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마음이 산란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학교 일과 내 몸. 점점 사라져가는 인내심. 마음이 무거웠다. 이러면 아가에게 좋지 않을텐데.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가에게도 엄마의 생각은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아닐까? 무심코 이 책을 펴보았다. 마음에 점점 빈 공간이 생겼다. 그만큼의 여유도 생겨났으리라. 대학때 이 책을 처음 접했다. 워낙 류시화 시인을 좋아해서 읽어보았다. 아.. 좋은 말이구나. 그러나 마음 속에 남지는 않았다. 그 때는 이런 글을 읽고 이해할 만큼 삶에 부대끼지 않아서였나보다. 삶에 부대끼며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아닌 내가 되어가는 것. 불행한 일. 삶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꼭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하는지. 착하게 살아야하는지. 사람에 실망하는 일이 잦아진다. 이렇게 이런 저런 일에 치일 때면 이 책의 어느 곳이나 펴본다. 한번에 다 읽으려는 욕심 없이 우연히 편 곳의 시를 읽는다. 그러는 동안 마음 한 구석이 아파온다. 항상 옆에 간직하고 있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가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나 낮게 평가되지 않았나싶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