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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코를 위해 ㅣ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발견한 것은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를 검색할 때였다.
필자는 알라딘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
물론 그 책은 당장 구매 했고, 이 책은 잠시 구매를 뒤로 미뤄뒀었다.
그 이유는 책 소개에 있었다. 한국의 전형적인 멜로나, 부자, 부녀, 혹은 모자나 모녀로 대변되는 혈연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책이었던 것이다. '딸의 죽음, 아버지의 추적과 단죄' 이 얼마나 진부한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책을 사게 된 것은 서점에서 다시 한 번 이 책을 마주했을 때였다.
첫 페이지와 뒤쪽의 내용 소개를 먼저 읽어보는 내가 뒤를 먼저 살펴본 것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사실 여기서도 이책을 밀어주나? 왜? 라는 불만을 가지고 살펴본 것이기도 하다.]
"당신은 대체 어느 편 인간이야?" "진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브라보! 저는 구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이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쩌면 이 책은 피끓은 부성애나 모성애에 관한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심어 준 것이다. 또한 인간 내적인 괴로움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로써
'고뇌하는 작가' 라는 타이틀은 결국 이 책을 사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되었다.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열입곱 외동딸인 요리코가 공원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아버지 니시무라 유지는 미해결 연쇄살인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경찰에 강한 의혹을 품고 스스로 진상을 추적한다. 그리고 끝끝내 범인을 찾아내 잔인하게 복수한 뒤, 자살한다. 그 동안 자신의 행적을 기록한 수기를 남기고, 이 수기는 지역 사회를 발칵 뒤집게 된다. 이미지 추락을 피하려는 학교는 린타로 탐정을 끌여들여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려 들고, 이 과정에서 탐정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수기 속에 감춰진 트릭과 파괴적 진실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책 소개의 말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다. 책을 다시 읽고 나서 드는 아쉬움은,
소개의 말에서도 트릭을 사용했으면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미 진실과 경악이라는 힌트가 있으므로, 독자는 처음부터 의심을 가지게 된다.
물론 이런 장르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그런 시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지만, 이런 장르이므로,
소개 글에도 약간의 트릭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었다. 굳이 탐정이 경악했다는 사실을 밝혔어야 하는 그런 찝찝함이 남았다. 물론 책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
사실 초반부부터 나는 아버지가 요리코를 죽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왜냐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 에서 이미 수기 형식을 사용했고, 그 소설에서 그 수기를 작성한 사람이 바로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악의'에 대해서는 훗날 다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이쯤되면 이 책을 읽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라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읽어도 좋다. 돈이 아깝지 않은 소설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했고, 그들 모두가 재밌고, 강렬한 반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눈치를 채고 있으면서도, 이럴것 같으면서도 뒷장을 넘기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 트릭, 치밀한 구성과 성격,
이것이야 말로 장르 문학 소설가의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자, 단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일 것 같다.
거대한 사랑의 굴레, 멜로를 싫어하는 나조차도 끄덕이게 만드는 설득력, 나는 정말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작가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
그리고 고독한 인간의 애증과 애정.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별 5개가 만점이라면 4.5개를 주고 싶다.
마이너스 요인이 된 점을 굳이 꼽으라면 앞에 말한 수기형식, 그리고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아차릴수 있는 범인의 정체 뿐이다.
응? 추리 소설에 그걸 알게 되면 끝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르다.
작가는 독자에게 네가 그걸 알고 들어와도 빠져드게 될거야 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 최면도 아니고, 필력이란 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부럽기 까지 했다.
올 여름,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
미스터리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강력 추천하고 싶다.
제일 뒤편에 살린 작가 후기와 작가에게 온 편지도 읽을 만 하다.
내가 이렇게 감동했는데, 작가는 이렇게 생각했단 말이야? 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만드니까.
^^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나 또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추신 -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딸의 죽음 을 내세우기 보다는, 진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라는 문장을 내세웠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끝까지 남는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이 소설을 훌륭한 소설이니 충분히 많이 팔릴 것 같긴 하지만,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홀딱 반해버린 독자로써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알라딘 홍보는 최고였다. 어떤 책을 클릭하든 요리코를 위해가 옆에 떠 있었다. 결국 한번은 클릭하게 만드는 끈기 있는 마케팅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시 여름하면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그러다 추워지면 따뜻한 작가들의 품도 찾는 거고.
돌고 도는 세상인 것이다!
두근 거리는 다음 세상에서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