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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맛보기 - 미슐랭도 모르는 유럽의 진짜 음식 이야기
김보연 글 사진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책장을 펼치자마자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나를 반긴다.
노천카페에 앉아 티를 즐기는 중년의 여유로운 모습과 향긋한 내음이 풍길것만 같은 맛있는 크레프와 갈레트가 어느덧 유럽의 어느 맛집에 나를 데려다 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여행에세이를 꾸준히 읽는 편이지만 유럽의 다양한 문화중에서도 음식을 주제로 한 여행기는 처음 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솔직히 유럽음식이라면 파스타나 스파게티 정도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목만 보고도 이 책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란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레스토랑의 음식이 아닌, 유럽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진짜 유럽 음식을 통해 그동안 알아왔던 유럽의 색다른 모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궁금증이 더욱 이 책을 설레이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유럽내에서도 특히나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이다.
미식가의 나라 파리는 와인과 달팽이 요리, 푸아그라로 유명하지만 유럽 맛보기에서는 프랑스식 메밀무침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갈레트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갈레트의 특징은 재료가 해산물인지, 치즈와 계란인지에 따라서 갈레트 콩플레트로, 혹은 브르타뉴 향토 요리로도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최근 웰빙 음식 재료인 메밀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현지에서도 다시 각광받고 있는 식품 중 한 가지였다. 그 외에도 한국의 떡볶이, 뉴욕의 핫도그처럼 프랑스의 대표메뉴 테린과 프랑스의 순대 부댕 누아르, 푸알란과 고풍스럽던 화덕이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프랑스 사람들이 매일같이 먹는 주식을 생생한 사진으로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 요리와 한결 친근해진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알려지지 않았던 와인 바에 대한 자세한 정보 또한 이 책의 큰 특징이라 생각된다.

색상마저 너무나 고왔던 마카롱, 장인들의 손길이 느껴졌던 초콜릿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는 미식여행에 딱 들어맞는 여행지란 생각을 하고 있던 순간 이탈리아 뚱보들의 도시 볼로냐가 등장했다. 이탈리아표 자장면이라 할 수 있는 탈리아텔레 알 라구는 보기에도 한국의 자장면과 비슷해 보였고 만둣국과 흡사한 토르텔리니를 보며 우리 음식과 비슷한 음식이 많은 이탈리아가 더욱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치즈와 파스타, 젤라토 등 셀 수도 없는 각양각색의 먹거리로 만날 수 있었던 이탈리아는 자연이 만들어 준다해도 과언이 아닌 발효식품의 정성과 장인의 손길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했다. 로마의 피자 비앙카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이었지만 어쩌면 그 모습 그대로 피자의 가장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개성이 강한 파스타를 만날 수도 있었다.
스페인의 빠에야, 스위스는 퐁듀, 독일은 맥주와 소시지.
유럽 맛보기를 읽기 전까지 솔직히 나에게 유럽의 음식은 이렇게 쉽고 간편하게 정리될 수 있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유럽 구석구석을 둘러보면서 유럽의 다양한 음식과 장인의 손길을 느끼는 동안 그들의 일상적인 문화와 살아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경치좋은 유명한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닌, 그 나라의 고유한 특색을 느낄 수 있는 미식여행이야말로 경험해 보고 싶은 그 곳을 가장 빠르게 체험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소박하지만 멋스러운 유럽의 어느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맛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꿈꾸며 유럽여행을 계획한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이 책을 다시 찾아보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