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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이야기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6
사토 쇼고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신상이야기, 사토쇼고,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의 느낌은 조용한 스릴러, 그러나 대단한 이야기 라는 것이었다.

 

일단은 책 소개 부터!

국내 독자에겐 아직 낯선 사토 쇼고는 1983년에 데뷔한 원숙한 작가이다.

( 어쩐지 글 읽는 내내 안정감이 느껴졌다.) 

 


'신상이야기'는 해변에 위치한 평온한 지방도시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던 주인공 '미치루'가 짓궂은 운명의 파도에 휩쓸리는 과정을, 그녀를 아내로 지칭하는 누군가가 또다른 제3자에게 설명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화자의 진짜 정체는 소설 종반에 다다르기까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 누군지 궁금해서 먼저 뒤를 살펴 보기까지 했지만, 모든 걸 읽지 않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작은 지방도시의 서점에서 일하는 미치루는 한 달에 한 번 출장을 오는 도쿄의 출판사 영업사원과 연인 사이. 어느 여름날, 여느 때처럼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배웅하러 공항에 나갔다가 충동적으로 함께 도쿄행 비행기를 타고 만다. 손에 든 것이라고는 지갑이 든 작은 손가방 하나와, 근무중 외출하는 그녀에게 직장 동료들이 사다달라고 부탁한 마흔세 장의 복권뿐.

곧 고향으로 돌아가리라는 남자의 예상과 달리 미치루는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옛 친구의 집에 머무르며 아예 그곳에 정착해 살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날부터 거듭되는 우연과 실수, 작은 악의, 이기심으로 인해, 몇십 년 동안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온 그녀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다.

 

한 장의 복권, 이라는 말을 보는 순간 감을 잡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 여자가 복권에 당첨되서 뭔가 신상에 변화가 생기고 일이 생기겠구나. 꽤 시끌벅적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예상을 하고 들어오지만, 작가는 보란듯이 그 기대를 무시한다. 자신만의 호흡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사실, 처음엔 조금 실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어느새 반을 읽은 내가 보였다. 하지만 중간 중간 너무 안정적인 문체와 구성에 의해 오히려 재미가 약간 반감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흡입력은 굉장했지만, '요리코를 위해'를 먼저 읽은 나로써는 심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명품 스릴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담한 고백으로 이루어지는 생생한 이미지와 감정들, 그리고 흡입력. 그리고 작가는 중간 중간 이런 담담한 문체를 보강하기 위해 복선이나 불행이 다가올 전조를 분명하게 경고해 준다.

 

책 소개에도 나오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과거의 사건과 완전히 분리되어 흘러가는 현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있다면 그것은 역시 아직 깨지 않은 꿈이라고 해야 할 테고, 언젠가는 현실이 어깨를 흔들어 잠을 깨우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미치루와 처음 만난 날 밤 내가 그렇게 그녀의 눈을 뜨게 해준 것처럼, 기습적으로.
_본문에서

기습적으로. 어쩌면 운과 불운은 동일 선상 위에 서 있을지 모른다. 둘 다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나타나 사람의 등을 툭 치고 지나간다. 이 소설은 그런 무심한 손길에 쓸려가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지만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쯤에서 그만해야 할 것 같다.

굳이 내가 별점을 준다면 4점을 주고 싶다. 이건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결과이다.

 

탐정물 같이 문체가 강하고 살아있는 듯한 소설을 원한다면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 를 추천,

담담한 문체로 강렬한 사건들을 이끌어 나가는 소설을 원한다면 사토 쇼고의 '신상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

 

추신 - 개인적으로 블랙펜 클럽의 모든 책을 읽어보고 비교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여름 서늘한 책의 세계에 빠져 피서를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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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발견한 것은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를 검색할 때였다.
필자는 알라딘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
물론 그 책은 당장 구매 했고, 이 책은 잠시 구매를 뒤로 미뤄뒀었다.
그 이유는 책 소개에 있었다. 한국의 전형적인 멜로나, 부자, 부녀, 혹은 모자나 모녀로 대변되는 혈연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책이었던 것이다. '딸의 죽음, 아버지의 추적과 단죄' 이 얼마나 진부한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책을 사게 된 것은 서점에서 다시 한 번 이 책을 마주했을 때였다.
 
첫 페이지와 뒤쪽의 내용 소개를 먼저 읽어보는 내가 뒤를 먼저 살펴본 것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사실 여기서도 이책을 밀어주나? 왜? 라는 불만을 가지고 살펴본 것이기도 하다.]
"당신은 대체 어느 편 인간이야?" "진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브라보! 저는 구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이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쩌면 이 책은 피끓은 부성애나 모성애에 관한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심어 준 것이다. 또한 인간 내적인 괴로움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로써
'고뇌하는 작가' 라는 타이틀은 결국 이 책을 사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되었다.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열입곱 외동딸인 요리코가 공원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아버지 니시무라 유지는 미해결 연쇄살인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경찰에 강한 의혹을 품고 스스로 진상을 추적한다. 그리고 끝끝내 범인을 찾아내 잔인하게 복수한 뒤, 자살한다. 그 동안 자신의 행적을 기록한 수기를 남기고, 이 수기는 지역 사회를 발칵 뒤집게 된다. 이미지 추락을 피하려는 학교는 린타로 탐정을 끌여들여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려 들고, 이 과정에서 탐정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수기 속에 감춰진 트릭과 파괴적 진실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책 소개의 말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다. 책을 다시 읽고 나서 드는 아쉬움은,
소개의 말에서도 트릭을 사용했으면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미 진실과 경악이라는 힌트가 있으므로, 독자는 처음부터 의심을 가지게 된다.
물론 이런 장르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그런 시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지만, 이런 장르이므로,
소개 글에도 약간의 트릭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었다. 굳이 탐정이 경악했다는 사실을 밝혔어야 하는 그런 찝찝함이 남았다. 물론 책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
 
사실 초반부부터 나는 아버지가 요리코를 죽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왜냐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 에서 이미 수기 형식을 사용했고, 그 소설에서 그 수기를 작성한 사람이 바로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악의'에 대해서는 훗날 다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이쯤되면 이 책을 읽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라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읽어도 좋다. 돈이 아깝지 않은 소설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했고, 그들 모두가 재밌고, 강렬한 반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눈치를 채고 있으면서도, 이럴것 같으면서도 뒷장을 넘기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 트릭, 치밀한 구성과 성격,
이것이야 말로 장르 문학 소설가의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자, 단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일 것 같다.
거대한 사랑의 굴레, 멜로를 싫어하는 나조차도 끄덕이게 만드는 설득력, 나는 정말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작가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
그리고 고독한 인간의 애증과 애정.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별 5개가 만점이라면 4.5개를 주고 싶다.
마이너스 요인이 된 점을 굳이 꼽으라면 앞에 말한 수기형식, 그리고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아차릴수 있는 범인의 정체 뿐이다.
 
응? 추리 소설에 그걸 알게 되면 끝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르다.
작가는 독자에게 네가 그걸 알고 들어와도 빠져드게 될거야 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 최면도 아니고, 필력이란 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부럽기 까지 했다.
 
올 여름,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
미스터리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강력 추천하고 싶다.
 
제일 뒤편에 살린 작가 후기와 작가에게 온 편지도 읽을 만 하다.
내가 이렇게 감동했는데, 작가는 이렇게 생각했단 말이야? 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만드니까.
 
^^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나 또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추신 -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딸의 죽음 을 내세우기 보다는, 진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라는 문장을 내세웠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끝까지 남는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이 소설을 훌륭한 소설이니 충분히 많이 팔릴 것 같긴 하지만,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홀딱 반해버린 독자로써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알라딘 홍보는 최고였다. 어떤 책을 클릭하든 요리코를 위해가 옆에 떠 있었다. 결국 한번은 클릭하게 만드는 끈기 있는 마케팅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시 여름하면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그러다 추워지면 따뜻한 작가들의 품도 찾는 거고.
돌고 도는 세상인 것이다!
 
 
두근 거리는 다음 세상에서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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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포 킬러 - 본격 야구 미스터리
미즈하라 슈사쿠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본능적으로 집어든 사람의 80 퍼센트는 부산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물론 요즘은 수도권도 야구 열기가 뜨겁지만, 뭐니뭐니 해도 부산 갈매기와 야구를 분리 할 수 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태생이 부산인 필자도 본격 야구 미스터리라는 말에 끌려 책을 집어 들게 되었고, 단번에 끝까지 읽어 버렸다.

 

우선 사우스포 킬러라는 제목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하고 싶은데, 설마 모르겠어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사우스포 라는 단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그것도 작가의 의도일수 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의미를 밝히지 않겠지만, 그래 킬러구나 하고 책장을 넘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아, 그 뜻이었어 라고 생각할 텐데, 만약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꽤 영리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중간 쯤에서도 눈치채지 못하는 독자들은 그래서, 도대체 제목이 왜 사우스포 킬러 인건데, 하고 사전을 들춰봤다가, 아, 그래서 그런거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상황을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고 꽤나 힘이 빠지기도 한다. 어찌 됐든 개인적으로는 좋은 제목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가독성'이다. 간결한 수사와 적절한 상황 묘사로 작가는 빠른 속도로 독자를 이끌어 나간다. 이런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독자가 얼마만큼 책에 빠지는 가가 중요한데 그 점에서 사우스포 킬러는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부산 갈매기가 떠오르는 미스터리라고 평한 것 처럼, 일단은 이 소설은 야구에 흥미가 없으면 꽤 읽기 힘든 소설이다.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다면 집어들 수도 있지만, 일반 독자층을 이야 정말 대단한 소설이라며 라고 끌어들이기엔 힘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처럼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들은,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이미 초반에 범인을 눈치 챘을 확률이 높고, 그런 인상을 풍겼고, 작가는 숨겼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고, 거기에 로맨스까지 끼워 넣느라 조금 얼개가 엉성해진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투수'라는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필자도 야구장에서 한 시즌동안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다들 예민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투수가 제일 예민하고 컨디션 조절도 까다로웠다. 예민하고 관찰력이 뛰어나야 했기 때문에 사건을 풀어나가는 캐릭터로 적합했다. 거기다

'승부조작'이란 조금은 민감한 일까지 끌어들여 독자들을 사로 잡았는데 이것 또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약간의 구멍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좀 더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역시 필자가

야구 팬이자, 미스터리 소설 팬이라서 였을까?

 

책을 다 읽고 이 책을 야구 선수에게 소개한다거나 하는 홍보를 도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최훈 작가의 카툰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실제 선수가 홍보에 참여했으면 어땠을가 생각해봤는데, 승부조작이니 뭐니 말이 많았던 시점에서 이 책이 껄끄러웠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금방 생각을 접었다.

 

총평을 하자면, 가독성은 좋았으나, 일본 소설 특유의 정의감이랄까 주인공의 알수 없는 멋있어 보이려는 의지가 눈에 띄게 보여서 불편한 점이 있었고, 개연성이 부족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야구 장면의 묘사와 살아 숨쉬는 듯한 캐릭터는 매력적이었다. 야구 경기를 눈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과 함께 할 수 있었고, 동떨어진 듯한 주인공 '사와무라'의 모습에서 군중속의 고독을 함께 맛볼 수 있었다. 그런 매력에 독자들이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야구와 미스터리가 함께 잘 어우러져 멋진 소설을 만들어 냈지만,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 것은 필자가 야구의 열렬한 팬이자 미스터리 소설의 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새벽 네시에 이런 글을 쓰고 있을 리가 없겠지. 아, 그리고 야구를 정말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출판사에서 '번트' 등의 야구 용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추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아, 마지막에 주인공이 '그래도 혼자 잘리는 것보다는 둘이 잘리는 게 덜 외로울 겁니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외로운 섬같던 주인공이 조금은 팀에 융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성장 + 미스터리 + 스릴러 + 로맨스 등등을 제법 잘 버무려 놓은 작가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며 리뷰를 끝마쳐야 겠다.

 

[사우스포킬러 - 미즈하라 슈사쿠, 이기웅 옮김, 포레]

최고의 가독성에 흡입력, 그렇지만 조금은 허무한 결말이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소설.

필자처럼, 야구에 대한 조금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니 추천!

 

인간 심리에 관한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면, 저번에도 소개한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 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

인간 본연의 욕망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을 흥미 진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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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아린아린해 > 비가 온다 거기다 지각까지 한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시인 강연회 + 책 후기

 갑자기 비가 온다 거기다 지각까지 한다

 

 

 

바람이 분다 지각을 한다 그리고 후기를 날렸다

진심 드러누워서 다시 잘까 하다가 나는 최후의 승자가 될것이다 라고 외치며 다시 쓰는 후기

가는 과정 몽땅 생략. 대충 버스 잘못 타서 내렸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사실 내가 백팩에 노트북과 책 두권과 책 두권만큼 두꺼운 프린트 물과 연습장 하나를 지고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내가 내리자 마자 비가 미친듯이 쏟아져서 회색옷을 입고 있던 나는 정말 물에 빠진 생쥐꼴로 강연장에 들어섰다는 이야기. 놀란 직원분들과 함께 놀란 상태로 잠시 서 있다가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고 시작된 강연 이야기.

 

네이버 프로필 사진을 바꿔주세요

네이버 사진은 무척이나 강렬해서 나는 이병률 시인의 목소리가 굉장히 거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왠걸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정말 라디오를 라이브로 듣는 것 같아서 고개를 숙이고 필기를 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우와! 안 보인다!

내 앞에 두명의 여성분이 앉아 있었는데 두 분이 아주 적절하게 사선으로 앉아계셔서 시야 확보가 힘들었던 것. 물론 그 분들에게는 전혀 불만이 없다, 각자 좋은 위치에서 볼 권리가 있지 않는가! 그리고 난 지각까지 했거늘! 그래서 기린처럼 허리와 목을 곧게 펴고 얼굴을 보며 목소리를 들었다. 네이버 사진보다 훨씬 깔끔하고 훨씬 잘생겼다. 진심으로. 하아. 잠시 이대로 잠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주옥같은 말을 내 뱉고 있었기에 잠 드는 것은 집에 가서 하기로 결정.

 

당신은 따뜻한 사람인가요?

강연을 들으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글을 써야한다는 그의 말과, 할머니와 어머니 에피소드를 들으며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거기엔 그의 목소리가 한 몫 단단히 했다. 문득 목소리 좋은 사람이 이상형입니다 라고 말하는 여자들의 심정을 아주 잠깐 이해한 것 같았다. 하지만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사람을 피하거나 무언가를 피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그의 말에는 조금은 반발심이 일었다. 사실 나는 꽤 많은 것을 피해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며 나는 내 자신을 좀 더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많은 도전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찌됐든 간에 그의 말에 백 퍼센트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결국 나의 생각이다. 물론 피하기만 하면 그 본질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굳이 모든 걸 알아야 하는가, 조금은 피해가며, 내가 행복하다고 믿는 행복을 즐기는 것도 어쩌면 사람의 진정한 인생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만의 독특한 문장을 쓰고 싶다, 나는 이 정도 밖에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괴롭다 등등의 고민을 들은 이병률 시인이 말했다. 쉬운 것부터 간단한 것부터 차근차근 하라고. 사실 기본이 제일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비유나 은유를 천천히 가볍게 사용하고 깔끔한 문장으로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더욱더 단단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많이 쓰고 읽고 생각하기는 더더욱 필요하고. 글쓰기 특강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고, 어떤 이는 정말 기술적인 것을 원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을 다루는 그런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사실 다 읽지 못한 그의 책을 어서 빨리 집에 가서 읽겠노라 다짐했다.

 

위로해 주세요

나는 꽤 지쳐있었다. 말했듯이 물에 빠진 생쥐였고,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말랐지만, 몸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말 정도는 제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싸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고,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차분하다'라는 평을 받는 내 목소리로 아주 '차분하게' 위로에 관한 말 한 마디를 적어주세요 라고 말할 계획이었으나, 입을 데는 순간 내 계획은 와장창 무너졌다. 차분하다고 생각했던 내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고 목소리의 톤은 옥상과 지하실을 넘나 들었다. 이야. 말하는 동시에 속으로는 하이킥을 날렸다.



 

가훈?

많이 아프세요, 를 먼저 쓰고 책으로를 나중에 써 주었는데, 다른 사람의 후기를 보니 많이 아프세요, 가 가훈이란다. 나는 가훈 같은 것은 단 한번도 걸어보지 않은 집에서 자랐는데. 가훈 부터 이렇게 촉촉하다니. 당신,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닙니까 라고 따지고 싶었다. 왠지 부러웠기 때문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문학소년으로 태어난 것만 같아서. 아, 그런데 같은 말을 다른 사람에게도 적어준 걸 보고 잠시 질투. 그러나 책으로가 덧붙여져 있으니 스스로를 위로하자고 다시 나를 다독였다. 사실 싸인회를 할 즈음에 이병률 시인은 무척 지쳐보였고, 그럼에도 한 명 한 명 인사를 하고 원하는 말을 써주려고 하고 했다. 그 모습이 정말 프로 같아서 멋있었다. 아름답고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작가의 일이지만, 그 글을 읽어주는 독자를 소중히 대하는 것 또한 작가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쥐가 빠져 죽겠네

마침내 집에 가는 시간. 이야. 비가 어찌나 시원하게 내리는지. 나는 잠시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번에도 비를 맞아야 겠지. 택시를 타야 할 것 같은데 쫄딱 젖은 나를 태워줄까? 아닐 것 같은데 그럼 어쩌지? 마음씨 좋아보이는 여자에게 빌붙어서 우산을 써볼까? 그런데 혼자 온 사람은 별로 없어보이던데? 등등의 생각을 하며 문가에 서있는 순간 다가온 구원의 손길. 뿔테를 낀 문학동네 직원분께서 환하게 웃으시면서 그 순간 정말 당신의 등 뒤에선 오오라가 비쳤습니다, 어찌됐든 우산을 내밀었고, 머뭇거리는 내게 우산 없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며 부담 가지지 말고 받으라는 무언의 메세지를 남겼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기다렸다는 듯이 우산을 받은 것 같다. 돌 조심하라는 말에 이미 한 번 넘어졌다고 경쾌하게 대답하고 집으로 향했다. 생쥐가 빠져 죽을 위기를 피해서 나는 무척 행복했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려가다가 창작촌 입구의 박범신 작가의 이름을 보고, 우오 포스! 라고 외치며 제 갈길을 갔다. 이병률 시인과 문학동네와 알라딘의 초대 덕분에 이런 곳도 와보고, 역시 세상은 살만 하구나 라고 혼자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자고 싶었으나 책을 읽고 싶었다

드디어 책 이야기 인데 우선 생각한 것보다 세상을 꽤 객관적으로? 음, 뭐랄까 군더더기 없이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연을 들을 때 목소리 때문인지 무척 따뜻하고 모든 사물을 따뜻하게만 볼 것 같았는데, 굳이 그렇지 만은 않았다. 이 느낌이 궁금하다면 일단 책을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

또 하나 내가 느낀 것은 책 전체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흐른 다는 것이었다. 어느 곳에 있든 그 사랑이 현재나 과거나 혼자하거나 동물에 대한 것이거나 장소에 대한 것이거나 그러니까 모든 것에 사랑이 흐른다는 것을 이 작가는 알고 그것을 녹여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5#의 비눗방울 이야기는 원하는 것과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 그럼에도 계속 원하는 그것,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감정 외에도 통용되는 그러니까 때론 맘대로 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 에피소드였고, 강연회 도중에 사실 그 의도가 아니었는데 라고 설명해주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어찌됐든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고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15#의 목 뒤의 흔적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굉장히 먹먹하면서도 사실 그렇게까지 그를 잊고 싶었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자세한 걸 모두 풀면 재미없으니 이 정도로만. 그 외에도 아이의 작은 손과 내 손이 겹쳐질 때의 그 뜨뜻한 감정, 남들이 비웃어도 조금은 바보같아도 좋다고 말해주는 작가의 목소리, 토끼를 만나 그들을 위해 그들만의 시간을 내어주고, 그러나 사실은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쓰다 다시 느껴진 따뜻한 체온에 헐레벌떡 그들에게 달려가는 작가의 모습, 비행기 창문으로 자꾸만 따라오는 달의 모습 등은 이래서 사람들이 산문집을 읽는구나 싶게 만들어주었다. 이제야 밝히는 것이지만 나는 산문집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그 묘미를 조금을 알게 된 것 같다. 사실 강연회에서 색에 관한 이야기가 책에 들어 있다길래 꽤나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 부분은 내가 공감하지 못해서 그런지 기대가 커서 그런지 내 기대를 만족시켜주진 못했다. 그러나 그 외의 것들은 정말 그 곳에 가보고 싶게 만들었고, 때론 내 감성을 찌르며 그냥 울거나 웃어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무척 몹시 아주 많이 좋았다.

 

후기를 다 날려서 다시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쓰고 나니 또 이만큼 써지는 것이 신기하다.

사실 한 줄도 못 쓰고 포기할 줄 알았는데. 역시 인간은 의지의 동물이다. 이젠 자야겠다. 눈을 감으면 나도 파리의 어느 방에 누워 있기를, 떨어져 있는 도리의 체온을 느낄 수 있기를, 허름해 보이는 가게에서 최고의 음식을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이제는 부디 잠들기를 바라며, 글을 끝마친다. 여행이 가고 싶다.

팔월 말에는 부산이라도 갔다와야 겠다.

 

잠이 온다 당신이 좋다

 

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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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문학동네 청소년 13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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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담 - 털어낼 곳 없는 아이들의 무덤

 괴담은 털어낼 곳 없는 아이들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기, 질투, 그러나 풀어낼 곳 없는 답답한 상황. 약간은 상업 영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이었지만, 그럼에도 집중하게 되고 따라 읽게 되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의 학생들의 공감을 일으킬 만한 소재와 작가의 필력 때문이었다.

 소설의 첫 시작은 서인주라는 인물이 불길한 분위기에 빠져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음 순간 소설의 결말과도 관련이 있는 보영, 미래, 치한이 이루는 트라이앵글 교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바로 서인주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다. 초반부에서 작가는 각각의 인물에 개성을 부여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얼음 공주 같은 별명은 이야 그런 아이가 꼭 한 명씩은 있었지라는 공감을 충분히 자아냈다. 그러나 트라이앵글 구도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구도였지만, 결말을 보면 이렇게 만들어야 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제목인 괴담과 그 아래의 두 번째 아이는 사라진다, 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2등이 이젠 억울하게 사라지기까지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중반부까지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인주와 연두, 지연의 숨겨진 이야기가 한번 더 벗겨지고 나면, 두 번째라는 말의 의미를 달리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의 특성상, 내용 전개를 모두 말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고등학교에서의 은근한 경쟁, 눈치싸움, 우정, 그 안에서의 또 다른 싸움과 어른까지 그 싸움에 동참하게 되는 암담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 괴담이라는 것이 자리한다. 괴담에는 언제나 죽음이 관련되고, 그것은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충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수 많은 압박을 참지 못한 아이들은 탈출구를 찾지만 탈출구가 없다. 결국 도달하는 곳이라고는 괴담이라는 안타까운 환상 뿐이다. 사실은 사라지고 싶었던 아이, 2등이라는 자리가 싫었던 아이, 다른 사람에게 1등으로 비춰진다 할지라도 자신이 2등이라고 여기면 그 현실을 벗어날 수가 없었던 아이, 그런 아이의 탈출구는 괴담이라는 것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사실 필자는 1등을 추구한 적이 없다. 언제나 2등이라는 안전한 자리를 추구했다. 하지만 사실 그건 1등이라는 자리에 부여되는 그 막중한 책임감과 관심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닐까, 또 사실은 1등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음, 난 이 소설의 주인공과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다. 나 또한 내 바로 앞에 있었던 아이가 아주 가벼운 교통사고가 나서 시험을 치지 못했으면 이라고 바란 적이 있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놀랐고, 철이 없었지만, 정말 그런 생각까지 했었구나 라는 생각에 놀랐다.

 괴담은 어쩌면 숨기고 싶었던 청소년들의 감정과, 어른들의 욕망을 조금은 과장스럽게, 그래서 솔직하게 드러낸 소설이다. 이 소설이 여고 괴담 시리즈 같은 분위기를 내면서도 독자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2등이라는 자리와 사람에 대한 질투나 이유가 있거나 혹은 없는 시기심은 사회에 나와서까지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괴담이라는 소설을 통해 방미진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신작이 나오면 챙겨볼 작가 리스트에 올려둘 것 같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어서 고맙고, 청소년 때의 나의 아픔과, 지금 그들이 겪고 있을 아픔이 생각나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조금 더 웃을 수 있기를, 조금 더 솔직한 그들이 될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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