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 인문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옷 문화사 지식여행자 10
요네하라 마리 지음, 노재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가까이 하며 언제부터인가 특정한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러 장르 가운데서도 특히나 인문서를 가장 좋아하는 나에게 요네하라 마리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마녀의 한 다스, 발명 마니아를 통해 예상치 못했던 주제를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거침없이 쏟아내던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그녀의 신간이 기다려지던 찰나, 드디어 요네하라 마리여사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그 어떤 작가의 책보다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조금은 기발하고 엉뚱한 주제로 우리 곁을 찾아오던 그녀였지만 이번에 출간된 인문서 역시 제목부터가 무척이나 파격적이었고 앞서 읽었던 전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는 책이기도 했다.




하반신에 입는 속옷은 사회와 개인, 집단과 개인, 개인과 개인 사이를 분리하는 최후의 물리적 장벽이다.




팬티 인문학이란 다소 부끄럽고 민망한 책의 제목을 보면서 어쩌면 팬티 인문학이란 제목처럼 조금도 숨기지 않고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이야말로 가장 요네하라 마리다운 모습의 책이 아닐까란 생각도 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속옷을 두고 이렇게나 할 이야기가 많았을까 그녀의 생각이 더욱 궁금해졌다. 속옷의 문화인류사란 특별한 주제로 펼쳐질 그녀의 언변이 더욱 기대되는 마음으로 만났던 이야기들은 이제껏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조금은 특별한 내용들의 이야기였다.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는 악의 화신인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성애와 지혜를 알게 된다. 아마도 무화과나무 잎은 인류 최초의 팬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은 여러 나라가 소련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면서 정치적,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측면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까지는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요네하라 마리의 궁금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으로 일반 서민층, 특히나 여성들의 사생활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속옷의 역사가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수요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여성은 팬티를 직접 만들어 입어야 했는데 그런 이유로 소련과 프라하에서는 가정 과목의 필수 과제가 팬티 만들기였고 프랑스인의 청결 의식에 대한 오해는 요네하라 마리를 통해서만이 풀릴 수 있는 수수께끼란 사실에 그녀의 기발함에 다시 한 번 놀라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인류가 몸을 가리기 시작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시작으로 예수의 몸에 걸쳐져 있던 것을 훈도시로 봐야할지, 팬티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 뿐만 아니라 시대를 거슬러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상을 통해 속옷으로 알 수 있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그녀의 책이 특별한 또 한 가지의 이유는 주제와 해석은 달라도 결국 사람에게로 향하는 인문학적인 요소가 두드러진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면서도 조금의 거리낌을 느낄 수 없고 삶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사고와 가치관을 보여주었던 저자이기 때문에 세상을 향해 쏟아냈던 그녀의 특별한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역사서를 읽다보면 인류의 커다란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 역사의 큰 흐름을 따라가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지만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그런 의미의 역사가 아닌, 서민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팬티 하나만으로도 인류 문화와 삶의 본질에 대해 명확한 시선을 보여준 요네하라 마리는 이번에도 특별하고도 색다른 이색적인 세상과 문화를 보여주며 한층 의미있는 작가로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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