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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편지
이머전 클락 지음, 배효진 옮김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국의 작가 이머전 클락의 소설 낯선 편지는 30년 간에 걸친 가족 간의 비밀을 그린 휴먼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부부와 아들, 딸로 이뤄진 평이한 가족 구성... 그러나 이들에겐 각자만의 사연과 슬픔이 있었고 그중 가장 큰 아픔은 막내 카라가 불과 세살 때 엄마인 애니가 세상을 떠난 일입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카라는 치매에 걸린 아빠를 홀로 모시고 있고 오빠인 마이클은 고교 졸업 후 아빠와는 거의 절연한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카라는 어린 시절 아빠에 의해 금기시 되었던 다락방에서 낯선 편지, 엽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거기엔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알고 있던 엄마 애니가 그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보낸 글귀가 남아 있었고 애니는 가족 사이에 큰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소설은 사라진 엄마 애니를 찾는 카라의 여정과 아빠와 결혼하기 이전과 이후의 엄마 애니의 삶이 교차로 서술되며 등장합니다. 이 과정에 애니 집안의 끔찍한 가정 폭력 및 남편의 통제광적인 면모가 드러나고, 엄마 애니가 끝내 가정을 떠나 아이들을 저버려야 했던 과거 정황이 소상히 밝혀집니다.
그럼에도 혈연은 쉽게 끊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엄마를 찾는 여정에서 카라는 전혀 몰랐던 이모 우르슬라와 사촌인 스카일러를 만나 미약하지만 새로운 가족 간의 정을 느끼게 됩니다. 로맨스 또한 찾아오구요..
안타까운 사연으로 시작되는 소설이지만 조금씩 해결되어 가는 과정이 제대로 된 힐링을 선사하는 소설입니다.
카라를 제외한 아빠, 엄마, 오빠 모두에게 비밀이 감춰져 있다는 반전도 존재하며, 결말을 알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가진 미스터리 요소 또한 제대로 갖췄기에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엄마의 부재, 아빠의 통제 성향 및 오빠의 외면 등으로 상처 받았던 카라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휴머니즘 요소 또한 강합니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두터운 분량을 내세우는 소설이지만 이런 재미가 있기에 결코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카라가 잃어버린 30년의 세월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굳건히 세우는 시간이 되었던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