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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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 그렇게 못하겠으면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속죄를 하라고!”


8월 14일, 오봉을 하루 앞둔 날 다섯명의 소녀는 학교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에, 마키, 아키코, 유카, 에미리앞에 나타난 의문의 남성.
그 남성은 본인을 도와 달라며 에미리를 데려가고 남은 친구들은 운동장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며 공놀이를 한다.
6시을 알리는 그린 슬리브스 음악이 흘러 나오자, 에미리와 의문의 남자가 자리를 비운 지 오래 됐음을 느끼고 풀장 탈의실로 가는 아이들.
그 곳에서 아이들이 맞닥뜨린 건, 머리를 탈의실 입구로 두고 두 눈과 입을 벌린 채 살해당한 에미리였다.

이 책은 전개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사에의 편지, 마키의 연설과 같은 회고, 아키코와 유카의 이야기 순서로 사건이 전개된다.
다섯 명의 시점으로 사건은 다양한 각도로 펼쳐지고 새로운 실마리가 드러난다.
이 책은 한 번 펼치면 덮을 수가 없을만큼 엄청난 흡인력과 몰입감을 지녔다.
미나토 가나에의 굉장한 필력에 이끌려가면서 ‘너무한거 아닌가. 겨우 초등학생 아이들한테.’ ‘아냐, 그럴 수도 있지.’ ‘왜 이렇게 답답한거야.’ 하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마지막 아사코의 편지같은 수기가 끝이났을 땐 허탈했고 공허했다.
그 누구의 잘못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없을만큼 촘촘하게 얽혀있는 관계.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이해가 되고, 가엾기도 했지만 가장 안타깝고 슬펐던건 역시 에미리가 아닐까.
미나토 가나에의 다른 작품인 <소녀>, <고백>, <리버스>보다도 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
몰입감이 좋고 두껍지 않은 작품이라 주변 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해지는 정말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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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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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드러나는 범인, 그러나 뒤늦게 밝혀지는 충격적 진실


책을 소개하는 포스트를 보고 끌려 주문하게 되었다.
28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라 반나절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세 시점으로 전개 된다.
호나미, 사카구치와 다니자키 형사, 다나카 마코토.
아동 살해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에게서 딸을 지키겠다는 어머니, 범인을 하루빨리 찾아내려는 형사.
범인은 꽤 빨리, 쉽게 드러난다.
범인이 드러남과 동시에 작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궁금증을 던진다.
범인이 저지르지 않은, 시신에 행한 끔찍한 짓은 누구의 짓인가.
그 궁금증을 유발함과 동시에 호나미가 주목하게 된 용의자를 등장시킨다.
그때쯤부터 나는 호나미가 짜증나기 시작했다.
수사에 혼선을 주고, 제멋대로 판단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고.
그럴 시간에 가오루 옆에 붙어 아이나 돌볼것이지라는 생각이 들며 호나미가 짜증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그때까지는, 이 책은 별점 3점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큰 반전은 두 가지라고 생각 되는데, 일단 하나는 가벼운 트릭이었다.
나도 금방 알아차리고 확신할만큼.
다니자키 형사의 말에서, 친구들의 행동에서 캐치 해낼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트릭이었지만 두번째 반전은...
그 반전이 드러나는 첫 문장에서 나는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아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모든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며 ‘성모’가 드러나는 순간, 한껏 힘이 들어가있던 어깨가 탁 풀렸다.
정말 생각도 못해봤던, 교묘한 서술 트릭에 보기 좋게 낚여버렸다.
일본 독자들 사이에선 이 서술 트릭을 두고 ‘fair vs unfair’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fair’라고 본다.
마지막 장을 다 읽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하면 엄청난 ‘fair’ 트릭이었다.
책 띠지에서 말하는 것 처럼 마지막 스무장은, 숨쉬는 것도 잊을 정도로 몰아치는 반전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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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서린 말 욜로욜로 시리즈
마이테 카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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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년전, 메모 한 장을 남긴채 가출한 바르바라, 당연히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친구가 살아있다.


네이버에서 ‘책 끝을 접다‘ 라는 이름으로 책을 추천해주는 포스트가 있다.
그곳에서 보고 재미있어보여 구매한 책.
근데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범인을, 그 포스트에서 이미 스포를 해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 어떤 전율이나 소름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책을 읽어내려갔을 뿐.
어떻게 책 추천 글에서! 분명 책을 읽고 만들었을텐데!
가장 중요한 범인을, 스포할 수 있단 말인가.
미친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일단 그렇게 김이 새서 책을 온전히 즐길 수 없었던 건 나의 개인적인 안타까움으로 두고, 책만 보자면 엄청 재미있다.
스페인 소설은 처음 읽는 것 같은데 흡입력이 좋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대화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간접화법을 사용하는데 오히려 그게 더 쉽게 빠르게 읽힌다.
개인적으로 범인과 주인공 바르바라의 관계가, 그 관계에서 일어난 각종 범죄들은 내가 극도로 혐오하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현실엔 그보다 더 한 것들도 존재하고, 이 책조차도 실화를 모티브로 한 것이니 어쩌겠는가.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은 절대, 절대 스포없이 읽어 온전한 재미와 소름을 느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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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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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 다도코로 병원에 들이닥친 피에로 가면을 쓴 괴한, 아침이 밝아올때까지 그와 함께 한다.


주인공인 하야미즈 슈고는 동료 의사이자 선배인 고자카이의 부탁으로 다도코로 병원 당직을 바꿔준다.
그런데 그 날 밤, 다도코로 병원을 습격한 피에로 가면의 사나이.
그는 자신이 편의점 강도이며, 도망치던 중 실수로 총을 쏴 여자를 다치게 했으니 당장 살려내라 소리친다.
당직의였던 하야미즈는 가와사키 마나미를 치료하고 그 병원에 있던 다도코로 사부로, 히가시노 료코, 사사키 가오루, 하야미즈 슈고, 가와사키 마나미는 피에로의 인질이 된다.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떠날테니 얌전히 있으라던 피에로의 행동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게다가 뭔가를 자꾸 숨기려고 하는 다도코로 원장과 두 간호사.
낌새를 눈치 챈 하야미즈가 병원의 숨은 ‘비밀‘을 찾아나선다.
다도코로 병원의 숨은 비밀은 누구나 쉽게 눈치챌 수 있기에 큰 반전이랄게 없었다.
그러나 그 비밀이 밝혀지고 난 뒤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과 피에로의 정체, 그리고 그 배후의 인물이 책 말미에 드러나면서 미스터리 소설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사실 이것도 어느정도 눈치 챌 수 있는 대목이지만, 논스톱으로 읽어 하야미즈의 상황, 생각에 철저히 이입 됐던 난 그 반전에 경악했다.
클로즈드 서클에 의료 미스터리라니, 신선한 조합이었고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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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농장
하하키기 호세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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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레이 병원 소아과에 발령 받은 신참 간호사 아마기시 노리코, 우연히 듣게 된 ‘무뇌아‘를 추적하다.


제목이 강렬했다.
네 글자로 이렇게 불쾌해 질 수 있을까 싶게 눈살이 찌푸려져 들었던 책이었다.
근데 웬걸, ‘무뇌아‘ 라는 이질감 넘치는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책을 펼쳤는데 술술 읽히기까지 해 그 자리에서 구매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을수록 속도가 붙는 책이지만, 왠지 읽다 멈칫 멈칫 하게 된다.
뒷 내용이 어떨지 짐작은 가지만 그래도 괜히 섬뜩했다.
이 책에서 내가 느낀 굵직한 줄기는 5갈래였다.
그 때마다, 숨고르기를 하듯 반나절, 한나절씩 텀을 두고 읽었다.
이 책은 내가 그랬듯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읽기를 추천한다.
그래서 어떤 줄거리도,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 이름도 남기지 않을 거다.
조금의 팁을 주자면, 노리코가 간호하는 소아병동의 환자 한 명도 스쳐지나가게 두지 말고 기억하라는 것.
책의 중반부까지 ‘무뇌아‘에 대해 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말미에 엄청난 혼돈이 온다.
인간의 근원을 흔드는 존재, 스치듯 들어만 봤을 뿐 접한 적 없는 존재.
하지만 존재하는 ‘무뇌아‘
개인적으로 무섭고 징그러운걸 못보지만 책을 다 읽고 용기 내서 구글에 ‘anencephaly‘를 검색해봤다.
그때 받은 온갖 감정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웬만하면 책을 다 읽은 후에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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