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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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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는 김민서 작가의 청소년 장편소설 율의 시선

이 작품은 제목과 같이 율의 시선으로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친구와 그 주변 세계까지 범위를 넓혀가며 불안하고 불완전한 청소년의 시기를 하나하나 조용한 어투로 소개한다

주인공인 율은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죄책감을 갖고 바닥만 바라보며 사는 아이인데, 

그런 아이가 이도해라는 결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친구를 만나서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한다 

"하늘이 가장 푸를 때는 언제라고 생각해?"

이것은 이도해가 율에게 던진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이 독자 모두에게 건네는 작가의 질문이라고도 생각한다

하늘이 푸를 때 그것은 각 개인의 경험에 따라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푸른 것을 발견하려면 고개를 들어야 하고 내 머리 위에 하늘이 있음을 인식해야 하며 마침내 푸른 하늘에 감탄해야 기억속에 그 시간과 감각이 남아있게 된다

책과 함께 온 작가의 편지 때문인지,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종종 작가의 질문을 떠올리곤 했다

초반부터 인물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아버지의 부재, 다른 누군가의 어머니의 부재, 친구의 부재 등. 

이 모든 것은 아주 정성스럽게 쌓아올려져 결국 마지막 결말부에 아귀가 맞아 떨어지며 끝을 맺는다

"거짓없이 만나자."

이도해는 이런말을 던진다. 거짓없이. 이 말은 모순적이다. 작품 군데군데에도 나오지만 인간은 거짓말 없이 살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선한 의도이든 악한 의도이든. 어쩌면 이 말은 어느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이도해가 유일하게 솔직하게 뱉을 수 있었던, 뱉고 싶었던 말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율은 조용하지만 언제나 주위에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관심없는 척 조용히 지내고 싶은 척 하지만 사실은 누구에게나 관심을 받고 싶은 청소년의 기분을 대변해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죄책감에 가려진 율의 다정함일지도. 

초반에는 방관자에 불과하던 율은 친구 진욱의 부상을 마주하게 되고,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마주하게 되며 조금씩 변한다.

처음에는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던 그는 진욱의 괴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고, 결국 진욱의 아버지에게 자신이 보아온 것을 담담하게 전한다.

어른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율의 시선은, 그저 보고만 있던 그 시선은,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에 의한 결과로 결국 바닥에 머무르고 있던 시선이 어느새 눈으로, 인간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그 눈으로 올라왔음을 깨닫게 해준다. 사실 율은 그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보듬어준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끝끝내 눈을 보게 된 것은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 마침내 자신을 보게 되었다는 반증이아닐까 싶기도 했고 말이다.

율의 시선은 담담하고 잔잔한 소설이다. 하지만 소년의 성장을, 상처를 품고 있던 소년 또한 누군가를 도와주고, 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청소년기의 사회성을 보여주며 성장과 치유, 그리고 희망까지 잡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만장일치를 받은 것 같다고 느꼈다. 

완전판으로 나온 책은 일러스트도 예쁘게 잘 나왔으니, 이 서평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한번 읽어보는것도 좋지 않을가 싶다.

오랜만에 좋은 독서를 했다. 


#율의시선 #창비청소년문학상 #창비 #김민서

"거짓없이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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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장르소설 9 이달의 장르소설 9
김호야 외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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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인 sf와 정통의 미스터리 그리고 드라마까지! 개인적으로는 조던 시카고가 제일 재밌었다!! 왜냐면 제가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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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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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년에게 유일한 쉼터였던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장편 소설, 창비 출판

 

 

 

먼저 앞표지. 솔직하게 표지로는 끌리지 않았다. 쓸쓸한 분위기! 가 물씬 풍겼고, 개인 취향으로 인물 표지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난 후에도 그렇게 좋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소설의 내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냥 개인 취향이 아니었다.

 

 책을 살 때, 뒷표지의 내용도 읽어보지만, 첫 문단이나, 중간 쯤의 한 문단을 읽어보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이번 위저드 베이커리는 사실, 주위에서 재밌다길래 추천받아서 읽어본 것으로, 뒷표지는 먼저 보지 않고 본문을 읽었는데.

 

(뜬금없는 해달 등장)

 

 편안하게 빠져 버렸다. 와와와! 가독성 최고였다. 너무 잘 읽혀서 깜짝 놀랐다. 청소년 소설이라 쉽고 짧은 문장으로 썼는지 저자의 의도는 내가 알 수는 없지만, 단번에 다 읽어 버렸다. 그것도 무궁화호 입석 까페의 불편한 의자 위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두 시간 만에. 그러고도 세 시간이 남아 한 번 더 읽었다.

 

 향기가 나는 듯한 섬세한 묘사로 소설이 시작된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빵을 먹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빵은 지긋지긋해" 라고 주인공이 말한다. 와. 이 작가 처음부터 뒤통수를 세게 치고 나간다 싶었다. 그 뒤로도 유쾌한 속임수는 계속되었다. 마술이 나올거라 생각은 했지만, 하고도 처음 그 섬세한 묘사에 마음을 뺏겼던 터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주인공인 소년이 자주 들리는 제과점에서 빵의 성분을 묻는 순간, 이 소설 범상치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제과점 남자가 말한 빵의 재료가 "간, 말린 거." 였기 때문이다. 소년은 평범한 십대 청소년처럼 그런 장난을 말끔히 무시하고 가게를 나온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곧장 사건의 후반부가 전개된다. 무언가에 쫓기듯 달려온 소년, 소년이 찾은 곳은 바로 그 빵집이다. 남자는 숨겨달라는 소년에게 오븐으로 들어가라고 하고, 작가는 여기서도 유머를 잊지 않고, 마지막 한 방을 날린다. 물론 소년의 입으로.

 "다, 좋, 좋은데 오, 온, 스위, 스, 위치는, 누르지, 마, 마요."

 

 본격적인 소설은 이 사건이 벌어지게 된 연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새 엄마인 배 선생과 그녀의 딸이 등장하고, 그녀가 소년에게 보인 차갑고도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는 태도와 그것을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들이는 소년이 등장한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설움을 소년에게 푸는 새 엄마와, 그것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소년의 회피, 결국 현대사회의 가정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 친 부모와 자식간에도 발생하는, 단절. 

 

 그 와중에 배 선생인 딸인 무희가 성폭행을 당한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발견자는 소년이었다. 처음엔 다니던 학원의 선생을 조사했지만, 알다시피, 성폭행 사건의 조사는 피해자에게 오히려 더 괴로울 때가 많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무희는 홧김에, 정말 홧김에, 아니면 나름대로의 증오 표시로, 최후의 범인으로 소년을 지목한다. 소년은 배 선생에게 미친듯이 맞다가 도망을 나왔고, 도착한 곳이 위저드 베이커리, 바로 그 수상한 남자가 있던 빵집이었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와 이어지는 부분이고, 그 뒤로는 이 이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부분은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온라인 쇼핑몰의 과자 소개였다.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정말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고백받았다면? 이걸 대답으로 주세요. 한마디로 '먹고 떨어질 겁니다.

 

 그 뒤로는 이 수상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와, 쇼핑몰, 또 다른 여자 점원과 저런 쿠키를 사서 직접 이용한 고객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만,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들이닥쳐 소년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소년에게 선물을 하나 건네는데, 사실 그 선물은 나도 탐나는 것이었다. 이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일하고 거주하면서 소년은 조금씩 용기를 얻고 성장한다. 가끔 가슴을 찌르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이 느껴진다. 배 선생의 말과는 차원이 다른 말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돌아간 소년은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물론 범인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 선생은 끝까지 소년의 탓을 하고, 소년은 마지막으로 그 선물을 이용하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결말을 낸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두 갈래 길이었는데, 하나는 현실적인 것이었고, 하나는 무척 동화같은,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책을 읽던 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던 엔딩이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아 이러지 말았으면, 이 사람 이야기는 더 없나? 그래서 뭐? 이런 경우가 많은데, 구병모 작가는 영리하게 그런 가려움을 과감한 시도로 긁어준 듯했다. 잠시 잡담을 하자면 필자는 RPG 게임을 즐겨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도 두 가지 이상의 엔딩이 있는 것을 좋아했다.

 

 아무튼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유머와 현실 감각, 감동이 적절히 버무려진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끔 이 소년이 너무 현실에 당한 것이 많아서 체념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게 사실이겠지만, 왜, 현실에서는 밝은 아이도 속이 썩어 문드러진 경우도 많다. 하지만 소설은 개연성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 주인공이 많이 등장하지 않은 듯 했다. 내가 읽은 청소년 소설들은 대부분 그랬다. 그리고 아이템! 위저드 베이커리와 재미있는 쿠키들! 물론 에피소드로 활용을 했지만, 이 아이템들과 요리사와 점원을 데리고 환상의 세계로 빠졌어도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럼 판타지가 될 법 하지만, 이 정도의 필력이라면 판타지도 설득력있게 잘 쓸 것 같았다. 아쉬웠다. 이렇게 끝나? 뭐 다른 세계 없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 소설. 재밌다. 그렇지만 조금 덜 진지해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그런 건 싫어하나 싶기도 했고. 그래서 이런가 싶기도 했고. 아무튼 재밌게 읽은 만큼 아쉬움이 많은 책이었다. 아이템이 너무 아까웠다. 정말로. 남자의 사정도 설명 했지만, 마법적으로 남자의 세계를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해리 포터도 성공했지 않은가! 이렇게 아쉬우니 자세하게 몇 번 더 읽고 혼자 상상해서 써 보기라도 해야겠다.

 

 결론! 흔들리는 기차에서도 집중력을 가져다 준 가독선 좋은 신선하고 기발한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청소년 보다 오히려 대학생이 읽어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현실과 환상이 적절히 버무려진 소설을 읽고 싶다면,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작가의 신작이 나왔던데 사서 읽어 봐야겠다.

 

 잡담 - 저번주에 부산 갔다온 여독이 아직도 풀리지 않습니다. 다섯시간 무궁화호를 탔고,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고 매일 밤 술을 마셔서, 물론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2년 만에 보는 친구들이라 쉴틈 없이 놀았더니 몸이, 몸이. 오늘은 빅 픽쳐를 다시 읽고 잘 생각입니다. 케빈에 대하여도 내일 중으로 읽어야겠습니다. 좋은 책들과 함께 행복하자구요! :)

 

 

 ['추억은 그대로 상자 속에 박제 된 채 남겨두는 편이 좋아.

 환상은 환상으로 끝났을 때 가치 있는 법이야.'

그러나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더욱 빨리 달린다.

추억이라니. 환상이라니.

그 모든 것은 내게 있어서는 줄곧 현재였으며 현실이었다.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구병모 장편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中

 

 

+ 이 책과 더불어 추천하고 싶은 책들입니다.

유쾌한 청소년 소설을 읽고 싶다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동화같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리버 보이,

가독성이 좋은 긴장감 넘치는 소설이라면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를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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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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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는 큰 격려를 받은 것 같았다. 자신 역시 아버지만이 정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받으려 하지 않고 혼자 국가에서 튀어나와 살아가겠다니, 그건 너무 자기 멋대로인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국가가 정릐라고도 할 수 없었다. 튀어나갈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배자의 생각이었다.'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2권 248쪽 中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바로 오쿠다 히데오 의 '남쪽으로 튀어!' 다. 공중그네로 익숙하고, 연예뉴스를 좋아한다면 잠깐 감독과의 불화로 기사도 났었던, 그래, 그 소설 맞다.



우선 공중그네를 너무 재밌게 읽은 터라,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다.

공중그네의 후속작인 인터폴은 공중그네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남쪽으로 튀어!'라는 제목이 유난히 흥미를 끌었다.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응? 우리 나라 이야기인가? :) 우습겠지만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제목만 보고. 남쪽이라니.



장편이라는 이름답게 책은 각각 300쪽이 넘는 분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문제아로 보이는 아버지를 둔 '우에하라 지로'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1편은 세금을 내지 못하겠다는 지로의 아버지인 우에하라 이치로의 사건으로 시작된다. 그 뒤로 지로와 그의 친한 친구인 준, 애어른인 무카이, 의사 아들 린조, 불량아 구로키 등과의 우정과 불량 청소년과의 다툼 등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갑자기 들이 이치로의 후배로 보이는 아키라 가 등장한다. 엄마인 사쿠라도 말없이 그를 받아들이지만, 아키라는 결국 사건에 휘말리고 되고, 그 일로 지로의 가족은 도쿄를 떠나게 된다. 2편에서는 도쿄를 떠난 이후에 벌어지는 일이 그려진다. 숲속에 버려진 집에 살게된 지로의 가족과, 조금 익숙해지려니까 찾아오는 외부의 압력, 외딴섬에까지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정치인과 그와 결탁한 건설사의 압력으로 인해 이야기는 더욱더 깊어진다.



'남쪽으로 튀어!'는 단순히 미친 아버지의 우스꽝 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곧은 의지가 있고, 자신을 위해서는 그 의지를 절대 굽히지 않는 아버지 '이치로'의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최대한 경쾌한 문체로 사회적 문제, 교육의 맹점이나 시민운동의 문제점, 자본주의 체제의 무한 경쟁과, 빈부격차, 미일관계 등을 그려냈다. 우리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수학여행 뒤의 학교와 여행사와의 결탁, 주민의 의견과 관계없이 진행되는 개발등은 충분히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2권의 후반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용산참사'와도 겹쳐 보여서 내 가슴에 쓰라림을 남겼다.



알고보니 오쿠다 히데오는 경쾌한 소설만 쓰는 작가는 아니었다. 지금의 20대 30대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와 역사의 반복에 환멸을 느낀 세대이다. 또래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 내 일로도 바쁜데 아무리 대항해도 고쳐지지 않는 제도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또 속는 것에 지쳤고, 또한 그런 젊은이에게 쏘아지는 역사에 관심도 없는 무지한 세대라는 눈총에도 지친 것이다. 물론 역사와 정치에는 언제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에서 조차 사회 문제가 다뤄지지 않으면 높게 쳐주지 않는 현실에 지친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스스로가 다시 역사와 정치의 주체가 되려 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또한 그렇게 지친 이들이라도 경캐한 문체로 무겁지 않게 문제제기를 하는 이런 소설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이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독성이 무척 뛰어날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가독성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작가가 그 나이 또래가 아니니, 조금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내가 이 나이때였다면 절대 이렇게 안 따라갔을거야 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후반부 이야기는 아, 읽기 잘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거운 문체에 질렸거나,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라면 이 소설은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길래 어떻게 할까 싶었는데, 나라와 관계없이 공통된 점이 많아서 리메이크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마지막, 어쩌면 이젠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주먹만큼 큼직한 조개도 눈에 띄었다. 이런 조용한 바닷가라면 도쿄에서는 당장 사람들이 몰려 들었을 것이다. 우리끼리만 이렇게 멋진 곳을 독차지해도 괜찮을까.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2권 67쪽 中



'요코, 그런 얼굴 하지 마라. 아버지와 엄마는 인간으로서 잘못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다, 속이지 않는다, 질투하지 않는다, 위세부리지 않는다, 악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나름대로 지키며 살아왔어. 단 한 가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뿐이잖니?" 2권 287쪽 中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절.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 뿐이잖니? 이기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 곧은 의지가 느껴졌다.



'지로, 전에도 말했지만 아버지를 따라하지 마라. 아버지는 약간 극단적이거든. 하지만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제 이익으로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2권 288쪽 中











정말 예민한 청소년의 마음을 엿보고 싶다면, 착하지 않은, 반항할 줄 아는 소녀가 나오는 소설을 보고 싶다면

저번에 포스팅 했던 '바바라 오코너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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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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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스콧 스미스 - 심플플랜

스콧 스미스의 이름에 한 번 끌리고 반 값에 한 번 끌려 구매하게 된 심플 플랜 입니다.

다 읽고 난 이후의 느낌은 사실은 이럴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소설은 내용을 다 알면 재미 가 없으니 간단하게만 소개 하자면,

극중 화자인 행크, 행크의 형인 제이콥과 제이콥의 절친한 친구인 루가 아주 우연히

여우를 쫓아 들어간 곳에서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하고 사백 사십만 달러에 가까운 거금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걸 보면 독자들은 아, 이제 시작이구나 싶을 것 입니다. 거액을 두고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의 욕망과 그에 따른 불안, 동전의 양면 같은 그것, 그리고 그 불행한 동전이 한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에게 주어졌다는 것

분명 불행한 일이 시작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사건은 시작되고, 가장 중심이 되는 행크의 입장으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그에 따른 심리변화와 주변환경, 그를 움직이는 또 한 명의 사람까지 등장해

나름대로 흥미로운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단번에 끝까지 읽긴 했지만, 사실 중간중간 장면 묘사에 너무 치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게 조금만 줄어 들었어도 가독성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고, 좀 더 흥미진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행크의 환경과 심리변화는 사실 초반부터 작가가 힌트를 주고, 그에 따라 거미줄 처럼 촘촘하게 발전을 해 나갑니다. 또, 다 읽고 나서야 안 것인데 이 소설은 1993년에 발표된 것이었습니다.

거의 십년의 격차가 있는 셈인데 그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내용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는 밝힐 수 없지만,

초반의 복선이 너무 직접적으로 와 닿았고, 사실 모든 사람이 그런 상황이면 그렇게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라는 것을 너무 확실히 부각시켜주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나 영화를 우리는 꽤 많이 보았고, 그래서 조금은 다른 전개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정도를 걸어간 것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형과의 에피소드는 더 한 감동이나, 아니면 충격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딱 예상한 정도로 끝나서 아쉬웠습니다.

 

굉장히 꼼꼼히 성실하고 차분하게 쓴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서 답답한 면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반값 행사가 진행중이고,

스콧 스미스의 이름을 들어봤고, 어떤 서스펜스인지 궁금하다면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소설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몇 번 써봤기 때문에, 이런 촘촘한 묘사나 사건 진행이 사실 얼마나 쓰기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어 이런 면에서는 스콧 스미스가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약간 방향성이 다를지 모르겠지만,

이런 인물의 심리와 사건이 잘 조화되어 흘러가는 소설을 보고 싶다면

아직 읽지 않았다면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

오늘도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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