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냥 스토리콜렉터 108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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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크리스 카터의 '악의 사냥'은 잔혹함으로 가득 차 있는 하드 보일드 소설이라 분류할 수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함께 전공한 친구 사이인 형사 헌터와 연쇄살인범 루시엔의 치열한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작인 '악의 심장'에서 루시엔이 헌터에게 잡혀 수감되어 있다 탈출하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됩니다.

크리스 카터는 검찰청에 근무하다 기타 세션맨으로 일했던 특이한 경력을 가진 작가이더군요. 아무래도 다양했던 그의 삶의 이력이 이러한 잔혹 소설을 탄생시키게 된 계기 같습니다.

탈옥 과정에서 무려 7명이나 추가 살인을 저지르는 루시엔... 또한 헌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30명이나 되는 무고한 이들을 대량 살인하고 드디어 헌터 주변 인물에게까지 마수를 펼칩니다. 워낙 비상한 머리를 가진데다 탁월한 변장술을 갖추고 있어 그를 찾아내 체포하는 것은 거의 불가한 상황입니다. 범인을 잡아야 할 형사가 오히려 범인의 사냥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기구한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죠..

잔혹한 살인 장면이 대부분 여과 없이 자세하게 묘사됩니다. 잔혹하고 무자비하고 사악한 루시엔의 마각이 소설이란 장르의 힘을 빌어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심약한 분들이라면 이런 잔인한 묘사가 트리거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측면으로 본다면 정말 제대로 된 하드 보일드 소설입니다.


어쨌든 악의 화신 루시엔은 결국 형사들의 집념 앞에 무너지게 되는 전형적인 형사 추리물의 형태 역시 띄고 있습니다. 단, 루시엔의 행적을 본다면 그 어떤 곳에 갇히게 되더라도 다시금 복수를 꿈꾸며 작가의 다음 소설에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내용이 잔혹스럽지만 그러하기에 역으로 손에 땀을 쥐며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헌터 시리즈가 벌써 11권이나 나와 있다고 하니 꽤나 인기 있는 캐릭터인 듯 합니다. 기회되면 다른 시리즈물도 찾아 읽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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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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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은 함께 출간된 일상신비 사건집과 자매 소설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여한 작가 5명 또한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일상신비가 추리적인 해결 부분에 촛점을 두었다면 기담괴설 편은 다소 무서운 이야기들과 연관되어 사건이 풀려 나갑니다. 실제 유령이 나오는 단편도 있구요.

어쨌든 한번 책을 집어들면 금방 읽게 되는 것은 역시나 같습니다. 허실시 향토사 연구자인 진설주 선생은 이번에도 각 단편마다 빠짐 없이 등장해 나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빵집 귀신, 호랑이 귀신, 뱀신, 연이은 실종, 여우누이 편 등이 실려 있는데 다소 순한 맛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호러 소설이라곤 할 수 없겠네요..


그럼에도 엔솔로지 소설집이 주는 매력은 여전합니다. 한편이 끝나면 다른 한편은 어찌 전개될지 기대하면서 읽게 되는 재미가 있죠. 허실시를 공통 배경으로 하지만 학원, 빵집,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이 각 단편마다 등장하기에 각 단편이 주는 독립성도 분명히 있습니다. 작가들마다의 다른 개성이 소설 속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기담, 괴담을 소재로 한 소설 들이기에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꽤나 신선하게 다가올 듯 합니다.

허실시.. 비록 가상의 도시이지만 이런 재미난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는 곳이라면 여행이라도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이후에도 허실시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와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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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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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일상 신비 사건집은 동녘 출판사의 고블 앤솔로지 시리즈입니다. 조금은 SF적이고 판타지스런 이야기들을 주로 담아내고 있는 시리즈가 고블이죠... 요번 허실시 자매 시리즈로는 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도 함께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앤솔로지는 다섯 명의 작가들이 인구 약 20만명 정도의 가상 도시인 허실시를 배경으로 각자의 역량을 뽐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60~70페이지 정도에 불과한 단편 들입니다. 예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앨리스 앤솔로지가 오버랩 되는 앤솔로지 물이죠.

허실시라는 공통점 외에도 향토 연구가인 진설주 할아버지가 각 단편마다 공통 인물로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작가들간 무언의 규칙을 정해 놓고 서술해 나간 듯 합니다.. 아무래도 엔솔로지 물이다 보니 어느 한 명이 설정을 벗어나는 일은 없어야 하겠죠.


일단 허실시에서 발생하게 되는 다소 황당한 사건들의 해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경찰이나 탐정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는 허실시의 일반 시민들이 사건을 풀어가는 주체입니다.

걔중엔 사망 사건도 포함되어 있지만 고의적 살인은 아니기에 결코 무겁게 읽히는 소설집은 아닙니다. 한편씩 가볍게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접하게 됩니다.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다소 엉뚱한 결론이 묘한 재미를 주는 소설집입니다.


작가들은 모두 다르지만 허실시라는 배경이 같고, 신비한 사건을 풀어간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분명히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고블 시리즈 역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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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람
김숨 지음 / 모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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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작가... 21세기 들어 가장 활발한 창작 활동을 벌이는 소설가 중 한명이라고 해야겠습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국내의 굵직한 문학상은 죄다 휩쓴 작가이기도 하죠. 장편이나 단편 모두 능한 작가이긴 한데 이번에 700페이지에 가까운 신작 장편 소설 '잃어버린 사람'을 세상에 내놨습니다.

배경은 부산, 시기는 해방 이후 1947년 9월 16일 단 하루의 일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수십여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연작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아... 하나하나의 사연이 너무나 슬프고 간절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미물인 고양이에 대한 서사조차도 슬픕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빈국 중 하나였습니다. 일제가 근대화를 시켜줬다는 이들의 주장이 무색하게 한국엔 제대로 된 선진 공업 시설이 거의 없었고 겨우 자전거 정도나 만드는 수준이었죠. 태평양 전쟁 와중에 한없는 수탈과 징용, 징병에 시달리며 식민지 조선은 그 활력을 거의 상실했었습니다.

해방 이후 미군정을 거치면서도 이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굶주림에 시달렸고, 도무지 미래를 알 수 없는 삶의 무게에 짓눌렸습니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들,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우리의 이야기와 사연 들을 작가는 다소 건조한 문체지만 참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민초들의 삶이 모이고 쌓여 우리의 역사가 됩니다. 악랄했던 일제는 차치하고라도 해방군으로 알았던 사실상의 점령군 미군 역시 민초들의 삶을 힘들게 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에 반항하는 소리는 빨갱이 취급하여 때려 잡으면 그만이었구요.

배경이 부산이다 보니 강제 징용 되었던 귀환자 들이 작품 내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데 이들의 한서린 삶을 알아주는 이들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이들의 설움이 먼 훗날 극히 일본이 바라던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위정자에 의해 다뤄지리라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자꾸 다뤄지고 더욱 자주 상기되어야 할 우리의 역사이며 우리의 한입니다. 이제는 잊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은 하등 신경쓸 가치조차 없습니다. 김숨 작가가 쓴 이 작품은 문학적인 성과 외에 역사적인 성과 또한 인정해야 할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읽고 나서도 계속 한숨이 쉬어지는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만난 듯 합니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이기도 했지만 마치 한편의 대하소설을 읽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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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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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람 작가의 테라리움은 소위 종말 문학, 아포칼립스 장르의 SF 소설입니다. 핵전쟁 이후 엄마와 단 둘이 10년 이상을 벙커에 피신해 살고 있던 소년이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외부로 나가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일종의 로드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배경은 한국입니다.

SF 소설이지만 죽음이란 존재와 이에 맞서는 인간의 길은 무엇인가를 찾는 철학적인 부분까지도 함유하고 있습니다.

그럭저럭 살아가던 인간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기아에 시달리게 되고 전쟁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외계 기술을 이용한 식량 문제 해결책이 제시되지만 완전치 않았던 기술인 관계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고 수많은 인류가 이에 희생되게 되죠. 이 기술을 도입한 것이 바로 소년의 엄마였습니다. 인류 멸망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 것이죠.

엄마를 찾는 여정에서 소년은 여러 존재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죽음이 형상화된 존재, 외계 AI, 그리고 엄마의 연구소에서 일했던 연구원들까지도... 이 와중에 소년은 자신의 진정한 실체를 깨닫게 됩니다.


줄거리는 비극적인 듯 하면서도 희망을 담아내는 결말로 마무리 되고 나름 생각할꺼리를 남깁니다. 인류 멸망 후 새롭게 현현되는 세계에 대해 작가의 상상력이 마음껏 펼쳐지죠.

장편 소설이지만 200여 페이지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인지라 그야말로 내용이 꽉꽉 차 있고 전개 역시 상당히 빠릅니다. 엄마를 찾아 나선 소년의 여정은 한편 안타깝지만 또 한편으론 마지막 인류로서 겪는 모험 자체를 내내 응원하게 됩니다. 마지막 3장 부분은 그야말로 미스터리 물에 가까울 정도로 소년에 얽힌 비밀이 적나라하게 밝혀지기에 긴장감 역시 갖춘 소설입니다.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수상은 거저 얻어지는게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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