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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y/o/yoomi535/1_2_164.JPG)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4 빼기 3이란 제목밑에 새겨진 이 한 문장만으로도 책을 읽기 전부터 가슴 한 켠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듯한 아픔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저자의 쓰라린 고통과 상처를 조금은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무엇보다 하늘이 무너져버린 듯한 그 고통을 과연 그녀는 어떻게 참고 이겨냈을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꼭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가족의 죽음을 다룬 책인만큼 이 책은 아마도 짙게 드리워진 암흑과 어두움, 끔찍한 공포와 외로움이 가득할 것이란 짐작도 해 볼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나의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담담하고 용기있게 삶의 소용돌이를 헤치고 나아갔다. 죽음이란 공포속에서 그녀를 붙들었던 것은 또 다른 희망이었다. 처음 4-3이란 제목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이 책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이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어렴풋이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것만 같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는 아픔과 좌절을 느끼기도 하고 그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내면서 삶에 대한 진한 애정과 찬란한 희망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 고통이란 것이 때로는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 거대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4-3의 저자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의 경우도 그에 해당되는 경우일 것이다. 편안한 일상가운데 느닷없이 찾아온 가족들의 죽음은 그만큼 흔히 경험할 수 없는 너무나 커다란 아픔이자 고통이었다. 삶의 전부를 잃어버린 상실감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괴로움이었고 문득문득 찾아드는 추억과 가족들의 생생한 기억은 그녀를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했다. 남편과 두 아이를 가슴에 묻고 바라본 세상은 어쩌면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바버라가 느끼고 바라보는 세상은 이제 그녀의 아이들과 남편 헬리의 시선일수도 있는 것이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y/o/yoomi535/2_1_64.JPG)
조심스럽게 아이들의 뺨을 어루만진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너무 부드러워서 순간 움찔한다. 남편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그이의 차가운 손을 잠시 잡는다.
사랑의 물결이 밀려온다. 잠시 후, 나는 결심한 듯 서둘러 돌아섰다.
이 사랑의 느낌을 간직하고 싶다. 눈물이 그걸 지우도록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
헬리라는 이름을 가진 육체의 마지막 사진을 기억속에 담아둔다.
죽음을 수긍하고 돌아선다. 하지만 이 사랑은 가지고 갈 것이다.
이 사랑을 작별 선물이자, 모든 새로운 것을 얻을 힘으로 쓸 것이다.
-150p-
장례식 대신 피에로의 축제를 열기로 결심했던 바버라의 심정은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뛰고 소스라치게 놀랄 일이었지만 이제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토록 쉽게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고 바버라의 놀라운 생을 통해 삶에 대한 찬란한 희망과 이겨낼 수 없는 운명이란 없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든 삶의 가장 처절한 고통은 이제 남은 삶에 대한 새로운 버팀목으로 그녀를 지켜주지 않을까?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토해내고 있다.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