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최고 명문 대학인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종신 교수로 재직 중인 피터 버크의 새로운 책, 무지의 역사... 역사와 문화사를 연구한 학자답게 단순하게 상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거의 학술 논문에 준하는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독자에게도 상당히 쉽게 읽힌다는 것이 장점인 책입니다.
무지, Ignorance.... 사실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학술적이고 역사의 세세한 부분과 사례까지 다뤄낸 책을 일상에서 접하긴 어려웠죠.. 사실 장거리 출장 중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했던 책인데 어쩌다 손에 잡게 되니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책입니다.
워낙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현재의 시대에 개인이 모든 정보를 다 알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때론 개인의 무지, 집단적 무지는 엄청난 비극을 초래합니다. 역사상 종교가 끼친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고 이는 과학으로 규명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무지에서 초래 되었습니다. 타종교에 대한 적대적 태도, 마녀사냥, 대중에게 이뤄질 수 없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또한 금전적 갈취 등은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잘못된 지도자를 뽑는 것 또한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무지함 속에서 그를 뽑아줬던 대중이 고스란히 져야 하죠.. 히틀러를 뽑아줬던 독일 국민들이 어떤 고난을 겪었던가요..... 성별 문제, 종교, 과학, 전쟁, 비즈니스,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무지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며 인류의 발전을 막습니다.
가장 나쁜 무지의 형태는 의도적, 정치적으로 조성되거나 선택하는 무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백신 음모론부터 기후 위기 허위 주장 등이 여기에서 기인한다 하겠네요.. 이런 무지에 휘둘리는 한 앞으로 좋은 꼴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자칫하면 어려운 학문적 탐구로 빠질 수 있음에도 풍부한 역사적 사례와 저자의 전문적 지식이 합쳐지니 오히려 읽기 상당히 편한 책이었습니다. 그간 전혀 몰랐던 부분에서의 상식도 충분히 쌓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간의 인류사 자체가 평탄하게 흘러온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런 굴곡이 인류의 무지에서 상당 부분 비롯되었다는 것은 사실 놀랍지도 않은 일이죠.. 이 책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경고이자 반성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 스스로 무지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성찰의 책이기도 합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