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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컬처블룸을 통해 리텍콘텐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저자(박예진 엮음/편역)의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_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다자이 오사무 작가님께서는 일본 문학의 탁월한 거장으로, 사람의 외로움과 절망을 깊숙이 파고든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그의 저서에는 ‘인간 실격’(1948), ‘사양’(1947), ‘달려라 메로스’(1940), ‘쓰가루’(1944), ‘옛날 이야기’(1945)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그의 글을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생각의 도구 같은 책입니다. 이미 다자이 소설을 여러 번 즐긴 독자든, 처음 이름을 접한 초심자든 누구에게나 유용한 길잡이이자 함께 읽는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이 책은 다자이의 핵심 작품에서 문장들을 선별해 “사람이 왜 이렇게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걸까”, “외로움은 우리에게 어떤 흔적을 남길까”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새롭게 배열한 인문서입니다. 각 챕터는 이야기 요약, 주요 문장, 쉬운 해설, 필사 페이지, 그리고 독자를 위한 물음으로 채워져 있어 집에서 여유롭게 필사하며 공부하듯 읽기 딱 좋습니다.
특히 돋보이는 건 다자이 작가님만의 허탈감과 자기 미움이 이 책에서 멋진 파국 묘사에 그치지 않고, 지금 사는 우리 감정에 바로 연결되도록 짜여 있다는 점입니다. 절망적인 문장 다음에 바로 생각거리와 필사 공간이 이어져, 독자는 그 어두움을 그냥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이 문장에 왜 이렇게 끌리는 걸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다자이 작가님의 대표작을 이미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잊힌 문장들이 다시 생생히 떠오르는 기쁨을 느낍니다. 과거에는 플롯과 인물의 비극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살아남으려 애쓰는 마음, 약함을 마주하는 자세, ‘살아가려는 힘’ 같은 깊은 면이 더 선명해집니다. 아직 원작을 안 읽은 사람에게는 스포일러 없이 전체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따뜻한 맛보기처럼 다가옵니다.

sentence 075
내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다. 남들에게 이해받기 위한 사랑이 아니다. 그런 비루하고 천한 사랑이 아니다. 나는 영원히, 사람들의 증오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순수한 사랑의 탐욕 앞에서는, 어떤 형벌도, 어떤 지옥의 불길도 문제되지 않는다. p107
sentence 180
거리를 걸어도 과거의 향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미시마의 색이 바랜 것이 아니라, 내 가슴이 늙고 말라버려서 그곳이 의미 없게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219
이 책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다자이 작가님의 문장을 인용-설명-생각거리-필기 순서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읽기·쓰기·자기 성찰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세심하게 꾸몄다는 점입니다. 다자이 작가님의 날카로운 원 문장을 먼저 보여주고, 그 뒤에 부드러운 해설을 붙여 왜 이 문장이 특별한지 쉽게 이해하게 합니다. 이어서 “이 문장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일까?” 같은 질문을 던져 독자가 스스로 고민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필사 공간을 마련해 직접 써보게 하죠. 이 흐름 덕분에 책 한 권으로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깊은 내면 탐구, 사유가 가능해집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짧은 시간에 마음을 채우는 데 이상적입니다.
둘째, 다자이 작가님을 ‘죽음과 파국만 상징하는 어두운 이미지’로만 보지 않고, 끝끝내 삶을 붙잡으려 애썼던 평범한 인간이자 끊임없이 ‘인간다움의 아픔’을 솔직히 기록한 작가로 순수하게 그려준다는 점입니다. 그의 작품 속 절망 뒤에 숨겨진 ‘살아가려는 의지’와 나약함을 조명해, 독자가 작가의 삶 전체를 공정하고 따뜻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로 인해 다자이 작가님이 더 멀게 느껴지지 않고, 우리와 닮은 평범한 존재로 다가와 작품의 깊이가 배가되고,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읽었던 작품들이 등장하여 감회가 새로웠고, 해설과 필사를 통해 한번 더 이해하고, 느끼고, 공부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작가님의 작품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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