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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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때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워낙 유명 작가였던지라 작품을 구하기도 어렵지 않았고, 그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허무함, 그리고 약간의 퇴폐스러움 등이 왠지 깊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죠. 그의 마지막처럼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누구에게나 조금씩의 회의감은 있기 마련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그의 주요 작품 속 인상 깊은 귀절을 모아낸 다이제스트 본이자 그의 생애 자체를 다시 한번 돌아 볼 수 있게 만드는 미니 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의 죽음의 길에 함께 동행한 마지막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의 사진과 유서 등을 처음 접할 수 있었기도 했구요..


달려라 메로스처럼 희망적이고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볼 때 조금은 이질적인 작품도 소개되어 있지만 역시나 사양, 인간실격, 앵두 등의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끝없는 자기 성찰, 그리고 회한이 섞인 문장들을 다시 읽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제가 미처 읽지 못했던 소설 두어편도 간략한 줄거리와 함께 주요 문장이 소개되어 있어 새로운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태어난지 백년이 훌쩍 넘었고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미 사망한 작가임에도 그가 남긴 문장 들은 현재에까지 크나큰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또한 전혀 올드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엮은 이의 입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장이라 할 수 있는 귀절 들은 필사가 가능하게끔 해놨고 일본어 원문까지 같이 수록되어 있기에 일본어를 아는 분들이라면 더욱 감명 깊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사실 이런 책으로 엮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자이 오사무가 위대한 작가였음을 입증합니다. 저자가 같이 펴낸 문장의 기억 시리즈에 소개된 작가만 해도 세익스피어, 버지니아 울프, 안데르센 등 그야말로 쟁쟁한 이들뿐이니까요..

한때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사랑했던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은 너무나도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두고두고 꺼내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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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사생활 - 이토록 게으르고 생각보다 엉뚱한 프린키피아 6
알베르 무케베르 지음, 이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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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신체의 중추이자 핵은 단언코 '뇌'입니다. 인간을 구성하는 여러 장기가 대체품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고 앞으로도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이는 전혀 없습니다. 뇌가 대체되는 세상이라면 이미 존재하던 자기 자신이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뇌의 반응으로 신체를 움직이고 새로운 사안을 받아들이며, 일상을 영위합니다. 계단을 오르거나, 날아오는 무언가를 피하는 것 등 또한 모두 뇌의 활동의 결과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 신체에 속한 기관인 '뇌'가 때때로 우리 스스로를 속이거나 의도를 숨기는 방어기재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인지신경과학 박사이며, 심리학자이기도 한 저자 알베르 무케베르는 이러한 뇌의 어찌보면 유쾌한 활동을 이 책에서 정말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확증편향, 일회적 증거편향, 인지부조화..... 그리고 가짜 뉴스 등등...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듣고 종종 사용하는 용어들입니다. 모두 뇌의 '속임수'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여우와 신포도 우화 등에서도 볼 수 있든 우리는 늘상 잘못된 취사 선택을 하고, 이를 후회하기 보다는 때로 정신 승리로 덮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에 더욱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인간의 뇌는 이런 작용을 발휘하는 것에 정말 능숙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뇌의 속임수에 당하기만(?) 해서는 편하기는 할지라도 올바른 삶을 살아가긴 어렵습니다. 가짜 뉴스를 맹신하고 주변에 해악을 끼치는 인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러한 뇌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또한 제시합니다.

휴리스틱한 활동에 메타 인지로서 대응하자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생소한 용어 들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새로 배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을 다할 때까지 우리와 함께 있고 우리를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 이의 소중함 및 제대로 활용함으로서 훨씬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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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보지 못한 국민들
함윤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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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민은 국가에 납세, 병역 등의 4대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국가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국가가 자신의 안전 및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겠죠..

대한민국은 이제 산업화, 민주화가 거의 완성된 단계의 나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정부에 반대하면 빨갱이로 몰아 집단학살까지 불사했던 야만의 시대는 어느새 기억 저편이 되어 가고 있구요.. 그럼에도 책 제목처럼 '국가가 보지 못한 국민들'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생존권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장애인, 비정규직,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농민, 외국인 노동자, 경비원 등등이 이 책에 소개되는 대표적인 이들입니다. 소위 '을'의 입장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죠..


저자는 현재 KBS 전주 방송국의 아나운서 부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지방 방송국의 특성상 주어진 원고만 단순히 읽는게 아니라 실제 취재 현장에까지 깊이 간여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그가 이 책에 소개한 영역은 주로 호남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디건 사람 사는 지역이기에 이 책에 나온 문제점은 호남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당장 우리 주위만 둘러봐도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대상들입니다. 이들이 겪는 모든 고난을 국가가 전부 해결할 수는 없고 이들 또한 이것까지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국가의 외면 대상이 아닌 관심 대상이 되어 주길 이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가 적극 개입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사안 또한 많구요. .

지금보다 생산력, 경제력이 훨씬 떨어지던 조선 시대에도 나라에 기근이나 전염병이 돌면 국가가 앞장서 구휼, 구제 활동에 앞장 섰습니다. '복지'라는 용어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일부 정치 세력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복지국가'로의 길을 외면하는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너무나 부족합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세계 경제 10위권에 위치한 나라치고는 국가 기관이 보지 못하는 사각 지대가 여전히 많이 존재합니다.

이 책은 그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절절함을 담아낸 책입니다. 그들의 아픔이 씻겨질 때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저 또한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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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디아스포라 - 이민 선조들의 나라찾기 이야기
차만재 지음, 김문섭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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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0세기 이후 최강 대국으로 자리 잡은 미국... 미국이 지금의 미국이 되기까지에는 이민자들의 힘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미국은 애초부터 그들의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 땅의 원주인이던 아메리카 원주민 3/4을 학살한 토대 위에 세워진 나라였습니다. 어쨌든 미국은 현재까지도 초강대국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이민자들의 피와 노력을 기반으로 해서...

미국에는 100만 명에 육박하는 코리안 혈통을 가진 이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당수는 20세기 후반부에 이뤄진 이민자들과 그들의 자손들이지만 우리가 말하는 1세대 이민은 20세기 초부터 이뤄지고 있었죠...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보는 소위 '사진 신부' 등으로 대표되는 하와이 이주 노동자들을 제외하곤 제대로 알려진게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부지런한 우리 선조들은 꽤나 오래 전부터 미국, 특히나 캘리포니아를 대상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가 정착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책은 그들의 정착기, 활동기를 그려낸 역사 그 자체이자 미국에 대한 초기 이주 한인들의 기여도를 분석한 학술 서적이기도 합니다. 한편 그들은 조국의 독립에도 기여했습니다. 직접적인 투쟁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기부금이 독립 자금으로 쓰인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물론 이렇게 모인 자금을 자신의 활동비로 전용하고자 했던 이승만계나 직접 임시정부 등에 보내고자 했던 반대파 등의 대립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승만 반대파를 좌파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이건 작금의 레드 헌트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입니다.. 늘상 반대파를 빨갱이로 모는 것은 그들의 전통이었기에...

중국, 일본에 비해 수십 년 늦게 이민이 이뤄졌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그들은 미국 생활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존재하는 아시안에 대한 인종 차별은 당시에는 몇 배 이상 심했고, 식민지배국이던 일본인과의 마찰도 각오해야 했죠. 미국 정부 역시 그들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단결했고 이승만 외에도 여러 걸출한 인물 들이 등장해 한인 사회를 조성하고 이끌어 갔습니다. 1세대 이민자 대부분은 1940,50년 대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이 미국 사회에 남긴 긍정적 영향은 이후의 이민 세대의 안정적 정착으로 이어졌죠...

그들의 이주 역사를 알고 계승 시키는 것, 우리의 일상 생활에 뭔 도움이 되려나 싶겠지만 그럼에도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으로서 당연한 책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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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편지
이머전 클락 지음, 배효진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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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국의 작가 이머전 클락의 소설 낯선 편지는 30년 간에 걸친 가족 간의 비밀을 그린 휴먼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부부와 아들, 딸로 이뤄진 평이한 가족 구성... 그러나 이들에겐 각자만의 사연과 슬픔이 있었고 그중 가장 큰 아픔은 막내 카라가 불과 세살 때 엄마인 애니가 세상을 떠난 일입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카라는 치매에 걸린 아빠를 홀로 모시고 있고 오빠인 마이클은 고교 졸업 후 아빠와는 거의 절연한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카라는 어린 시절 아빠에 의해 금기시 되었던 다락방에서 낯선 편지, 엽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거기엔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알고 있던 엄마 애니가 그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보낸 글귀가 남아 있었고 애니는 가족 사이에 큰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소설은 사라진 엄마 애니를 찾는 카라의 여정과 아빠와 결혼하기 이전과 이후의 엄마 애니의 삶이 교차로 서술되며 등장합니다. 이 과정에 애니 집안의 끔찍한 가정 폭력 및 남편의 통제광적인 면모가 드러나고, 엄마 애니가 끝내 가정을 떠나 아이들을 저버려야 했던 과거 정황이 소상히 밝혀집니다.

그럼에도 혈연은 쉽게 끊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엄마를 찾는 여정에서 카라는 전혀 몰랐던 이모 우르슬라와 사촌인 스카일러를 만나 미약하지만 새로운 가족 간의 정을 느끼게 됩니다. 로맨스 또한 찾아오구요..

안타까운 사연으로 시작되는 소설이지만 조금씩 해결되어 가는 과정이 제대로 된 힐링을 선사하는 소설입니다.

카라를 제외한 아빠, 엄마, 오빠 모두에게 비밀이 감춰져 있다는 반전도 존재하며, 결말을 알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가진 미스터리 요소 또한 제대로 갖췄기에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엄마의 부재, 아빠의 통제 성향 및 오빠의 외면 등으로 상처 받았던 카라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휴머니즘 요소 또한 강합니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두터운 분량을 내세우는 소설이지만 이런 재미가 있기에 결코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카라가 잃어버린 30년의 세월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굳건히 세우는 시간이 되었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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