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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포 킬러 - 본격 야구 미스터리
미즈하라 슈사쿠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본능적으로 집어든 사람의 80 퍼센트는 부산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물론 요즘은 수도권도 야구 열기가 뜨겁지만, 뭐니뭐니 해도 부산 갈매기와 야구를 분리 할 수 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태생이 부산인 필자도 본격 야구 미스터리라는 말에 끌려 책을 집어 들게 되었고, 단번에 끝까지 읽어 버렸다.
우선 사우스포 킬러라는 제목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하고 싶은데, 설마 모르겠어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사우스포 라는 단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그것도 작가의 의도일수 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의미를 밝히지 않겠지만, 그래 킬러구나 하고 책장을 넘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아, 그 뜻이었어 라고 생각할 텐데, 만약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꽤 영리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중간 쯤에서도 눈치채지 못하는 독자들은 그래서, 도대체 제목이 왜 사우스포 킬러 인건데, 하고 사전을 들춰봤다가, 아, 그래서 그런거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상황을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고 꽤나 힘이 빠지기도 한다. 어찌 됐든 개인적으로는 좋은 제목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가독성'이다. 간결한 수사와 적절한 상황 묘사로 작가는 빠른 속도로 독자를 이끌어 나간다. 이런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독자가 얼마만큼 책에 빠지는 가가 중요한데 그 점에서 사우스포 킬러는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부산 갈매기가 떠오르는 미스터리라고 평한 것 처럼, 일단은 이 소설은 야구에 흥미가 없으면 꽤 읽기 힘든 소설이다.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다면 집어들 수도 있지만, 일반 독자층을 이야 정말 대단한 소설이라며 라고 끌어들이기엔 힘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처럼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들은,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이미 초반에 범인을 눈치 챘을 확률이 높고, 그런 인상을 풍겼고, 작가는 숨겼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고, 거기에 로맨스까지 끼워 넣느라 조금 얼개가 엉성해진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투수'라는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필자도 야구장에서 한 시즌동안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다들 예민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투수가 제일 예민하고 컨디션 조절도 까다로웠다. 예민하고 관찰력이 뛰어나야 했기 때문에 사건을 풀어나가는 캐릭터로 적합했다. 거기다
'승부조작'이란 조금은 민감한 일까지 끌어들여 독자들을 사로 잡았는데 이것 또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약간의 구멍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좀 더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역시 필자가
야구 팬이자, 미스터리 소설 팬이라서 였을까?
책을 다 읽고 이 책을 야구 선수에게 소개한다거나 하는 홍보를 도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최훈 작가의 카툰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실제 선수가 홍보에 참여했으면 어땠을가 생각해봤는데, 승부조작이니 뭐니 말이 많았던 시점에서 이 책이 껄끄러웠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금방 생각을 접었다.
총평을 하자면, 가독성은 좋았으나, 일본 소설 특유의 정의감이랄까 주인공의 알수 없는 멋있어 보이려는 의지가 눈에 띄게 보여서 불편한 점이 있었고, 개연성이 부족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야구 장면의 묘사와 살아 숨쉬는 듯한 캐릭터는 매력적이었다. 야구 경기를 눈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과 함께 할 수 있었고, 동떨어진 듯한 주인공 '사와무라'의 모습에서 군중속의 고독을 함께 맛볼 수 있었다. 그런 매력에 독자들이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야구와 미스터리가 함께 잘 어우러져 멋진 소설을 만들어 냈지만,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 것은 필자가 야구의 열렬한 팬이자 미스터리 소설의 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새벽 네시에 이런 글을 쓰고 있을 리가 없겠지. 아, 그리고 야구를 정말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출판사에서 '번트' 등의 야구 용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추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아, 마지막에 주인공이 '그래도 혼자 잘리는 것보다는 둘이 잘리는 게 덜 외로울 겁니다.'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외로운 섬같던 주인공이 조금은 팀에 융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성장 + 미스터리 + 스릴러 + 로맨스 등등을 제법 잘 버무려 놓은 작가의 능력에 박수를 보내며 리뷰를 끝마쳐야 겠다.
[사우스포킬러 - 미즈하라 슈사쿠, 이기웅 옮김, 포레]
최고의 가독성에 흡입력, 그렇지만 조금은 허무한 결말이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소설.
필자처럼, 야구에 대한 조금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니 추천!
인간 심리에 관한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면, 저번에도 소개한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 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
인간 본연의 욕망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을 흥미 진진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