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장바구니담기


'지로는 큰 격려를 받은 것 같았다. 자신 역시 아버지만이 정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받으려 하지 않고 혼자 국가에서 튀어나와 살아가겠다니, 그건 너무 자기 멋대로인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국가가 정릐라고도 할 수 없었다. 튀어나갈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배자의 생각이었다.'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2권 248쪽 中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바로 오쿠다 히데오 의 '남쪽으로 튀어!' 다. 공중그네로 익숙하고, 연예뉴스를 좋아한다면 잠깐 감독과의 불화로 기사도 났었던, 그래, 그 소설 맞다.



우선 공중그네를 너무 재밌게 읽은 터라,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다.

공중그네의 후속작인 인터폴은 공중그네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남쪽으로 튀어!'라는 제목이 유난히 흥미를 끌었다.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응? 우리 나라 이야기인가? :) 우습겠지만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 제목만 보고. 남쪽이라니.



장편이라는 이름답게 책은 각각 300쪽이 넘는 분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문제아로 보이는 아버지를 둔 '우에하라 지로'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1편은 세금을 내지 못하겠다는 지로의 아버지인 우에하라 이치로의 사건으로 시작된다. 그 뒤로 지로와 그의 친한 친구인 준, 애어른인 무카이, 의사 아들 린조, 불량아 구로키 등과의 우정과 불량 청소년과의 다툼 등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갑자기 들이 이치로의 후배로 보이는 아키라 가 등장한다. 엄마인 사쿠라도 말없이 그를 받아들이지만, 아키라는 결국 사건에 휘말리고 되고, 그 일로 지로의 가족은 도쿄를 떠나게 된다. 2편에서는 도쿄를 떠난 이후에 벌어지는 일이 그려진다. 숲속에 버려진 집에 살게된 지로의 가족과, 조금 익숙해지려니까 찾아오는 외부의 압력, 외딴섬에까지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정치인과 그와 결탁한 건설사의 압력으로 인해 이야기는 더욱더 깊어진다.



'남쪽으로 튀어!'는 단순히 미친 아버지의 우스꽝 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곧은 의지가 있고, 자신을 위해서는 그 의지를 절대 굽히지 않는 아버지 '이치로'의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최대한 경쾌한 문체로 사회적 문제, 교육의 맹점이나 시민운동의 문제점, 자본주의 체제의 무한 경쟁과, 빈부격차, 미일관계 등을 그려냈다. 우리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수학여행 뒤의 학교와 여행사와의 결탁, 주민의 의견과 관계없이 진행되는 개발등은 충분히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2권의 후반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용산참사'와도 겹쳐 보여서 내 가슴에 쓰라림을 남겼다.



알고보니 오쿠다 히데오는 경쾌한 소설만 쓰는 작가는 아니었다. 지금의 20대 30대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와 역사의 반복에 환멸을 느낀 세대이다. 또래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 내 일로도 바쁜데 아무리 대항해도 고쳐지지 않는 제도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또 속는 것에 지쳤고, 또한 그런 젊은이에게 쏘아지는 역사에 관심도 없는 무지한 세대라는 눈총에도 지친 것이다. 물론 역사와 정치에는 언제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에서 조차 사회 문제가 다뤄지지 않으면 높게 쳐주지 않는 현실에 지친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스스로가 다시 역사와 정치의 주체가 되려 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또한 그렇게 지친 이들이라도 경캐한 문체로 무겁지 않게 문제제기를 하는 이런 소설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이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독성이 무척 뛰어날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가독성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작가가 그 나이 또래가 아니니, 조금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내가 이 나이때였다면 절대 이렇게 안 따라갔을거야 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후반부 이야기는 아, 읽기 잘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거운 문체에 질렸거나,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라면 이 소설은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길래 어떻게 할까 싶었는데, 나라와 관계없이 공통된 점이 많아서 리메이크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마지막, 어쩌면 이젠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오쿠다 히데오 - 남쪽으로 튀어!' 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주먹만큼 큼직한 조개도 눈에 띄었다. 이런 조용한 바닷가라면 도쿄에서는 당장 사람들이 몰려 들었을 것이다. 우리끼리만 이렇게 멋진 곳을 독차지해도 괜찮을까.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2권 67쪽 中



'요코, 그런 얼굴 하지 마라. 아버지와 엄마는 인간으로서 잘못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다, 속이지 않는다, 질투하지 않는다, 위세부리지 않는다, 악에 가담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나름대로 지키며 살아왔어. 단 한 가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있다면 그저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뿐이잖니?" 2권 287쪽 中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절. 이 세상과 맞지 않았던 것 뿐이잖니? 이기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 곧은 의지가 느껴졌다.



'지로, 전에도 말했지만 아버지를 따라하지 마라. 아버지는 약간 극단적이거든. 하지만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제 이익으로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2권 288쪽 中











정말 예민한 청소년의 마음을 엿보고 싶다면, 착하지 않은, 반항할 줄 아는 소녀가 나오는 소설을 보고 싶다면

저번에 포스팅 했던 '바바라 오코너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