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호텔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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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하라다 히카 저자(이소담 옮김)의 <노인 호텔>



“지금을 놓치면 한동안 죽을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지쳤어, 더는 못 견디겠어. 슬슬 죽고 싶어… 돈이 없어지기 전에.“

이 소설은 20대 여성 엔젤이 70대 건물주 미쓰코를 만나 자립하는 과정을 배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엔젤은 아이 일곱을 줄줄이 낳고 방치한 채 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히무라 가의 막내딸이다. 부모는 낳기만 하고 무책임하여 일곱 명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각자도생의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만 했다. 엔젤 역시 살면서 알아야 할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채 10대 때 집을 나와 이런저런 일을 하며 떠돌다 호텔 프론까지 오게 되었다. 이 호텔 1층에는 주로 노인들이 장기 숙박을 하고 있는데, 요양원에서 세상과 단절되어 생을 마무리하느니 하루라도 뜻대로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호텔을 택한 것이다. 호텔 입장에서는 주거 대안으로 장기 투숙하고 있는 이 노인들이 골칫거리다. 하지만 엔젤은 동료 야마다씨를 도와 일을 하면서 노인들과 친해지며 그들을 통해 인생 살아가는 법에 대해 조금씩 배워나가기 시작하는데..


104호 오키 도시하루 - 73세 남성, 거동 가능, 11시 30분까지 청소를 끝내야 함.

106호 다와라 고조 - 78세 남성, 거동은 가능한데 귀가 어둡다. 말을 시키면 끝이 없으니 청소할 때는 대답만 짧게, 맞장구 칠 때는 큰 소리로.

107호 아베 사치코 - 84세 여성, 거동 가능, 오전에 산책하는 동안 청소할 것, 책상 위에 물건을 건드리면 화를 내니 주의.

108호 아야노코지 미쓰코 - 78세 여성, 거동 가능, 일주일에 한 번 외출할 때 빼고 방에만 있다. 반드시 방에 있을 때만 청소할 것.


하라다 히카 - 1970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2005년 ‘리틀 프린세스 2호’로 제34회 NHK 창작 라디오 드라마 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고 방송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2007년 ‘시작되지 않는 티타임’으로 제31회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도서로는 ‘76세 기리코의 범죄일기’, ‘낮술’(전 3권), ‘할머니와 나의 3천 엔’, ‘도서관의 야식’ 등이 있다.



가정, 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엔젤이 호텔 프론에서 숙박하고 있는 인생 경험이 많은 노인분들과 가까워져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책의 3분의 2 지점부터 이야기가 깊어지는데, 부자가 되는 방법을 배운다기 보다 살아가기 위해 마련해 두어야 할 최소한의 돈,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절약, 삶의 태도, 마음가짐 등에 주목하여 다룬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 2년 전에 읽었던 비슷한 내용을 다룬 박지수 작가님의 ‘나의 꿈 부자 할머니’ 책도 떠올랐다.(투자 방법에 관해 다루는 부분) 또한 이 소설은 은퇴 이후 행복한 노년의 삶을 보내려면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리 준비해둬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보게 만든다는 점에 있어 참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어떻게 노후를 보낼까’, ‘혼자가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등은 최대 담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엔젤의 인생을 구원해 준 멋진 할머니 미쓰코씨와 그들의 짧았지만 강렬했던 인연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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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에서 봐 서사원 영미 소설
빅토리아 비누에사 지음, 신혜연 옮김 / 서사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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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빅토리아 비누에사 저자(신혜연 옮김)의 <금성에서 봐>



“있잖아, 난 다음 생은 금성에서 태어날 거야. 그곳에는 아픔도, 비극도, 죽음도 없으니까.“


이 소설은 각자의 트라우마와 아픔을 안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 두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다. 주인공 카일과 미아가 번갈아가면서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소년 카일은 자신의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로 가장 친한 친구를 떠나보냈다는 아픔이 있는 소년이다. 그는 자신을 옥죄는 절망감, 죄책감이 너무 괴로운 나머지 고통을 끝내기 위해 자살을 결심한다. 그가 폭포 아래로 뛰어내리려던 그때, 선천적 심장 질환이 있는 소녀 미아가 이를 발견하고, 방해하여 실패로 끝난다. 그런데 갑자기 미아는 카일에게 함께 스페인 여행을 같이 가달라며,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살하려 했다는 걸 부모님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을 한다. 부모님께 상처주고 싶지 않았던 카일은 어쩔 수 없이 미아를 따라 스페인행 비행기에 오르고, 미아의 비밀과 스페인에 가고 싶어했던 이유를 알게 되는데..



빅토리아 비누에사 - 스페인 출신의 다국어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이자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쓰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있다. 프랑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의 여러 주 등 다양한 곳에서 살아온 경험과 전 세계 절반을 여행한 경력, 그리고 심리학자로서 전문적인 훈련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캐릭터의 다면적인 특성,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그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금성에서 봐’는 저자의 데뷔 소설로 15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내 생각에 내가 거장 겁나는 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죽는 거야.” p287


“내 하늘에는, 다른 별들보다 훨씬 밝게 빛나는 별이 하나 있지.”

“만일 잘못되면, 카일, 금성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p362


“오랫동안 의학을 공부하면서 깨달은 건, 어떤 수술로도 상처받은 마음은 고쳐 줄 수가 없다는 거야. 오직 사랑만이, 오직 주는 사랑만이 그걸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받기를 기대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p397


“미아가 금성에 갈 수 없으면,“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금성이 미아한테 와야 하지 않겠어?“ p446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인 영화 ‘See You on Venus’의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영상보다 글로 읽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로 먼저 읽을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뻤다. 우선 트라우마와 아픔, 상처를 가진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희망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인생에 있어 이런 귀한 인연을 만나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작가님께서 카일과 미아의 감정, 심리 상태, 성장을 너무 아름답게 그려내어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때로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는 묵직한 서사도 나오는데, 10대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깊고 서로 의지하며 어른스럽게 잘 이겨나가는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아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된 배경지가 스페인이라서, 주인공들과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이는 작가님께서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가이시기도 해서 다양한 곳에서 살아온 경험과 여행한 경력이 풍부하여 더욱 섬세한 묘사가 가능했을 것 같다. ‘See You on Venus’ 영화도 작가님께서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하는데, 이번 주말에 꼭 봐야겠다. 여행을 통한 성장을 곁들인 풋풋한 청춘 로맨스 소설 한 편을 읽고 싶다면, ‘금성에서 봐’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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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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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저자(김보람 옮김)의 <시간의 계곡>


이 소설은 서쪽으로는 20년 전의 과거가, 동쪽으로는 20년 후의 미래가 끝없이 이어지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마을과 마을 사이는 철책으로 단절되어 있어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다. 오직 고위 공무원인 자문관의 허가를 받아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을 달래기 위한 애도 여행으로 비밀리에 과거나 미래의 마을을 방문할 수 있다.


주인공 오딜 오잔은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은 아픔이 있지만, 다른 마을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과거나 미래를 방문한다고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소녀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동쪽 마을에서 온 방문객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들이 바로 사랑하는 에드메의 부모님인 것을 알아챈다. 이로써 에드메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일어날 사건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 시간의 흐름을 바꾸고 마을 전체에 혼돈과 절멸을 초래할 수 있기에 쉽게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목차

1부 - 16살의 오딜 오잔이 자문관 후보생으로 선정되어 심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 이야기

2부 - 20년 후 36살의 오딜 오잔이 헌병으로 일하며 겪게 되는 일들을 다룬 이야기

감사의 말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작가님께서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겪은 뒤 ’미처 작별 인사를 할 수 없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주제로 쓰게 된 작품이라고 한다. 따라서 ’시간 여행‘이라는 환상적인 장르적 요소를 활용하여 선택의 딜레마, 피할 수 없는 상실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물의 감정, 마을 풍경 등 묘사가 섬세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가 전개되어 영상으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이미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영상화 계약이 완료된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님께서 시간과 감정, 문학을 연구하는 철학자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작품에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에 관해 깊이 있는 사유를 하기 좋은 예문과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계속 고민하고, 생각해 보면서 읽느라 다른 책들보다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실제로 과거나 미래로 애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 애통한 마음을 과연 얼마나 달랠 수 있을까 싶지만,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떠나보냈을 때에는 이 시간이 꼭 필요하고, 간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다가 이전에 읽었던 무라세 다케시 작가님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도 떠올랐다.


오딜이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것과 질서에 순응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을 할 때,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지도 생각을 해봤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딜과 같은 고민과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선택의 딜레마 속에서 끊임없이 후회하고,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지만, 결국에는 내 의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는 이 선택이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하는 실수나 사고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인간이니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자 아름다운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놀라운 작품이 작가님의 첫 소설이라는데,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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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린팅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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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린팅이 저자(허유영 옮김)의 <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이 소설은 타이페이 평범한 일본식 이자카야 후보쿠에서 은밀한 범죄조직 다크펀 조직원들이 절망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의뢰인들의 운명을 바꾸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뢰인들이 완벽한 인생을 얻기 위해서는 세 가지 대가가 따른다. 첫째, 전 재산을 내놓을 것. 둘째, 인생을 훔치고 싶은 롤 모델이 있을 것. 셋째, 그 인생의 장단점을 모두 수용할 것.

원하는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의뢰인들이 다크펀의 문을 두드린다. 시나리오 작가 허징청이 새로운 인생 시나리오를 쓰면, 의뢰인은 그 시나리오를 가지고 후보쿠의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문이 닫히고 시간이 흘러 의뢰인이 다락방에서 나오는 순간 곧바로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다. 다락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는 다락방에서만 만날 수 있는 얼굴 없는 감독이 마법을 부린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곳에서 운명이 재창조된다고 믿는데..

차례

1장 트랙을 달리는 여자

2장 두 얼굴의 교사

3장 맥베스 부인

에필로그

번외편_거인의 고민



1장 - 잘나가는 의사 아내 샤오윈의 인생이 부러워 자기 인생과 바꾸고 싶어 하는 린위치의 이야기

2장 - 어린 시절 왕따를 당해 그런 자신의 삶을 아들에게 되물림 하고 싶지 않은 영어 교사 왕푸런의 이야기

3장 -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빚을 졌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어 극장과 바를 오가며 일하는 류샤오위의 이야기

린팅이 - 1986년 대만 타이중 출생. 소설가, 대만미스터리작가연합회 회원. 메디컬센터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주로 미스터리, 판타지 요소가 풍부한 작품을 발표한다. 인터넷에 올렸던 소설이 입소문을 타면서 큰 반향을 일으켜 일약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부산국제영화제 스토리 마켓에 대만 대표로 참가했으며, 문화부, 문책원 등 대만 정부가 수여하는 유수한 상을 수상한 역량 있는 작가다.


사실 소설 제목만 보고 어두운 내용의 미스터리 소설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인생, 그리고 행복과 불행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깊은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어서 더욱 인상 깊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인생에 관한 교훈을 주는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 제목을 좀 더 밝게 또는 내용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담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님께서 메디컬센터에서 근무한 경험, 작가로 일하고 있는 커리어를 내용에 잘 담아 독창적인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신 것 같다. 살다 보면 나보다 더 잘난 누군가의 인생이 부럽고, 질투 날 때가 있는데, 그런 마음을 누그려뜨려 주고, 완벽한 인생은 없음을, 모든 인생에는 명암이 서려 있음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고, 내 인생에 좀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품인 것 같아 좋았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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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백의 길
메도루마 슌 지음, 조정민 옮김 / 모요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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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혼백의 길'은 '행동하는 작가'로 알려진 '메도루마 슌'이 십 년 만에 내놓은 네 번째 소설집이며, 오키나와 전쟁을 둘러싼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키나와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건인 오키나와 전투는 1945년 4월 1일에 시작하여 81일간이나 계속된 태평양 전쟁 후반기 오키나와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를 말합니다.

특히 올해는 오키나와 전투가 일어난 지 80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섬에 아직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군 기지와 자위대 기지가 집중돼 있는 오키나와는 류큐 열도 전체가 중국에 대항하는 군사 요새가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1997년 일본의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고, 2023년 한국의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하며 동아시아에서 가장 주목할 작가로 자리를 굳힌 메도루마 슌은 이번 소설집에서 오키나와인들의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진 전쟁의 기억과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차례

한국어판에 붙여

혼백의 길

이슬

신 뱀장어

버들붕어

척후

옮긴이의 말


1) 혼백의 길

오키나와 전쟁에서 남부로 후퇴하던 중 여성과 갓난아기를 죽음에 이르게 한 '나'의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다룬 이야기

2) 이슬

항구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일꾼들이 종군 경험을 털어놓는 이야기. 전쟁에서 한 방울의 물이 없어 수많은 이들이 죽어갔으며, 따라서 군인들은 어쩔 수 없이 벌거벗은 시체 주위에 떨어진 이슬을 핥았다고 함


3) 신 뱀장어

전쟁 중 일본군 대장 아카자키에 의해 마을 주민 가쓰에이가 억울하게 살해됨. 40년이 흐른 후 가쓰에이의 아들인 후미야스가 본토에서 우연히 아카자키를 만나게 되고 사과를 요구하지만, 언쟁만 계속될 뿐 그는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모습을 보임(피해자의 입장, 가해자의 태도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

4) 버들붕어

전란 속 불의의 사고로 남동생을 잃은 가요는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림. 그러던 어느 날 가요는 남동생이 죽기 전 우물에 무심코 던져둔 버들붕어의 존재를 다시 목격했다고 믿으며, 미군 기지가 존재하기 이전의 오키나와를 상상하고 평화를 기원함(메도루마가 처음으로 헤노코 앞바다에서 한 시위 활동을 소설화한 것)

5) 척후

열다섯 살에 전쟁에 동원되어 마을을 살피는 척후병이 된 주인공이 친구의 아버지를 고발한 기억을 다룸



메도루마 슌 - 현대 오키나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960년 오키나와 북부 나키진에서 태어나 류큐 대학 법문학부를 졸업했다. 1983년 '어군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류큐신보 단편소설상을, 1986년 '평화거리로 불리는 길을 걸으며'로 신오키나와 문학상을, 1997년 '물방울'로 아쿠타가와상을, 2000년 '혼 불어넣기'로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과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23년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메도루마 슌 단편소설 선집'(전 3권)과 장편소설 '무지개 새', '기억의 숲' 등이 있다. 그 외 산문집으로 '오키나와-풀의 소리 뿌리의 의지', '오키나와-땅을 읽고 시간을 본다', '오키나와 '전후' 제로 년', '얀바루의 깊은 숲과 바다로부터' 등이 있다.

오키나와의 역사와 현실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도와준 작품이다. 표제작인 '혼백의 길'과 긴 분량의 '신 뱀장어'가 가장 인상 깊었다. 특히 '신 뱀장어' 이야기에서 일본군 대장이었던 아카자키가 억울하게 살해된 가쓰에이의 아들 후미야스에게 보이는 적반하장 태도는 어두운 현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인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상처를 받게 되는 비극적인 참상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비통함이 뒤따른다. 오키나와 전투에 관한 역사 왜곡 및 지우기, 미담 만들기 등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데, 이에 맞서 오키나와인들은 제대로 된 역사를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탐구하며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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