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교수이자 전쟁사를 전공한 정토웅 저작, 세계전쟁사 다이제스트 100은 유사 이래 가장 중요했던 전쟁의 순간 100가지를 역사순으로 정리한 인문학 서적입니다. 아마존 여성전사와의 전투 등 전설로만 남아 있는 전투들도 몇 수록되어 있지만 대부분 실제 역사상 존재했던 유의미한 전쟁씬을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가 한국인이다 보니 동북아 최대 전쟁이었던 고수전쟁이나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한국전쟁 등도 비교적 자세히 소개되고 있죠.
전쟁사라곤 하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림이나 사진 자료 들도 상당히 많이 삽입되어 있구요.
사실 가장 비겁한 평화라도 가장 선한 전쟁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 인류가 그간 축적해온 경험에서 알 수 있습니다. 냉병기 시대가 끝나고 화기가 도입되면서 이후의 전쟁은 대량 살상을 동반하기 일쑤였습니다. 기관총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1차 대전은 전사자를 묻을 땅보다도 적은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소모전에 불과했고 지금은 정신 나간 지도자의 버튼 하나로 대량 살상이 가능해진 시기가 되었죠. 장수들의 일기토로 자웅을 겨루고 승패가 갈렸던 과거의 다소 낭만(?)스런 전쟁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희생자는 주로 젊은이들과 무고한 국민들일 뿐이죠.
아직 백년도 안된 2차 대전에서만 남한 국민의 수를 뛰어 넘는 5,500만 명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마지막 제국주의 국가 들 간의 패권 다툼일 뿐이었고 그들은 어느새 하나의 같은 블록을 이뤄 러시아, 중국 등과 또다른 대립을 쌓고 있습니다. 분단 상황에서 오히려 가장 평화를 추구해야 할 우리 또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구요.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라도 과거의 전쟁사는 계속 연구되고 기억되어야 합니다. 또한 국익을 위한 경제 전쟁은 필요악이겠지만 살상 무기를 들고 싸우는 기존의 전쟁 방식은 앞으로도 지양되어야 합니다. 국익도 잃고 국민의 생명조차 잃게 되는 전쟁이 우리에게 과연 필요할까요? 자존심이나 이념, 종교 때문에 서로를 적대하고 전쟁을 치뤄야 하는 시기는 지났고 이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면 단호하게 저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세계 전쟁의 이면에는 무수한 이들의 희생이 존재했음을 우리는 분명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굉장히 재미있게(?) 서술된 책이었고, 역사적 배경을 함께 얻을 수 있어 유익한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