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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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한국 내에서 딱히 설명이 더 필요한 작가는 아닙니다. 이미 그의 소설 수십 권이 한국어판으로 나와 있고 그 중 여러 편이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단언컨데 21세기 들어 한국에서 가장 지명도가 큰 일본 작가가 아닌가 싶네요. 근래 들어선 하루키조차도 밀린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희한한 점이 제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그 두께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읽다 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100여 페이지씩 넘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소설 또한 7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이었지만 읽는데 이틀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더군요.. 그만큼 서사의 전개나 등장 인물의 캐릭터, 그리고 인물간 대사를 맛깔나게 풀어가는 작가이죠..

이 소설은 무려 20여년 전인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주간문춘에 연재된 작품을 단독 소설로 발간한 책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시점과의 거리감을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대학 졸업 후 10여 년이 흐른 현재 미식축구 동호회 모임이 열립니다. 매년 한번씩 모이는 OB 모임이죠.. 당시 여성 매니저였던 미쓰키로부터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됩니다. 남성으로의 성전환 소식과 함께 알려준 살인 사건....


동호회 회원 들 중 일부는 미쓰키를 감옥에 보내지 않고 지켜내기로 결심합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그녀, 아니 그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소설은 이런 추리적 요소 이외에도 성소수자 문제, 남여 젠더 문제 등을 적나라하게 다룹니다. 선진국인 일본이지만 여성의 지위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그닥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들은 번민하고 갈등하고 또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됩니다..


세상을 남과여, 또 다른 계급으로 나누고 있는 작금의 우리 사회에도 시사할 점이 분명히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한국에서도 초특급 인기를 누리는 비결이 이 소설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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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석학들, 우크라이나 사태를 말하다 : 촘스키 편 우크라이나 사태를 말하다
김선명 지음 / 뿌쉬낀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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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실 서방 언론의 잣대에 맞춰 우리의 시각을 재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우 전쟁의 경우만 봐도 러시아와 푸틴은 악마, 젤렌스키는 그에 맞서 싸우는 영웅...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 들은 약소국을 돕는 천사 국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 우리나라를 뿌듯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죠..

이런 일방적 관점을 여지 없이 부숴주는 것이 그 자신이 우크라이나계 유대인이면서 미국 시민인 94세의 노엄 촘스키 교수입니다. 또한 외교의 달인이라 불리우는 헨리 키신저를 비롯한 여러 미국의 석학 들이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희생자를 낳은 2차 대전은 사실 독일과 소련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독일 전력의 80%가 소련에서 증발했고, 5천만 명이 넘는 희생자 중 소련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무려 2천5백만 명의 희생자를 낳은 국가입니다. 원자폭탄을 맞아 헤매던 일본을 최종 끝장 낸 국가도 소련이었죠.. 소련에 점령 당하느니 미국에 항복하는게 낫다라는 의견이 주축국 들의 기본 입장이었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육군 절반을 상대해 묶어 놨던 국가는 중국이었고 소련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가 나온 국가입니다.

공산주의 노선을 걷는 나라였음에도 이후 소련과 중국은 당시의 공로를 인정 받아 유엔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게 됩니다.

이 와중에 소련은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면서 사회주의를 포기하게 되고, 중국 역시 경제적으론 자본주의 시장에 동참하게 됩니다.

나토는 공산주의 국가였던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럽의 군사동맹체입니다. 소련은 해체되면서 오히려 나토 가입을 원했고, 유럽내 모든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이를 원치 않았던 나라가 있었죠. 바로 미국입니다..

유럽과 러시아가 한통속이 되어 중립적 블록으로 가게 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선 재앙이었습니다. 세계에 미치던 영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죠.. 사실상 미국의 국부를 이뤄내는 군수업체, 에너지업체 등의 이익이 모두 나눠질 판이었으니까요.


이후 나토는 러시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12개 국에서 시작된 동맹체를 무려 30여개 국가로 확대하며 러시아를 압박하는 노선을 취했습니다. 나토 자체가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또한 개혁개방 당시 소련과 서방 측이 행한 약속을 미국이 앞장서서 위반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러시아는 결국 자신과 국경을 접하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만큼은 중립국으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최후 통첩을 고했지만 미국은 집요하게 우크라이나를 나토로 끌어들이려고 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소련의 경제를 파탄 시켰 듯,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국력을 소모시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고 미국의 국부나 영향력이 계속 유지되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인들이 희생 당하는 것은 러시아가 약해지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라고 촘스키 교수는 분석합니다.

극우 정치인인 푸틴이 러시아 최고 통수권자에 올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명백한 전쟁 범죄입니다.... 이 자체를 촘스키 교수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전쟁의 이면에 강대국, 특히 미국의 이익이 깊게 개입되어 있고 현재 누구보다 웃으며 좋아하는 국가는 자신의 조국인 미국임을 촘스키 교수는 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를 처벌할 생각만 하지 말고 단 한 사람의 우크라이나인이라도 구하라는 노교수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저 역시도 그간 가져왔던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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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승무원 일기
제제 씨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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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159cm의 키를 가진 승무원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비행기 승무원의 키와는 다소 거리가 있죠. 대한민국 여성의 최근 평균 키와 비교해 보아도 조금 작게 느껴지는 키입니다.

아예 지원 자격조차 주지 않는 항공사도 많습니다.

그러나 159 제제씨는 현재 당당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는 현직 승무원입니다


정확한건 아니지만 유니폼 이미지나 업무상 다녀온 곳을 종합해서 살짝 유추해 본다면 그녀는 현재 제주항공에 근무하는 듯 합니다. 동남아, 일본 출장이 잦았던 저에겐 나름 친숙한 LCC 항공사입니다. 그렇지만 유심히 보지 않아도 눈에 띄일 159cm 정도의 키를 가진 승무원은 아직 본 적이 없는 듯 합니다. 다음에라도 혹 마주친다면 반드시 격려를 해주고 싶네요..


에세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책이고 문자 컨텐츠도 많이 포함된 책이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아이패드에 직접 그렸다는 삽화들이 매 페이지마다 빼곡하게 들어가 있어 웹툰을 보는 느낌조차 드는 에세이입니다.

작은 키의 그녀가 비행 중 겪은 에피소드에서부터, 승무원 준비를 하면서 겪었던 애환, 그리고 그녀만의 일상 생활 등이 예쁜 삽화와 함께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실 상단 짐칸에 캐리어 넣는 일을 제외하고 항공기 내에서 키 작다는 이유로 못해낼 일은 전혀 없습니다. 짐 자체도 승무원이 아니라 승객 스스로 올리고 내려야 하는게 맞는 것이구요.. 조금 불편이야 하겠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숙련된 크루입니다.


승무원의 소위 '쪽'진 머리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다는 점, 코로나로 정말 많이 힘든 직업이 승무원을 비롯한 바로 항공업계에 있던 이들이라는 것, 자신이 발을 밟히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죄송합니다를 내뱉는 '직업병'이 있다는 등등의 에피소드는 꽤나 재미있게, 또는 웃픈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사실 제제씨의 그림이나 글이 워낙 재치 만점이기에 굉장히 읽는 재미를 더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승무원이란 자신의 직업을 정말 사랑하기에 앞으로도 꽤나 오랫동안 그녀의 일기는 계속될 것이라 믿습니다. 후속편도 함께 기대하면서 키 작은 그녀의 분투를 진심으로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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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고블 씬 북 시리즈
송경혁 지음 / 고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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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의 고블씬북 시리즈... SF 괴기 스타일 중편 소설을 꾸준히 출판 중에 있습니다. 사실 출판사 입장에서 크게 돈 되는 분야도 아닐텐데 이런 시도를 해주는 것에 관련 쟝르 매니아로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벌써 7권째인데 절반 정도를 읽은 듯 합니다.

요번에 읽은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코믹 모험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 제목과 달리 소설은 불과 100여 페이지에 불과한 중단편이라고 볼 수 있죠..

작가부터가 충청북도 청주 출신이고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역시나 고블씬북 시리즈의 특성처럼 짧지만 속도감 있는 서사 전개로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특이한 혈액형을 가지고 있는 영향으로 늘 입에서 마늘 썩는 냄새가 나는 주인공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같은 체질의 외삼촌과 잠시 살아가다 결별하는 등 방황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기에게 잘 대해준 고향 친구 상일의 농사일을 돕고 있죠..

어느날 유럽에서 발생한 괴기한 전염병이 자신의 마을까지 침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 국제적인 제약회사가 끼어 들고, 삼촌과 악연을 가진 건달 불곰까지 개입하면서 소설은 일대 활극으로 변모합니다. 주인공이 가진 특이 혈액은 이 전염병 사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죠..

뱀파이어란 괴기물의 단골 소재를 대상으로 쓴 소설임에도 전혀 공포스럽거나 잔혹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코믹한 면도 적지 않았고 결론도 돌아가지 않고 직선적으로 풀어 주었기에 성인뿐 아니라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벌써부터 다음에 나올 고블씬북 시리즈가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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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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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회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었습니다. 이 문학상은 불과 35세의 나이로 요절한 작가이지만 메밀꽃 필 무렵 등 한국 문학사에 불멸의 흔적을 남긴 이효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입니다. 단편 작품 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2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보니 많은 유명 작가들 역시 이 상을 거쳐 갔습니다. 성석제, 정이현, 구효서, 정지아 등 다른 작품으로도 익숙한 작가 이름이 눈에 띄네요...

이러한 귄위 있는 상의 심사를 통과해 입상하고 그것도 대상으로 수상되었다면 당연히 믿고 읽을 수 있는 기대작이겠죠.. 이상 문학상과 중복 수상한 백수린 작가의 '아주 환한 날들'을 제외하곤 모두 최초로 접하게 된 신작 들이더군요..

일부러 대상을 수상한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를 제일 나중에 읽어 봤습니다.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들 역시 꽤나 재밌고 빠르게 읽히더군요. 팬데믹 시대임을 반영하듯 '포기'나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려져' 같은 작품은 코비드19가 작품의 소재로도 쓰이더군요.. 사실 의도적인 것은 결코 아니었겠지만 이 번 수상집에도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사실 모든 수상 작가들이 여성 들이었습니다.

자선작을 기증해 주신 이서수 작가 역시 작년 대상을 탄 여성작가였구요.. 당연히는 아니겠지만 그러하기에 작품 들은 세심하면서도 무언가 사려 깊음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주인공이나 각 등장 인물의 심리 묘사 또한 탁월했습니다..

작품에 대한 심사 위원들의 해석만 살짝 보더라도 제가 느꼈던 점과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5명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김멜라 작가의 '내 꿈 꾸세요'라는 작품.. 기대 했던 이상의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원하는 죽음은 성취하지 못하고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한 그녀가 자신을 마중 나온 챔바란 이와 함께 자신의 죽음을 발견해 줄 이를 찾기 위해 다니는 여정을 그려냈습니다.

무언가 몽환적 분위기를 느끼게 하면서도, 한편으론 덧없게 살다 가는 인간의 삶을 군더더기 하나 없는 언어로 잘 표현해냈더군요.. 친구, 연인, 그리고 가족까지 그녀는 누구에게 꿈으로 알려야 할지 끝까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번뇌를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역시 왜 대상으로 선정되었는지를 확실히 입증해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김멜라.. 필명이지만 외우기도 쉬운지라 꼭 기억해 놓아야겠습니다.

불과 7편의 단편 소설 모음이었지만 읽는 내내 재미를 주었습니다. 학창 시절 메밀꽃 필 무렵을 읽으면서도 이런 재미를 느꼈을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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