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먀콘 프로젝트 -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우수상
허관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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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먀콘은 러시아 영토인 시베리아의 한 지역명입니다.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50도이며 관측 사상 최저 기온인 영하 71.2도를 기록한 적이 있는 그야말로 동토 중의 동토입니다. 놀랍게도 이 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허관 작가의 장편 소설 '오이먀콘 프로젝트'는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기후 위기에 따른 이상 고온과 자연 재해가 현실화된 근미래, 벌써 수억 명의 인구 들이 재해와 기근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정 지역이자 추위의 대명사였던 시베리아가 인류 생존의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오이먀콘에 수백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신도시가 대안 거주 지역으로 건설됩니다.


그러던 와중 별안간 세계 기후 위기를 측정하던 과학자 일군이 거의 동시에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주인공인 한국계 독일인 엠마 박사 또한 암살자들의 표적이 되죠. 그녀를 구한 건 북한 출신 미국 정부 용병인 KG1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고령에다가 치명적인 파킨슨병 말기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들이 암살 위협을 피하면서 점차 음모의 실체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재미를 이루는 서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이들이나 단체가 여럿 등장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 집단 등이 등장하는 스케일이 꽤 큰 소설이기도 하죠.

작가는 기상청에서 무려 24년 간이나 근무했던 경력자인데 풍부한 기후 관련 경력을 이 소설 속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설적 재미도 상당히 갖춘지라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기후위기, 이제는 먼 미래가 아닌 현재입니다. 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RE100 등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심지어 내용조차 모르는 이들이 전 세계 각 국의 지도자로 앉아 있고 이를 지지하는 이들이 넘쳐 나는 상황이기에 근미래를 그려낸 이 소설 또한 꽤나 현실감 있게 다가오더군요..

이런 류의 작품이 보다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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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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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최고 명문 대학인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종신 교수로 재직 중인 피터 버크의 새로운 책, 무지의 역사... 역사와 문화사를 연구한 학자답게 단순하게 상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거의 학술 논문에 준하는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독자에게도 상당히 쉽게 읽힌다는 것이 장점인 책입니다.

무지, Ignorance.... 사실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학술적이고 역사의 세세한 부분과 사례까지 다뤄낸 책을 일상에서 접하긴 어려웠죠.. 사실 장거리 출장 중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어쩌다 손에 잡게 되니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책입니다.

워낙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현재의 시대에 개인이 모든 정보를 다 알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때론 개인의 무지, 집단적 무지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합니다. 역사상 종교가 끼친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고 이는 과학으로 규명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무지에서 초래 되었습니다. 타종교에 대한 적대적 태도, 마녀사냥, 대중에게 이뤄질 수 없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또한 금전적 갈취 등은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잘못된 지도자를 뽑는 것 또한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무지함 속에서 그를 뽑아줬던 대중이 고스란히 져야 하죠.. 히틀러를 뽑아줬던 독일 국민들이 어떤 고난을 겪었던가요..... 성별 문제, 종교, 과학, 전쟁, 비즈니스,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무지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며 인류의 발전을 막습니다.

가장 나쁜 무지의 형태는 의도적, 정치적으로 조성되거나 선택하는 무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 음모론부터 기후 위기 허위 주장 등이 여기에서 기인한다 하겠네요.. 이런 무지에 휘둘리는 한 앞으로 좋은 꼴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자칫하면 어려운 학문적 탐구로 빠질 수 있음에도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저자의 전문적 지식이 합쳐지니 오히려 읽기 상당히 편한 책이었습니다. 그간 전혀 몰랐던 부분에서의 상식도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간의 인류사 자체가 평탄하게 흘러온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런 굴곡이 인류의 무지에서 상당 부분 비롯되었다는 것은 사실 놀랍지도 않은 일이죠.. 이 책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경고이자 반성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 스스로 무지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성찰의 책이기도 합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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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달달북다 4
이희주 지음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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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부터는 퀴어 장르입니다. 달달북다에서 로맨스 시리즈로 계속 펴내고 있는 단편 소설 단행본... 이번이 네번째 책입니다. 칙릿, 퀴어, 하이틴, 비일상 등 네 개의 장르와 결합하여 한 장르당 세 권씩을 펼쳐내고 있으니 퀴어물로서는 이 책이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죠..

퀴어 장르는 사실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분야는 아닐 것입니다. 반감을 가진 분들도 상당하겠죠. 그럼에도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어떻게든 포용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혐오를 내세우는 이들은 오히려 그들 스스로가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겠죠..


작가는 팬픽 소설을 써 본 경험으로 본인에게 다소 생소한 장르를 어느 정도의 반전을 곁들여 깔끔하게 그려냈습니다. 죽은 이, 또는 천사(?)를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설정은 판타지 장르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단편 시리즈답게 이 소설 또한 70페이지를 넘지 않는 분량이지만 로맨스물로서 충분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도쿄에 사는 19세 소년 나루세 소우는 다섯살 때 겪은 지진 이후 죽은 망자를 직접 보게 됩니다. 그런 그를 이해해주는 것은 3시간 먼저 태어난 쌍둥이 누나가 유일했죠. 소설은 소우가 누나에게 자신이 겪게 된 사랑을 고백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소설 말미 누나의 행방과 정체가 밝혀지는 반전 부분은 정말 참신하게 느껴집니다. 아울러 소우 주위를 맴돌던 첫사랑 유령의 정체 또한 함께 밝혀지죠.

가슴 아프지만 결론적으론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이로서 그간 간행된 네 권 중 세 권째 작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단편이 가진 짧은 내용이 주는 아쉬움은 다소 있지만 모두 재미 면에선 뛰어난 소설 들이었습니다. 이번 소설 역시 퀴어물의 형태를 띄곤 있지만 판타지에 가까운 로맨스로 볼 수 있는 감각적인 작품이었죠.. 앞으로도 시리즈로 계속 나올텐데 가급적 모두 찾아 읽어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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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권병민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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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 자체가 이 책이 무엇을 그려냈는가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스스로도 디지털 비지니스의 한축을 담당하는 권병민 작가의 소설 '인플루언서'입니다.

몇십년 간 상품 마케팅, 홍보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TV 광고로 대표되는 매체 홍보였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세상의 도래는 광고,홍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일방적이고 한방향으로만 진행되는 TV 광고가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게 된 것이죠..

인플루언서... 영향을 끼치는 자라는 영어 표현이고 마케팅적인 측면에선 신조어이기도 합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 X 등에서 활동하며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며 이 관심을 활용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까지도 병행하는 이들을 일컫습니다. 직접 상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지는 않지만 소비자의 구매욕을 불러 일으키는 매개 역할을 하는 이들이죠.


마케팅 에이전시에 입사한 인플루언서 주현의 활약과 성공담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보다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홍보가 무엇인지 그 정석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현은 화장품, 푸드, 케이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홍보 활동을 여러 인플루언서들과 협조하여 큰 성공을 이뤄내죠. 이 와중에 어떤 방식으로 협업, 공조가 이뤄지는지 정말 실제 현장 그대로를 보여 줍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인플루언서 세계가 어떠한 것이고 어떻게 굴러가는 것인지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세계도 일반적인 인플루언서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팔로어 수는 적더라도 특정 분야에 특화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나노 인플루언서 등이 존재하고 이들 또한 그 전문성에 따라 마케팅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양방향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잡은 시대입니다. 여러 독립 매체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지만 끝없이 팔로어들과 소통하고 이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 들이 광고에 나오는 연예인 못지 않은 위상과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던 인플루언서 세계를 이 책을 통해 한층 가깝게 들여다 본 듯 해서 좋은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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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덜룩해도 아름다워 - 떠돌이 개 스펙과 함께하는, 유쾌하고 시끄럽고 가슴 아린 날들
릭 브래그 지음, 황유원 옮김 / 아카넷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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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브래그... 미국의 언론인이자 논픽션을 주로 쓰는 작가이며 퓰리처상 수상에 빛나는 인물입니다. 1959년 생... 한국 나이로 환갑을 훌쩍 넘은 나이죠,,, 암, 신부전, 심부전 등을 앓고 있기에 고향인 앨러배마 주로 낙향해 80대 어머니와 근처에 사는 형의 가족과 농장 일을 함께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글 쓰기를 쉬지는 않고 있네요..

이 분의 평온할 것만 같던 전원 생활에 어느날 갑자기 껴든 녀석이 바로 떠돌이 개였던 스펙입니다. 저자가 일생 겪었던 수 많은 개들과는 비교 불가의 녀석이죠. 한마디로 스펙은 온갖 사고는 다저지르고 다니면서도 미안한 구석이 전혀 없는 '망나니' 개입니다. 이 책은 스펙과 겪게 되는 일화를 중심으로 어머니, 형을 비롯한 가족 들과의 유대를 진솔하면서도 굉장히 유머스럽게 그려낸 자전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펙은 참으로 다양하게 사고를 치고 다닙니다.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농장의 고양이, 당나귀, 다른 개들을 괴롭히는데는 한마디로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떠돌이 개와 일기토도 불사하기에 여기저기 안다친 곳이 없습니다. 심지어 죽은 짐승의 사체를 태연히 집으로 끌고 들어와 온 가족을 질색하게 만드는 일도 서슴치 않습니다.

예전 활기찬 시절이었다면 제대로 된 훈련을 시도해 봤을 작가이지만 이제는 그저 지켜보며 더 큰 사고를 치지 않기를 기도할 따름입니다. 제대로 훈련을 시켜봤자 어차피 안될 넘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구요..

그렇지만 이 망나니 개 스펙은 서서히 가족 들의 마음 속으로 파고 들어 갑니다. 온갖 말썽을 골라서 하는 녀석이지만 가족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만큼은 남다르게 형성되었고 어머니의 외로움, 췌장암이 찾아온 형의 고통을 스펙은 완전히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매일처럼 스펙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고 다니는 가족들이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 스펙은 이제 또 하나의 가족으로 존재합니다.

굉장히 재밌게, 위트 있게 스펙과의 생활이 묘사됩니다. 읽는 내내 재미뿐 아니라 소소한 감동 또한 쌓여가는 책이었습니다. 왠만한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히더군요. 역시 퓰리처 상은 아무나 타는 상이 아닌 듯 합니다. 어쨌든 작가의 가족은 스펙을 통해 웃음과 위안을 얻게 됩니다. 이 정도 효과라면 떠돌이 개 한마리쯤 자신의 인생에 들여 놓는 것도 전혀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스펙은 여전히 망나니 짓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요..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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