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녀들의 수직사회 스토리콜렉터 122
우제주 지음, 황선영 옮김 / 북로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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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의사이면서 작가인 저자들의 소설을 연속으로 읽게 되네요. 우제주.. 대만 사람입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첫번째 장편 소설이라고 하는데 기후 변화에 따라 전 세계 대부분이 물에 잠긴 미래 디스토피아 사회가 배경입니다. 아무래도 대만이 섬나라다 보니 이런 문제에 나름 심각할 수 밖에 없겠죠..

주변 섬들이 계속 잠기면서 기후 난민들이 발생합니다. 이들은 다른 섬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는데 각자의 능력 및 가능성에 따라 초록, 노란, 빨간색 팔찌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는 곧 그들의 생사를 가르는 구분이나 다름 없습니다.

빨간색은 곧 침수가 이뤄질 지역입니다. 주로 노인이나 사회 부적응자 등이 배정되죠, 노란색은 그나마 당분간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초록색.... 이곳은 상류층 및 성적 우수 학생들이 배정됩니다..


소설은 기후 난민이자 오랜 친구 사이였던 장리팅과 린위안이란 두 소녀의 시점으로 주로 전개됩니다. 살던 곳에선 우수한 학생들이었지만 이 곳에선 그저 평범하거나 아님 열등생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배정 받은 기숙사 301호... 워낙 예쁘고 집안도 부자라 여신이라 불리우는 진유롼, 항상 1등을 놓치지 않아 여왕이라 칭해지는 마커웨이가 그들의 룸메이트 들입니다..

기득권 중에서도 가장 상층인 이들에게 장리팅, 린위안은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자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린위안이 장리팅보다는 조금 더 잘 적응하고 있는 상황인데 태풍이 불던 어느날 적색 구역에 들어갔던 장리팅이 실종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가장 순수해야 할 소녀들의 사회, 학교조차도 계급이 나뉘어지고 상대방을 끝없이 배척하고자 하는 시도는 낯설지만 또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으로 느껴집니다. 더 이상 평등이 최고 가치가 아니라 생존이 우선인 사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밀어내야 만 생존이 가능하고 여왕, 아니 더 나아가서 여신으로 군림해야만 그들의 기득권 부모에게 자랑스런 딸로 계속 남을 수 있는 세상이 이 소설 속에서 구현되어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후 위기를 아직은 실감할 수 없는 현재에도 이런 수직 사회는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하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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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워커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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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프리다 맥파든...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 후 의사로 봉직하면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써내고 있는 다재다능한 작가입니다. 이미 의사로 버는 수입을 훨씬 뛰어 넘을 정도로 작가로서도 성공적인 여성이죠.. 남편분은 참 행복할 듯 합니다.. ^^

그녀의 신간 더 코워커.. 통상 사무실 등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를 칭합니다.

30대 초반 여성인 내털리와 돈... 각각 영업과 회계로 맡은 업무는 다르지만 서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입니다. 지점 내 최고 실적을 매번 갱신하는 외향적이면서 매력 넘치는 내털리와 달리 내성적이며 다소 특이한 스타일인 돈은 주변에 친한 이들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를 꽤나 신경 써 주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그러던 중 늘 톱니 바퀴처럼 틀을 벗어나지 않던 돈이 출근을 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하루쯤 출근 안한거야 뭔 문제인가 싶지만 돈을 잘 아는 내털리로서는 의구심을 견딜 수 없기에 돈의 집으로 찾아가고 다량의 피가 뿌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돈이 실종됩니다. 그리고 내털리는 돈의 살해 혐의로 체포됩니다.. 과연 내털리가 범인일까요...

소설은 내털리의 시점과 돈이 미아라는 친구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 중반부를 지나면서 둘이 가졌던 괴리감, 그리고 내털리가 돈을 살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드러납니다. 여기까지 읽는다면 당연히 내털리가 범인으로 체포되는데서 소설은 마무리 되어야 하겠지만 그런 뻔한 틀을 베스트셀러 작가가 가져올리 없겠죠..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고, 그 반전에 대한 반전이 또 다시 존재합니다. 한마디로 결론을 종잡을 수 없는 소설입니다..


예상을 거듭 깨부수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털리와 돈 뿐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인물 들에게도 반전적 요소가 가득 합니다.. 돈의 친구 미아, 내털리의 남친 케일럽, 상사이자 정부인 세스 등 모두가 처음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죠..

책을 덮게 되면서 작가가 코워커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트릭을 창출할 수 있는 작가가 뇌손상 전문의라는 점에서 묘한 동감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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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아래 버스는 서고…
210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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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10, 이열로 읽어야 하는 작가는 시인으로 활동하다 종이책으로 첫 출간한 소설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본격적으로 '감각주의' 소설을 표방했죠.. 굳이 설명이 필요한 '주의'란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이를 내세운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이미 접해봤기 때문이죠.

'끌림'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부부의 불륜 행각을 통해 조명한 소설입니다. 어찌 보면 현실에도 만연해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서와 세영은 두 아이를 둔 중년에 접어든 부부입니다. 서로에 대한 애정도 깊고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의지도 강한 편이지만 아서는 출장 중 만난 중개소 여사장과 밤을 보내고 세영 또한 친구의 손에 끌려 불륜 모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사실 여기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이들의 불륜은 심화됩니다. 아서는 한참 연하인 예나와 사랑에 빠지고 세영 또한 예전 아파트에서 알던 여성의 남동생과 결국 선을 넘게 됩니다.

감각주의를 표방한 소설답게 성애 장면이 상당히 노골적으로 묘사되고, 단순히 욕정이 아닌 이를 통해 자신의 빈구석을 채우고자 하는 이들 부부의 열망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시인으로서의 작가의 특성 상 이러한 불륜과 성애 묘사가 크게 거슬리게 그려지진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런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학교 시험에서 아이의 부정 행위를 계기로 이들은 지방으로 이사를 결심하고 불륜 또한 마무리 됩니다. 소설 속 표현대로 그들은 정거장에 선 버스를 탔을 뿐이고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자 내렸을 뿐입니다. 그들의 삶과 가정은 아마도 지속되겠죠...

그들뿐 아니라 그들 주변의 이야기 또한 꽤나 현실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아닌 실화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좀체 찾을 수 없었던 성향의 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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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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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오스틴.. 사실 처음 접하게 된 작가입니다. 청춘의 불안과 우울을 주로 소재로 삼는 작가라 소개되어 있는데 종교, 퀴어까지 결합된 내용이라 하니 과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조금 우려되더군요..

그렇지만 꽤나 멋지게 디자인 된 표지가 그 우려를 많이 희석시켜 주었고 몇 페이지 읽고나선 바로 이 소설에 빠져 들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길다는 강박에 가까운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만사에 걱정이 앞서는 인물입니다. 성적 취향이 퀴어, 소위 레지비언인데 참으로 우연하게도 동성애자를 죄악시하는 기독교 성당에 취업하게 되었구요..


알콜중독에 빠진 남동생 일라이에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부모, 퀴어인줄 모르고 접근하는 남성 주세페, 그녀의 동성 애인까지 그녀는 그들을 어찌 다뤄야 할지 도무지 종잡질 못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소설 제목처럼 모든 불행이 그녀 때문에 벌어지는 일 같이 느껴지죠.. 그럼에도 그녀를 향한 비난은 독자 입장에서 절대 불가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작가의 정말 유머스런 문체가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죠..


그녀의 모습을 한심히 여기기보단 계속 응원하고 무언가 돌파구가 생기길 기원하며 페이지 턴을 하게 됩니다. 길다는 그런 존재이니까요..

소재와 캐릭터가 주는 무거운 느낌과 달리 너무나 경쾌하게 진행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일단 한번 잡으면 놓기 어려운 책입니다.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가져가게 되는 소설이라니....


정도의 차이야 있을 수 있지만 누구나 길다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길다란 캐릭터는 현실의 우리 주변에도 분명 존재하고 있을것이구요..


바로 주변에도 권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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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러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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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기원 작가의 디스토피아 3부작... 드디어 리사이클러를 통해 대단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3부작임에도 세 권을 모두 짧은 시간 내에 만나게 되었네요. 당연히 쥐독, 사사기 등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리사이클러는 '전기련'이 장악한 뉴소울시티가 배경인 것은 같지만 시기는 저항 운동이 본격화되는 '쥐독' 세계관과 일치합니다. 사사기는 전기련의 착취와 탄압이 본격화 되기 이전인 AI 시대를 그려냈었죠..

지금의 119처럼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를 담당하는 '비상대응특수팀'... 이 조직에 속한 30대 청년 '동운'과 그의 리사이클러인 '기한'이 이 소설의 주인공 격에 속합니다. 리사이클러는 갓 죽은 인간의 신체를 활용해 한마디로 '생체형 로봇'으로 재탄생 시킨 일종의 도구입니다.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뇌 기능 등은 정지되어 AI 칩의 조종을 받고 있죠.

수명은 대략 3년입니다.


역시나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SF 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이 재미 없기가 오히려 힘든 법이죠..

1구역에 속한 상위 계급은 영생을 얻고 모든 부를 독점해 가면서 살아가는데 비해 2구역에 속한 이들은 끝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저임금에 착취 당하는 상태입니다. 반항은 고객서비스팀이란 이름으로 치장한 진압군의 강력한 탄압에 직면하게 되죠. 저항과 진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의 뒷처리는 모두 비상대응반과 동운의 몫입니다. 이들의 강행군을 뒷받침해주는 리사이클러들이 딸려 있지 않다면 목숨까지도 위험한 상황이죠.. 더군다나 동운은 췌장암까지 앓고 있고 말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몸처럼 움직여야 할 인간과 리사이클러... 그런데 동운은 자신의 리사이클러 기한에게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결국 자신의 참혹했던 과거 행위와 연결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의 운명 또한 비극을 예견합니다.

쥐독, 사사기와 비교한다면 결말이 너무나 허망한건 비슷하지만 더욱 슬프게 느껴집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득권 층만이 우대받는 상황이 이 소설 속에서도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죠.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최악의 미래 또한 우리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마침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 과정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상황에서 읽게 되니 더욱 실감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3부작 완결... 작가님께도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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