주기도하고 좋은데도 데리고 다니고 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과 관계를 몇 번 가졌는데 어느 날은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이 사람이 내 바지 지퍼를 내리며 거기를 그 컴컴한 호프집에서 고개를 숙여 입으로 애무를 하는 거여요. 한번은 내가 좋으니까 그러는 거지 생각했어요. 그러고 저도 스릴 있어 좋았고요. 그런데 저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반 여자들 같으면 불안해서 못할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그 사람이 생각하는 질 안 좋은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것만 빼고는 상냥하고 싹싹하고 귀여우니까요.

그래서 저는 여자를 처음 진지하게 사귀어보니까 여자에 대해 잘 몰라서 주위에 아주 친한 친구에게 물어 봤더니 꽃 뱀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너가 장애인이니까 돈 보고 접근한 것 아니냐고요. 그런데 제가 알기에는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그래서 이 문제를 어디다 시원하게 물어 볼 때도 없고 해서 왔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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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과 경희는 교수실을 나와 대학가 근처에 있는 '목로주점'이란 간판이 붙어있는 아담한 술집으로 들어가 앉는다.

주인이 경희를 알아본다.

교수님 오셨어요? 오랜만에 오셨어요.

. 장사 잘 되시죠?

. 교수님 덕분에 잘 됩니다.

우리 동동주 하고 파전 주세요.

경희는 주인아저씨와 친근하게 대화를 하며 주문을 한다.

시중! 여기 있으니까 우리 옛날 대학시절에 우리 아지트 촌뜨기생각나지 않아?

맞다. 우리 그때 진짜 거기 잘 갔는데. 시중은 웃는다.

말하는 사이에 종업원이 막걸리가 담긴 노란 항아리를 놓고 간다.

시중은 항아리에 있는 쪽박을 들어 막걸리를 퍼서 경희 잔에 따라 주고 자기 잔에도 채운다.

아름이는 잘 있어?

. 잘 있지.

너네 결혼 안 해? 사귄지가 언젠 데 여지껏 그러고 있어!

그러게! 시중은 한숨을 쉬며 막걸리를 마신다.

경희 너는 결혼 안 해?

! 나는 혼자 사는 게 좋아. 주위에서 결혼 한 사람들 보면 뭐가 그렇게 복잡한지 감정싸움이 많은 것을 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혼자 사는 게 좋은 거 같더라.

외롭진 않아?

외롭긴!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구만. 또 나는 남자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아. 그냥 나 혼자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이나 다니며 이렇게 사는 게 좋은 거 같아.

경희야! 나도 혼자 살까?

! 너는 아름이가 있잖아! 뭐 문제 있어?

아니. 문제는 없는데 그냥 내 자신이 어떨 땐 너무 싫어! 왜 내가 이렇게 태어났나 싶기도 하고 그냥 신경 쓰는 게 싫어서.

문제 있네! 뭔데? 그 당당한 시중이가 이렇게 비관주의가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내가 장애인이라는 게 싫어. 그냥 싫어.

시중답지 않은 소리만 하네.

둘은 막걸리를 꽤 마셨다.

내가 아는 시중은 그 경계를 넘어 섰다고 생각했는데?

경희! 나도 인간이야. 뭐라고 해도 장애인이고!

그거야 그렇지! 그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 하지만 넌 그걸 넘어 섰잖아?

맞아. 넘어 섰는데 그래도 내 깊숙한 곳에는 아직도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의 마음이 있다는 거야.

경희는 시중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을 한다.

시중! 그래도 넌 잘 살아가고 있잖아! 그러면 된 거 아니야?

아니야. 나도 된 건지 알았는데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올라 와.

그건 시중이나 나나 똑같은 거 아닌가! 나도 내가 여자라서 안 좋은 대우나 못하는 일이 생기면 한 숨이 절로 나오는데?

시중!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너무 개인 특정화 시키는 거 아니야? 그렇게 세상을 보며 살아가면 살아가기 힘들지 않겠어! 내가 생각하는 시중은 그런 몸에도 불구하고 대단하고 어떨 땐 존경스럽기까지 한데 말이야.

! 아름이하고 뭐가 잘 안되는구나? 경희는 눈을 조리며 시중에게 말을 한다.

아니. 그냥.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아름이 부모님에게 떳떳이 나설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

이봐~ 답이 여기 있었네. 아직도 아름이 부모님을 안 만났구나?

이번에 만나기로 했는데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한 것 같아 좀 자신이 없고 그래.

초라하긴 뭐가 초라해? 너 정도 스펙이면 사윗감으로 최고지. 시중! 너무 기죽을 것 없어. 우리 대학에 장애인 교수가 있는데 그 사람은 소아마비라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데 부인은 비장애인이더라. 옆에서 보면 얼마나 닭살 돋게 사는지 동료 교수들이 다 닭살 부부라고 놀려 댈 정도로 잘 살더라. 그 사람에 비하면 넌 지팡이도 안 짚잖아? 그러고 넌 활동적이고 말야. 옛날 패기는 다 어디로 가셨나요? 니가 말했잖아, 사람은 다 똑같다고!

시중! 어쩜 여기서 너의 모든 것을 더 바라는 것은 너의 허망이고 욕심일 수도 있어.

경희의 말에 시중은 순간 생각한다.

자신이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어쩜 허망이고 욕심일 수 있다는 경희의 말에 시중은 막걸리를 들이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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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 오랜만에 대학 친구인 경희를 찾아간다. 경희도 대학에서 상담심리학 교수생활을 하며 지낸다. 시중은 경희의 문패가 붙어 있는 교수 사무실 앞에서 노크를 한다.

. 들어오세요. 경희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린다.

시중은 문을 빠끔히 열며 교수님!

경희는 놀란 표정으로 ~ 시중!’ 자리에서 일어나 반긴다.

여기 어떻게 온 거야? 연락도 없이!

그냥. 지나다 니 생각이 나서 있을 것 같아 왔어.

그래. 잘 왔어. 안 그래도 가끔 시중 생각을 해.

교수 생활은 할만 해?

그렇지 뭐. 이 생활이란 게 늘 정신없잖아! 너도 잘 알잖아?

난 강사고 넌 정교수니까 다르지!

야 거기서 거기지 뭐 다르긴!

우리 학회 때 보고 처음이다 그지? 경희가 웃으며 말을 한다.

맞다. 학회 때 봤지?

그래. 시중은 잘 지내지! 상담소는 잘 되고?

. 그럭저럭 하고 있어.

경희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 시중에게 말을 한다.

시중!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가서 저녁이라도 먹자?

좋지. 일 다 한 거야?

. 나도 마침 저녁 먹으러 나가려고 했어. 이렇게 시중이 왔으니 오늘은 한 번 우리 대학 때 분위기 내 볼까?

좋지! 오늘 내가 쏠게. 어디 갈까?

.. 그럼 이 동네 전통 술집이 있는데, 거기 막걸리가 맛있는데 거기 가자? 나는 아이들 하고 가끔 가는데 막걸리 맛이 좋더라고.

. 지금도 막걸리 좋아하는구나?

. 아이들과 지내다보니 소주 보다는 막걸리가 났더라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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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 사무실에 들어서며 고개를 흔든다.

아름이가 오빠하고 말을 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시중의 손을 잡는다.

왔어?’ 시중은 풋썩 소파에 앉으며 큰 숨을 쉰다.

! 상담이 힘들었어?

. 조금.

아참. 아버지가 오빠를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시중은 아름의 말을 듣자 놀란 듯 눈이 커지며 몸을 자신도 모르게 고쳐 앉으며 진짜아름에게 되묻는다.

아름은 웃음 띈 표정으로

? 오빠! 긴장 돼?

그러게 긴장돼네.

시중은 좋으면서도 걱정이 되는 듯 생각이 스치며 언제 오라고 하시느냐고 아름에게 다시 묻는다.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해야지. 언제 오라고는 말 안하셨어.

언제 갈까?

낼 모레 토요일 날 가는 건 어떨까? 오빠!

그래. 난 괜찮아.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오빠. 내가 오늘 들어가 아빠에게 말해 놓을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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