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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브 브라더스
스테판 앰브로스 지음, 신기수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안타깝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란 드라마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Band of Brothers가 워낙 유명한 드라마였다는 사실은 이번에 책을 읽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이 책이 나의 관심을 끌었던 가장 큰 이유는 2차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긴박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책이란 이유때문이었다. 특히나 생존대원들의 인터뷰와 각종 편지, 기고문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란 점에서 이제껏 경험했던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도 전쟁의 실상과 진정한 전우애를 더욱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을 책이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그런 이유에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단순한 재미 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생존본능과 커다란 감동을 줄 것이란 느낌에 더욱 흥미로웠던 책이었다.
각기 다른 출신지역과 성장배경을 가진 미 육군 101공수사단 제 506공수보병연대 E중대원들은 거의 대부분 평범한 시민에서 군인이 된 사람들이 많았다. 하버드와 예일대 출신이 한 명씩 있기는 했지만 농부와 광부,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과 세상 구경을 못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대공황으로 인해 다른 세대와는 달리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을 보냈고 학업을 중단한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조국을 비난하거나 외면하는 이는 없었다. 노력하는 자신을 신뢰하는 마음과 조국을 사랑하는 자존심 하나만으로 부대에 자원하게 된 것이었다. 유럽이 전쟁의 수렁속에서 시름하며 3년이란 시간을 보낼 즈음 어느덧 그들도 1944년 정예공수대원으로 변화하게 된다. 발지전투, 유타해안, 까렝땅, 바스또뉴에서의 활약상은 그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특히나 1944년 10월 네덜란드와 1945년 1월 아르덴느에서의 뛰어난 전투능력은 그들을 당대 최고의 보병중대란 사실을 대신했다.

506연대의 구호는 커래히로 우리는 홀로 맞선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매일 지옥같은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는 훈련을 거듭하며 50분에 10km 이상을 왕복하는 등 훈련과 기초과정을 반복했고 정예대원들을 가려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낙오시켰다. 하지만 기본훈련이 끝났을 때 E중대는 더욱 강한 정체성과 친밀감, 단결력으로 무장되었고 하나라는 강한 결속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전우에 대한 믿음은 친구나 형제에 대한 것보다도 더욱 진한 것이었고 엄격한 군인정신은 대원들로 하여금 그 어떤 전투도 두렵지 않은 자신감을 가지게 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생존대원들의 인터뷰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긴장감은 그 어떤 역사서나 소설보다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특히나 노르망디 상공에 다다랐을 때 수송기에 적색등이 켜졌던 그 순간은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나 아찔한 장면이었다.
중대장님, 가끔 전쟁 당시 얘기를 할 때면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전쟁영웅이지? 맞지? 하고 물어보는 손자에게 해준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니란다, 얘야. 할아버지는 단지 영웅들이 있던 중대에서 복무를 한 것이란다.
라고 말입니다.
오로지 죽이기 위한 살인기계로 훈련받고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죽여야만 했던 전쟁의 참상이 너무나 잔혹하게 느껴졌지만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전쟁의 실체를 통해 폭력과 비폭력, 평화와 인권에 대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공수부대원으로 자원한 E중대원 모두는 수많은 전투를 벌였고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 생존자들 대부분이 전쟁과 부상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그 시기가 인생에 있어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또다른 수많은 젊은이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들은 단지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참전용사들에 대한 존경심에 대해, 진정한 영웅에 대해 오랫동안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