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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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는 김민서 작가의 청소년 장편소설 율의 시선

이 작품은 제목과 같이 율의 시선으로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친구와 그 주변 세계까지 범위를 넓혀가며 불안하고 불완전한 청소년의 시기를 하나하나 조용한 어투로 소개한다

주인공인 율은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죄책감을 갖고 바닥만 바라보며 사는 아이인데, 

그런 아이가 이도해라는 결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친구를 만나서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한다 

"하늘이 가장 푸를 때는 언제라고 생각해?"

이것은 이도해가 율에게 던진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이 독자 모두에게 건네는 작가의 질문이라고도 생각한다

하늘이 푸를 때 그것은 각 개인의 경험에 따라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늘이 푸른 것을 발견하려면 고개를 들어야 하고 내 머리 위에 하늘이 있음을 인식해야 하며 마침내 푸른 하늘에 감탄해야 기억속에 그 시간과 감각이 남아있게 된다

책과 함께 온 작가의 편지 때문인지,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종종 작가의 질문을 떠올리곤 했다

초반부터 인물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아버지의 부재, 다른 누군가의 어머니의 부재, 친구의 부재 등. 

이 모든 것은 아주 정성스럽게 쌓아올려져 결국 마지막 결말부에 아귀가 맞아 떨어지며 끝을 맺는다

"거짓없이 만나자."

이도해는 이런말을 던진다. 거짓없이. 이 말은 모순적이다. 작품 군데군데에도 나오지만 인간은 거짓말 없이 살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선한 의도이든 악한 의도이든. 어쩌면 이 말은 어느날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이도해가 유일하게 솔직하게 뱉을 수 있었던, 뱉고 싶었던 말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율은 조용하지만 언제나 주위에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관심없는 척 조용히 지내고 싶은 척 하지만 사실은 누구에게나 관심을 받고 싶은 청소년의 기분을 대변해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죄책감에 가려진 율의 다정함일지도. 

초반에는 방관자에 불과하던 율은 친구 진욱의 부상을 마주하게 되고,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마주하게 되며 조금씩 변한다.

처음에는 끼어들고 싶어하지 않던 그는 진욱의 괴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고, 결국 진욱의 아버지에게 자신이 보아온 것을 담담하게 전한다.

어른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율의 시선은, 그저 보고만 있던 그 시선은,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에 의한 결과로 결국 바닥에 머무르고 있던 시선이 어느새 눈으로, 인간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그 눈으로 올라왔음을 깨닫게 해준다. 사실 율은 그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보듬어준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끝끝내 눈을 보게 된 것은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 마침내 자신을 보게 되었다는 반증이아닐까 싶기도 했고 말이다.

율의 시선은 담담하고 잔잔한 소설이다. 하지만 소년의 성장을, 상처를 품고 있던 소년 또한 누군가를 도와주고, 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청소년기의 사회성을 보여주며 성장과 치유, 그리고 희망까지 잡은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만장일치를 받은 것 같다고 느꼈다. 

완전판으로 나온 책은 일러스트도 예쁘게 잘 나왔으니, 이 서평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한번 읽어보는것도 좋지 않을가 싶다.

오랜만에 좋은 독서를 했다. 


#율의시선 #창비청소년문학상 #창비 #김민서

"거짓없이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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