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소년에게 유일한 쉼터였던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장편 소설, 창비 출판

 

 

 

먼저 앞표지. 솔직하게 표지로는 끌리지 않았다. 쓸쓸한 분위기! 가 물씬 풍겼고, 개인 취향으로 인물 표지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난 후에도 그렇게 좋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소설의 내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냥 개인 취향이 아니었다.

 

 책을 살 때, 뒷표지의 내용도 읽어보지만, 첫 문단이나, 중간 쯤의 한 문단을 읽어보고 사는 경우가 많다. 이번 위저드 베이커리는 사실, 주위에서 재밌다길래 추천받아서 읽어본 것으로, 뒷표지는 먼저 보지 않고 본문을 읽었는데.

 

(뜬금없는 해달 등장)

 

 편안하게 빠져 버렸다. 와와와! 가독성 최고였다. 너무 잘 읽혀서 깜짝 놀랐다. 청소년 소설이라 쉽고 짧은 문장으로 썼는지 저자의 의도는 내가 알 수는 없지만, 단번에 다 읽어 버렸다. 그것도 무궁화호 입석 까페의 불편한 의자 위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두 시간 만에. 그러고도 세 시간이 남아 한 번 더 읽었다.

 

 향기가 나는 듯한 섬세한 묘사로 소설이 시작된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빵을 먹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빵은 지긋지긋해" 라고 주인공이 말한다. 와. 이 작가 처음부터 뒤통수를 세게 치고 나간다 싶었다. 그 뒤로도 유쾌한 속임수는 계속되었다. 마술이 나올거라 생각은 했지만, 하고도 처음 그 섬세한 묘사에 마음을 뺏겼던 터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주인공인 소년이 자주 들리는 제과점에서 빵의 성분을 묻는 순간, 이 소설 범상치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제과점 남자가 말한 빵의 재료가 "간, 말린 거." 였기 때문이다. 소년은 평범한 십대 청소년처럼 그런 장난을 말끔히 무시하고 가게를 나온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곧장 사건의 후반부가 전개된다. 무언가에 쫓기듯 달려온 소년, 소년이 찾은 곳은 바로 그 빵집이다. 남자는 숨겨달라는 소년에게 오븐으로 들어가라고 하고, 작가는 여기서도 유머를 잊지 않고, 마지막 한 방을 날린다. 물론 소년의 입으로.

 "다, 좋, 좋은데 오, 온, 스위, 스, 위치는, 누르지, 마, 마요."

 

 본격적인 소설은 이 사건이 벌어지게 된 연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새 엄마인 배 선생과 그녀의 딸이 등장하고, 그녀가 소년에게 보인 차갑고도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는 태도와 그것을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들이는 소년이 등장한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설움을 소년에게 푸는 새 엄마와, 그것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소년의 회피, 결국 현대사회의 가정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 친 부모와 자식간에도 발생하는, 단절. 

 

 그 와중에 배 선생인 딸인 무희가 성폭행을 당한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발견자는 소년이었다. 처음엔 다니던 학원의 선생을 조사했지만, 알다시피, 성폭행 사건의 조사는 피해자에게 오히려 더 괴로울 때가 많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무희는 홧김에, 정말 홧김에, 아니면 나름대로의 증오 표시로, 최후의 범인으로 소년을 지목한다. 소년은 배 선생에게 미친듯이 맞다가 도망을 나왔고, 도착한 곳이 위저드 베이커리, 바로 그 수상한 남자가 있던 빵집이었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와 이어지는 부분이고, 그 뒤로는 이 이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부분은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온라인 쇼핑몰의 과자 소개였다.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정말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고백받았다면? 이걸 대답으로 주세요. 한마디로 '먹고 떨어질 겁니다.

 

 그 뒤로는 이 수상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와, 쇼핑몰, 또 다른 여자 점원과 저런 쿠키를 사서 직접 이용한 고객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지만,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들이닥쳐 소년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소년에게 선물을 하나 건네는데, 사실 그 선물은 나도 탐나는 것이었다. 이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일하고 거주하면서 소년은 조금씩 용기를 얻고 성장한다. 가끔 가슴을 찌르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이 느껴진다. 배 선생의 말과는 차원이 다른 말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돌아간 소년은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물론 범인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 선생은 끝까지 소년의 탓을 하고, 소년은 마지막으로 그 선물을 이용하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결말을 낸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두 갈래 길이었는데, 하나는 현실적인 것이었고, 하나는 무척 동화같은,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책을 읽던 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던 엔딩이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아 이러지 말았으면, 이 사람 이야기는 더 없나? 그래서 뭐? 이런 경우가 많은데, 구병모 작가는 영리하게 그런 가려움을 과감한 시도로 긁어준 듯했다. 잠시 잡담을 하자면 필자는 RPG 게임을 즐겨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도 두 가지 이상의 엔딩이 있는 것을 좋아했다.

 

 아무튼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유머와 현실 감각, 감동이 적절히 버무려진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끔 이 소년이 너무 현실에 당한 것이 많아서 체념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게 사실이겠지만, 왜, 현실에서는 밝은 아이도 속이 썩어 문드러진 경우도 많다. 하지만 소설은 개연성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 주인공이 많이 등장하지 않은 듯 했다. 내가 읽은 청소년 소설들은 대부분 그랬다. 그리고 아이템! 위저드 베이커리와 재미있는 쿠키들! 물론 에피소드로 활용을 했지만, 이 아이템들과 요리사와 점원을 데리고 환상의 세계로 빠졌어도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럼 판타지가 될 법 하지만, 이 정도의 필력이라면 판타지도 설득력있게 잘 쓸 것 같았다. 아쉬웠다. 이렇게 끝나? 뭐 다른 세계 없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 소설. 재밌다. 그렇지만 조금 덜 진지해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그런 건 싫어하나 싶기도 했고. 그래서 이런가 싶기도 했고. 아무튼 재밌게 읽은 만큼 아쉬움이 많은 책이었다. 아이템이 너무 아까웠다. 정말로. 남자의 사정도 설명 했지만, 마법적으로 남자의 세계를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해리 포터도 성공했지 않은가! 이렇게 아쉬우니 자세하게 몇 번 더 읽고 혼자 상상해서 써 보기라도 해야겠다.

 

 결론! 흔들리는 기차에서도 집중력을 가져다 준 가독선 좋은 신선하고 기발한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청소년 보다 오히려 대학생이 읽어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현실과 환상이 적절히 버무려진 소설을 읽고 싶다면,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작가의 신작이 나왔던데 사서 읽어 봐야겠다.

 

 잡담 - 저번주에 부산 갔다온 여독이 아직도 풀리지 않습니다. 다섯시간 무궁화호를 탔고,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고 매일 밤 술을 마셔서, 물론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2년 만에 보는 친구들이라 쉴틈 없이 놀았더니 몸이, 몸이. 오늘은 빅 픽쳐를 다시 읽고 잘 생각입니다. 케빈에 대하여도 내일 중으로 읽어야겠습니다. 좋은 책들과 함께 행복하자구요! :)

 

 

 ['추억은 그대로 상자 속에 박제 된 채 남겨두는 편이 좋아.

 환상은 환상으로 끝났을 때 가치 있는 법이야.'

그러나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더욱 빨리 달린다.

추억이라니. 환상이라니.

그 모든 것은 내게 있어서는 줄곧 현재였으며 현실이었다.

 지금은 나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올 수도 있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구병모 장편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中

 

 

+ 이 책과 더불어 추천하고 싶은 책들입니다.

유쾌한 청소년 소설을 읽고 싶다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동화같은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리버 보이,

가독성이 좋은 긴장감 넘치는 소설이라면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를 추천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장바구니담기


'지로는 큰 격려를 받은 것 같았다. 자신 역시 아버지만이 정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받으려 하지 않고 혼자 국가에서 튀어나와 살아가겠다니, 그건 너무 자기 멋대로인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국가가 정릐라고도 할 수 없었다. 튀어나갈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배자의 생각이었다.'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2권 248쪽 中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바로 오쿠다 히데오 의 '남쪽으로 튀어!' 다. 공중그네로 익숙하고, 연예뉴스를 좋아한다면 잠깐 감독과의 불화로 기사도 났었던, 그래, 그 소설 맞다.



우선 공중그네를 너무 재밌게 읽은 터라,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다.

공중그네의 후속작인 인터폴은 공중그네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남쪽으로 튀어!'라는 제목이 유난히 흥미를 끌었다.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응? 우리 나라 이야기인가? :) 우습겠지만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제목만 보고. 남쪽이라니.



장편이라는 이름답게 책은 각각 300쪽이 넘는 분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문제아로 보이는 아버지를 둔 '우에하라 지로'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1편은 세금을 내지 못하겠다는 지로의 아버지인 우에하라 이치로의 사건으로 시작된다. 그 뒤로 지로와 그의 친한 친구인 준, 애어른인 무카이, 의사 아들 린조, 불량아 구로키 등과의 우정과 불량 청소년과의 다툼 등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갑자기 들이 이치로의 후배로 보이는 아키라 가 등장한다. 엄마인 사쿠라도 말없이 그를 받아들이지만, 아키라는 결국 사건에 휘말리고 되고, 그 일로 지로의 가족은 도쿄를 떠나게 된다. 2편에서는 도쿄를 떠난 이후에 벌어지는 일이 그려진다. 숲속에 버려진 집에 살게된 지로의 가족과, 조금 익숙해지려니까 찾아오는 외부의 압력, 외딴섬에까지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정치인과 그와 결탁한 건설사의 압력으로 인해 이야기는 더욱더 깊어진다.



'남쪽으로 튀어!'는 단순히 미친 아버지의 우스꽝 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곧은 의지가 있고, 자신을 위해서는 그 의지를 절대 굽히지 않는 아버지 '이치로'의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최대한 경쾌한 문체로 사회적 문제, 교육의 맹점이나 시민운동의 문제점, 자본주의 체제의 무한 경쟁과, 빈부격차, 미일관계 등을 그려냈다. 우리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수학여행 뒤의 학교와 여행사와의 결탁, 주민의 의견과 관계없이 진행되는 개발등은 충분히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2권의 후반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용산참사'와도 겹쳐 보여서 내 가슴에 쓰라림을 남겼다.



알고보니 오쿠다 히데오는 경쾌한 소설만 쓰는 작가는 아니었다. 지금의 20대 30대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와 역사의 반복에 환멸을 느낀 세대이다. 또래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 내 일로도 바쁜데 아무리 대항해도 고쳐지지 않는 제도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또 속는 것에 지쳤고, 또한 그런 젊은이에게 쏘아지는 역사에 관심도 없는 무지한 세대라는 눈총에도 지친 것이다. 물론 역사와 정치에는 언제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에서 조차 사회 문제가 다뤄지지 않으면 높게 쳐주지 않는 현실에 지친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스스로가 다시 역사와 정치의 주체가 되려 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또한 그렇게 지친 이들이라도 경캐한 문체로 무겁지 않게 문제제기를 하는 이런 소설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이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독성이 무척 뛰어날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가독성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작가가 그 나이 또래가 아니니, 조금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내가 이 나이때였다면 절대 이렇게 안 따라갔을거야 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후반부 이야기는 아, 읽기 잘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거운 문체에 질렸거나,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라면 이 소설은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길래 어떻게 할까 싶었는데, 나라와 관계없이 공통된 점이 많아서 리메이크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마지막, 어쩌면 이젠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주먹만큼 큼직한 조개도 눈에 띄었다. 이런 조용한 바닷가라면 도쿄에서는 당장 사람들이 몰려 들었을 것이다. 우리끼리만 이렇게 멋진 곳을 독차지해도 괜찮을까.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2권 67쪽 中



'요코, 그런 얼굴 하지 마라. 아버지와 엄마는 인간으로서 잘못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다, 속이지 않는다, 질투하지 않는다, 위세부리지 않는다, 악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나름대로 지키며 살아왔어. 단 한 가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뿐이잖니?" 2권 287쪽 中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절.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 뿐이잖니? 이기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 곧은 의지가 느껴졌다.



'지로, 전에도 말했지만 아버지를 따라하지 마라. 아버지는 약간 극단적이거든. 하지만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제 이익으로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2권 288쪽 中











정말 예민한 청소년의 마음을 엿보고 싶다면, 착하지 않은, 반항할 줄 아는 소녀가 나오는 소설을 보고 싶다면

저번에 포스팅 했던 '바바라 오코너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스콧 스미스 - 심플플랜

스콧 스미스의 이름에 한 번 끌리고 반 값에 한 번 끌려 구매하게 된 심플 플랜 입니다.

다 읽고 난 이후의 느낌은 사실은 이럴 수 밖에 없었던 인간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소설은 내용을 다 알면 재미 가 없으니 간단하게만 소개 하자면,

극중 화자인 행크, 행크의 형인 제이콥과 제이콥의 절친한 친구인 루가 아주 우연히

여우를 쫓아 들어간 곳에서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하고 사백 사십만 달러에 가까운 거금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걸 보면 독자들은 아, 이제 시작이구나 싶을 것 입니다. 거액을 두고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의 욕망과 그에 따른 불안, 동전의 양면 같은 그것, 그리고 그 불행한 동전이 한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에게 주어졌다는 것

분명 불행한 일이 시작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사건은 시작되고, 가장 중심이 되는 행크의 입장으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그에 따른 심리변화와 주변환경, 그를 움직이는 또 한 명의 사람까지 등장해

나름대로 흥미로운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단번에 끝까지 읽긴 했지만, 사실 중간중간 장면 묘사에 너무 치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게 조금만 줄어 들었어도 가독성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고, 좀 더 흥미진진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행크의 환경과 심리변화는 사실 초반부터 작가가 힌트를 주고, 그에 따라 거미줄 처럼 촘촘하게 발전을 해 나갑니다. 또, 다 읽고 나서야 안 것인데 이 소설은 1993년에 발표된 것이었습니다.

거의 십년의 격차가 있는 셈인데 그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내용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는 밝힐 수 없지만,

초반의 복선이 너무 직접적으로 와 닿았고, 사실 모든 사람이 그런 상황이면 그렇게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라는 것을 너무 확실히 부각시켜주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나 영화를 우리는 꽤 많이 보았고, 그래서 조금은 다른 전개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정도를 걸어간 것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형과의 에피소드는 더 한 감동이나, 아니면 충격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딱 예상한 정도로 끝나서 아쉬웠습니다.

 

굉장히 꼼꼼히 성실하고 차분하게 쓴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서 답답한 면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반값 행사가 진행중이고,

스콧 스미스의 이름을 들어봤고, 어떤 서스펜스인지 궁금하다면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소설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몇 번 써봤기 때문에, 이런 촘촘한 묘사나 사건 진행이 사실 얼마나 쓰기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어 이런 면에서는 스콧 스미스가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약간 방향성이 다를지 모르겠지만,

이런 인물의 심리와 사건이 잘 조화되어 흘러가는 소설을 보고 싶다면

아직 읽지 않았다면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

오늘도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상이야기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6
사토 쇼고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신상이야기, 사토쇼고,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의 느낌은 조용한 스릴러, 그러나 대단한 이야기 라는 것이었다.

 

일단은 책 소개 부터!

국내 독자에겐 아직 낯선 사토 쇼고는 1983년에 데뷔한 원숙한 작가이다.

( 어쩐지 글 읽는 내내 안정감이 느껴졌다.) 

 


'신상이야기'는 해변에 위치한 평온한 지방도시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던 주인공 '미치루'가 짓궂은 운명의 파도에 휩쓸리는 과정을, 그녀를 아내로 지칭하는 누군가가 또다른 제3자에게 설명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화자의 진짜 정체는 소설 종반에 다다르기까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 누군지 궁금해서 먼저 뒤를 살펴 보기까지 했지만, 모든 걸 읽지 않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작은 지방도시의 서점에서 일하는 미치루는 한 달에 한 번 출장을 오는 도쿄의 출판사 영업사원과 연인 사이. 어느 여름날, 여느 때처럼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배웅하러 공항에 나갔다가 충동적으로 함께 도쿄행 비행기를 타고 만다. 손에 든 것이라고는 지갑이 든 작은 손가방 하나와, 근무중 외출하는 그녀에게 직장 동료들이 사다달라고 부탁한 마흔세 장의 복권뿐.

곧 고향으로 돌아가리라는 남자의 예상과 달리 미치루는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옛 친구의 집에 머무르며 아예 그곳에 정착해 살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날부터 거듭되는 우연과 실수, 작은 악의, 이기심으로 인해, 몇십 년 동안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온 그녀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다.

 

한 장의 복권, 이라는 말을 보는 순간 감을 잡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 여자가 복권에 당첨되서 뭔가 신상에 변화가 생기고 일이 생기겠구나. 꽤 시끌벅적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예상을 하고 들어오지만, 작가는 보란듯이 그 기대를 무시한다. 자신만의 호흡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사실, 처음엔 조금 실망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어느새 반을 읽은 내가 보였다. 하지만 중간 중간 너무 안정적인 문체와 구성에 의해 오히려 재미가 약간 반감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흡입력은 굉장했지만, '요리코를 위해'를 먼저 읽은 나로써는 심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명품 스릴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담한 고백으로 이루어지는 생생한 이미지와 감정들, 그리고 흡입력. 그리고 작가는 중간 중간 이런 담담한 문체를 보강하기 위해 복선이나 불행이 다가올 전조를 분명하게 경고해 준다.

 

책 소개에도 나오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과거의 사건과 완전히 분리되어 흘러가는 현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있다면 그것은 역시 아직 깨지 않은 꿈이라고 해야 할 테고, 언젠가는 현실이 어깨를 흔들어 잠을 깨우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미치루와 처음 만난 날 밤 내가 그렇게 그녀의 눈을 뜨게 해준 것처럼, 기습적으로.
_본문에서

기습적으로. 어쩌면 운과 불운은 동일 선상 위에 서 있을지 모른다. 둘 다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나타나 사람의 등을 툭 치고 지나간다. 이 소설은 그런 무심한 손길에 쓸려가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지만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쯤에서 그만해야 할 것 같다.

굳이 내가 별점을 준다면 4점을 주고 싶다. 이건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결과이다.

 

탐정물 같이 문체가 강하고 살아있는 듯한 소설을 원한다면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 를 추천,

담담한 문체로 강렬한 사건들을 이끌어 나가는 소설을 원한다면 사토 쇼고의 '신상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

 

추신 - 개인적으로 블랙펜 클럽의 모든 책을 읽어보고 비교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여름 서늘한 책의 세계에 빠져 피서를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발견한 것은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 를 검색할 때였다.
필자는 알라딘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
물론 그 책은 당장 구매 했고, 이 책은 잠시 구매를 뒤로 미뤄뒀었다.
그 이유는 책 소개에 있었다. 한국의 전형적인 멜로나, 부자, 부녀, 혹은 모자나 모녀로 대변되는 혈연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책이었던 것이다. '딸의 죽음, 아버지의 추적과 단죄' 이 얼마나 진부한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책을 사게 된 것은 서점에서 다시 한 번 이 책을 마주했을 때였다.
 
첫 페이지와 뒤쪽의 내용 소개를 먼저 읽어보는 내가 뒤를 먼저 살펴본 것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사실 여기서도 이책을 밀어주나? 왜? 라는 불만을 가지고 살펴본 것이기도 하다.]
"당신은 대체 어느 편 인간이야?" "진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브라보! 저는 구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이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쩌면 이 책은 피끓은 부성애나 모성애에 관한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심어 준 것이다. 또한 인간 내적인 괴로움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로써
'고뇌하는 작가' 라는 타이틀은 결국 이 책을 사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되었다.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열입곱 외동딸인 요리코가 공원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아버지 니시무라 유지는 미해결 연쇄살인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경찰에 강한 의혹을 품고 스스로 진상을 추적한다. 그리고 끝끝내 범인을 찾아내 잔인하게 복수한 뒤, 자살한다. 그 동안 자신의 행적을 기록한 수기를 남기고, 이 수기는 지역 사회를 발칵 뒤집게 된다. 이미지 추락을 피하려는 학교는 린타로 탐정을 끌여들여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려 들고, 이 과정에서 탐정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수기 속에 감춰진 트릭과 파괴적 진실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책 소개의 말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다. 책을 다시 읽고 나서 드는 아쉬움은,
소개의 말에서도 트릭을 사용했으면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미 진실과 경악이라는 힌트가 있으므로, 독자는 처음부터 의심을 가지게 된다.
물론 이런 장르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그런 시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지만, 이런 장르이므로,
소개 글에도 약간의 트릭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었다. 굳이 탐정이 경악했다는 사실을 밝혔어야 하는 그런 찝찝함이 남았다. 물론 책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
 
사실 초반부부터 나는 아버지가 요리코를 죽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왜냐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 에서 이미 수기 형식을 사용했고, 그 소설에서 그 수기를 작성한 사람이 바로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악의'에 대해서는 훗날 다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다.
 
이쯤되면 이 책을 읽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라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읽어도 좋다. 돈이 아깝지 않은 소설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했고, 그들 모두가 재밌고, 강렬한 반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눈치를 채고 있으면서도, 이럴것 같으면서도 뒷장을 넘기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 트릭, 치밀한 구성과 성격,
이것이야 말로 장르 문학 소설가의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자, 단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일 것 같다.
거대한 사랑의 굴레, 멜로를 싫어하는 나조차도 끄덕이게 만드는 설득력, 나는 정말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작가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
그리고 고독한 인간의 애증과 애정.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별 5개가 만점이라면 4.5개를 주고 싶다.
마이너스 요인이 된 점을 굳이 꼽으라면 앞에 말한 수기형식, 그리고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아차릴수 있는 범인의 정체 뿐이다.
 
응? 추리 소설에 그걸 알게 되면 끝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르다.
작가는 독자에게 네가 그걸 알고 들어와도 빠져드게 될거야 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 최면도 아니고, 필력이란 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부럽기 까지 했다.
 
올 여름,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
미스터리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강력 추천하고 싶다.
 
제일 뒤편에 살린 작가 후기와 작가에게 온 편지도 읽을 만 하다.
내가 이렇게 감동했는데, 작가는 이렇게 생각했단 말이야? 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만드니까.
 
^^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을 나 또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추신 -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딸의 죽음 을 내세우기 보다는, 진실의 편에 선 인간입니다 라는 문장을 내세웠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끝까지 남는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이 소설을 훌륭한 소설이니 충분히 많이 팔릴 것 같긴 하지만,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홀딱 반해버린 독자로써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알라딘 홍보는 최고였다. 어떤 책을 클릭하든 요리코를 위해가 옆에 떠 있었다. 결국 한번은 클릭하게 만드는 끈기 있는 마케팅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시 여름하면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그러다 추워지면 따뜻한 작가들의 품도 찾는 거고.
돌고 도는 세상인 것이다!
 
 
두근 거리는 다음 세상에서 아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