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못 잊을 어머니 손맛 (구활의 77가지 고향음식 이야기)

죽어도 못 잊을 어머니 손맛 - 구활의 77가지 고향음식 이야기
구활 글.그림 / 이숲 / 2010년 10월

 

누구에게나 어머니와 고향만큼 편안하고 따뜻한 울타리는 없을 것이다.
또한 어머니의 손맛은 이 세상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도 귀한 음식이고 그만큼 내 입맛에 맞는 음식도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어려서는 간혹 반찬투정도 부려보고 밖에 나가서 먹는 음식이 비싼만큼 맛있는 음식이라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내가 직접 요리를 하고 가족들을 위한 음식들을 해야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소박하고 정갈했던 어머니의 음식이야말로 이 세상 그 어떤 음식보다도 귀한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죽어도 못 잊을 어머니 손맛이란 제목을 보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옛 추억의 향기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리의 옛 음식에 대한 궁금증으로 더욱 흥미로웠던 책이기도 했다.

저자의 어린 시절은 가난으로 궁핍했고 배고픔의 서러움이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고픈 배를 달래줄 밭두렁의 삐삐, 찔레, 배추뿌리가 있는 계절은 그나마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솔직히 먹을 것이 없어서 굶을 수 밖에 없었던 시절에 대해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세대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에게 음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음식들이 넘쳐나고 그 많은 음식들 가운데 무엇을 먹을지가 고민이지만 진달래를 요깃거리로 먹을 수 밖에 없던 시절은 그만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었다. 배고팠던 소년에게 술지게미와 깡통 소고기, 개떡과 우유떡, 꿀꿀이죽은 최고의 요깃거리였지만 온갖 생소한 음식들에 대한 에피소드는 이 이야기가 정말 우리의 과거에 일어났던 현실이 맞나 싶을만큼 너무나 애처롭게 다가왔다.

생무 한 조각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잊지 못하고 그 추억이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옮겨졌을 때 비단 그 이야기는 무 한 조각에 대한 그리움만으로 그치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추억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누구라도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면 저자의 생각과 추억에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구리, 참새, 제비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는 것, 보리밥은 찬물에 여러 번 헹궈 풀기를 빼고 씹어먹는 음식이 아닌, 물과 함께 떠내려 보내는 음식이었다는 사실 또한 낯선 경험이었지만 각각의 재료마다 얽혀있는 오래 된 추억은 책 한 가득 아름다운 낭만을 싣고 있었다. 어쩌면 옛음식이야말로 방부제와 패스트푸드가 가득한 요즘의 식문화보다도 더욱 훌륭하고 건강한 음식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죽어도 못 잊을 어머니 손맛은 다양한 고향음식들을 읽으며 내 오래 된 추억들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는 책이었다. 몇 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음식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할 수 있는 낯선 음식들도 많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 시절의 향취에 빠져들어 구수한 우리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경험인지 느낄 수 있었고 우리의 기억이 가진 소중한 행복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깊이 느낀다. 책을 읽으며 유독 어머니의 음식을 많이 떠올릴 수 있었는데 오늘따라 엄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조만간 어머니께 가서 엄마가 직접 끓여주시는 된장찌개와 직접 담그신 김치를 꼭 맛보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