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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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하서의 장편 소설 밤이슬 수집사 묘연... 전형적인 판타지 물입니다. 가족과 고양이, 글쓰기가 전부라는 작가의 애묘인 기질이 흠뻑 발휘되어 낮에는 고양이, 밤에는 젊은 처자로 변하는 반인반수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이죠.. 나름의 가족애, 인간애 또한 감동적으로 그려지구요.

그리고 고양이 인간 묘연을 뒷받침해주고 시중 들어주는 초보 (수)집사 이안의 시점으로 소설은 전개됩니다.

루인... 눈물 루자 사람 인자입니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서 수명을 연장하게 된 이들이 흘리는 후회의 눈물, 속칭 밤이슬을 모으는게 이들의 역할입니다. 이렇게 모아진 밤이슬은 새로운 생명으로 잉태되게 되는 것이니 이들의 소설 속 역할은 참으로 막중합니다.

아무에게나 눈물을 모아 오는 것이 아니라 '루인'으로 선정된 이들만이 대상입니다. 때론 비운의 구슬 역시 이들이 주요하게 수집하는 대상입니다.


판타지물의 클리세와 특성을 제대로 잘 따른 소설입니다. 저승사자, 신선 들이 보조 역할로 등장하고 죽음을 맞게 되는 인간 앞에 이들이 관용을 베풀어주거나 또한 더욱 강한 벌을 내리는 모습 또한 보여집니다. 밤이슬 수집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기에 이들이 겪게 되는 난관 또한 자세히 묘사되는데 대부분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어 집니다.

이 와중에 묘연과 이안 사이에 무언가 썸도 형성되게 되고 묘연에 얽힌 슬픈 과거사 또한 자세히 밝혀지게 되죠.. 이런 비밀스런 주인공의 배경에는 언제나 납득 가능하면서도 가슴 아픈 과거사가 있기 마련입니다..


사후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염원이자 믿음입니다. 하나의 소우주를 이룰만큼 월등한 성취를 이룬 인간의 생물적 수명이 불과 100년도 못미친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이겠고 이런 나약한 마음을 파고 드는 것이 종교 같은 것이겠죠..


이 소설 자체도 이런 우리의 염원을 살짝이나마 간질여주는 작품입니다.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며 착하게 살면 무언가 혜택이 있고 사후 세계에서도 우대 받는 삶을 다시 살아가고 환생할 수 있다는 것... 묘연 같은 창작물의 신비로운 존재가 우리 가슴에도 와 닿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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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유령 앤드 앤솔러지
곽재식 외 지음 / &(앤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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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유령은 4명의 작가에 의해 쓰여진 앤솔러지 단편 모음집입니다. 각각 60~70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 들이고 모두 메타버스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소위 가상현실을 의미하는 것이죠. AI가 결합되어지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며 최초 게임 정도에 응용되던 것이 포르노라든지 여행 체험, 심지어는 제2의 사회 시스템으로까지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실제 사회와 달리 새롭게 위안을 얻거나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모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죠. 아직까진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그냥 우리 시야에 확 다가오는 가상 현실이 아니라 VR기기를 착용해야 접근이 가능한 세계이기도 합니다.

4인4색... 이라고 표현해야겠습니다. 같은 소재를 차용했음에도 각 단편의 방향성은 확연히 다릅니다.


관료사회의 갑질과 헛발질을 짚어내는가 하면, 가상공간에서의 사적 복수, 어이 없는 반전이 존재하는 콩트 형식부터 죽은 친구를 가상의 공간에서 조우하는 나름 감동이 있는 이야기까지 4편의 소설 내용은 천차 만별입니다.

물론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꽤나 재미있게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소설들이기도 합니다.

문학적 재미도 얻을 수 있지만 메타버스는 과연 어떻게 정의되어 지고 이것이 부여하는 공간을 어떻게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작가적 상상력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머릿 속에 파편적으로 정의되어져 있던 메타버스가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고 할까요.

미래 세계에선 충분히 의식 깊숙하게 작용하여 책 속 단편처럼 가상 감옥, 형벌까지도 충분히 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인격을 형성하여 가상 공간 속에서 우리 의식을 조정한다는 등의 내용이야 워낙 영화 등에서도 많이 다루는 소재인지라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구요.


메타버스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든 간에 어찌 되었든 가상의 세계 인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결국 살아가야 하는 것은 현재 놓인 현실 세계인 것도 역시 변하지 않을 것이구요. 그럼에도 이리 재미나게 메타버스의 세계가 펼쳐진다면 충분한 위안으로 우리에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악용하는 이들도 분명 나오겠지만요... 재미난 메타버스 간접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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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전쟁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5
정토웅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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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교수이자 전쟁사를 전공한 정토웅 저작, 세계전쟁사 다이제스트 100은 유사 이래 가장 중요했던 전쟁의 순간 100가지를 역사순으로 정리한 인문학 서적입니다. 아마존 여성전사와의 전투 등 전설로만 남아 있는 전투들도 몇 수록되어 있지만 대부분 실제 역사상 존재했던 유의미한 전쟁씬을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가 한국인이다 보니 동북아 최대 전쟁이었던 고수전쟁이나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한국전쟁 등도 비교적 자세히 소개되고 있죠.

전쟁사라곤 하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림이나 사진 자료 들도 상당히 많이 삽입되어 있구요.


사실 가장 비겁한 평화라도 가장 선한 전쟁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 인류가 그간 축적해온 경험에서 알 수 있습니다. 냉병기 시대가 끝나고 화기가 도입되면서 이후의 전쟁은 대량 살상을 동반하기 일쑤였습니다. 기관총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1차 대전은 전사자를 묻을 땅보다도 적은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소모전에 불과했고 지금은 정신 나간 지도자의 버튼 하나로 대량 살상이 가능해진 시기가 되었죠. 장수들의 일기토로 자웅을 겨루고 승패가 갈렸던 과거의 다소 낭만(?)스런 전쟁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희생자는 주로 젊은이들과 무고한 국민들일 뿐이죠.

아직 백년도 안된 2차 대전에서만 남한 국민의 수를 뛰어 넘는 5,500만 명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마지막 제국주의 국가 들 간의 패권 다툼일 뿐이었고 그들은 어느새 하나의 같은 블록을 이뤄 러시아, 중국 등과 또다른 대립을 쌓고 있습니다. 분단 상황에서 오히려 가장 평화를 추구해야 할 우리 또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구요.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라도 과거의 전쟁사는 계속 연구되고 기억되어야 합니다. 또한 국익을 위한 경제 전쟁은 필요악이겠지만 살상 무기를 들고 싸우는 기존의 전쟁 방식은 앞으로도 지양되어야 합니다. 국익도 잃고 국민의 생명조차 잃게 되는 전쟁이 우리에게 과연 필요할까요? 자존심이나 이념, 종교 때문에 서로를 적대하고 전쟁을 치뤄야 하는 시기는 지났고 이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면 단호하게 저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세계 전쟁의 이면에는 무수한 이들의 희생이 존재했음을 우리는 분명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굉장히 재미있게(?) 서술된 책이었고, 역사적 배경을 함께 얻을 수 있어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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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 금은방 강도 사건부터 도깨비집 사건까지, 기이하고 괴상한 현대사
곽재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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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학박사면서 교수인 곽재식 작가가 미스테리아란 잡지에 'PULP'라는 제목으로 고정 연재했던 사건 기록 들 중 15편을 엄선하여 펴냈습니다. 주로 1950~60년 대에 실제 일어났고 당시엔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던 사건 들을 정리한 것들입니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기억하거나 알았던 사건 들은 단 하나도 없더군요.

이는 작가가 목적한 바를 그대로 달성한 것이나 진배 없습니다. 이미 우리에게 까마득하게 잊혀졌지만 다시 기억하고 살려내면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사건 들을 정리해 내겠다는 것이 작가의 목표였거든요. 또한 이 사건 들을 기억하면서 당시의 사회상 또한 충분히 읽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 들이 모이고 모인다면 이것이 우리의 역사를 이루게 되는 것이기도 하죠.


상당히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건 하나하나를 읽어 가면서 느낀 점은 그야말로 당시의 우리 사회는 복마전이었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억울한 죽음에 책임지고자 하는 이들도 없고 그저 시류에 따라 묻혀갈 따름인 각자도생의 사회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의 상황과도 상당히 오버랩 되죠..

비리나 범죄 사건도 많이 소개되는데 일반 국민 들뿐 아니라 당시 정부의 고위층 들이 의도적으로 일으킨 사건 또한 많습니다. 생계형 범죄뿐 아니라 권력형 비리, 범죄 또한 못지 않게 발생했고 반대파나 언론에 대한 통제가 극심했던 시기에도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올 정도로 그 수위가 심각했다는 것입니다.

모두 자신 들의 권력과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한 짓이었죠. 수위는 달라졌겠지만 이런 일은 지금 현재까지도 비일비재한 듯 합니다. 그러하기에 결코 독재는 용납되어선 안되고 검찰 등 힘을 가진 사정 기관 역시 끝없이 힘이 분산되고 견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맞습니다.


누군가의 입장(?)에선 완전히 잊혀지면 좋은 이야기일텐데 이렇게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 놓은 작가에게 일단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수십 년 후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또한 이렇게 잊혀진 사건으로 다뤄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열심히 누군가에 의해 묻혀지고 있지만 또다시 그 누군가에 의해 다시 거론되고 파헤쳐지겠죠..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할 사건 들이 저리 묻혀져 있던 것이 한편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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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인간 - 오야부 하루히코 문학상 수상작
츠지도 유메 지음, 장하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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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종 착각하기 쉬운 것이 일본이란 나라는 한국에 비해 까마득할 정도로 고도화 되어 있는 일류국가라는 생각일 것입니다. 이는 종종 일본이 원하는 국제 질서에 알아서 편승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는 잘못된 정치 외교관을 낳아오게 되죠..

거의 매년 3,4회씩 일본 출장을 가는 입장에서 본다면 일본은 20년 이상 발전이 정체된 나라입니다. 같은 곳을 갈 때 달라지는게 없고 매년 조금씩 낡아가는 느낌만 받습니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무호적자들 역시 일본이란 한때의 경제 대국이 가진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겠죠.


작가인 츠지도 유메는 도쿄대 법학부, 우리로 치면 서울법대를 졸업한 재원입니다. 그리고 일본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을 개척했다고 일컬어지는 오야부 하루히코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 바로 '그림자 인간'입니다. 무호적자로 살아가는 공동체 일원에 의해 발생한 살인 미수 사건, 그리고 24년 전 발생했던 남매의 유괴 사건이 어우러지면서 담담하게 이어지는 문체와는 달리 읽는 내내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소설이죠.

과연 무호적자 커뮤니티에 소속된 남매와 유괴 후 실종된 남매는 어떤 관계로 밝혀질까요. 같은 인물들인 듯 아닌 듯 계속 읽는 이의 추리력을 테스트합니다.

또한 제대로 된 추리소설의 특징이 되다 시피한 마지막 반전 또한 상당히 충격적이면서 또한 제대로 독자의 취향을 저격합니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입니다. 추리소설로서의 재미와 별개로 무호적자를 양산할 수 밖에 없는 일본 행정 체계의 모순 또한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비참한 삶은 화려해 보이는 국가의 위상과는 달리 여전히 어두운 면이 혼재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적시하고 있죠..

재미 넘치는 소설이었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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