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 (12년차 집시 세라의 인생사용법)

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 - 12년차 집시 세라의 인생사용법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9월

 

낯선 작가의 책을 읽게 되는 경우에는 그만큼 책이나 작가 모두에 대해 더욱 궁금한 것이 많다. 이번에 읽게 된 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이란 책 역시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이었는데 이번 경우는 드물게도 책 자체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만 보고는 흥미를 느껴 소갯말을 읽었을 뿐인데도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2년차 집시, 사설 독립마녀란 수식어를 가지고 있으면서 5개 국어를 구사하며 여행 가방 2개만 있으면 세계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그녀.
이미 저자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알고 싶은 대상이 되어버렸고 도대체 세상에서 가장 활짝 웃을 수 있는 그녀는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추구하는 삶은 어떤 삶인지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약속이나 일정도 없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는 작가에 대한 부러움은 낯선 이에 대해 편하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

아름다운 생의 모든 순간을 감사하며 음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삶의 진실이다.
심각하지 않고 슬프지 않은 인생.
인생은 그렇게 놀다가, 행복하게 살다가 가는 놀이터라고...
지금 자신은 과연 즐겁게 살아가고 있을까?

 

세계 여러 나라로 자유롭게 여행을 다닌다는 사실보다 인생 자체를 쿨하게 생각하며 심각하지 않게 즐기며 살아가는 그녀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삶은 곧 축제이고 그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지만 익숙한 생활에 무뎌지고 길들여져서 둥글둥글 그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그런 삶속에서 더 이상 가슴 뛰는 일들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즐기는 삶보다는 치열한 삶을 바쁘게만 살아가는 데 급급하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조차 쉽게 갖지 못한다. 삶이 더 이상 투쟁이 되지 않게 하라란 내용은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즐길 수 없다면 마음만이라도 편하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을 위해서...

 

 
우리는 검투사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젊음의 싱싱함은 갑옷이 아니라,
날개다.
새롭고, 즐겁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 어서 날아가라고
왜 어른들은 어깨를 흔들며 소리쳐주지 않는가!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생각해보면 즐거운 인생을 왜 그렇게 먼 이야기로만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세상과 현실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는 하지만 나 역시 삶을 더 즐기며 그저 한바탕 시원하게 놀다가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나 자신을 격려하며 조금은 단순하게 마음먹을 수 있을텐데... 
그 일이 그렇게나 어려운 것인지 저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곱씹으며 한참을 생각할 수 있었고 책을 읽는 내내 조금씩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답답했던 마음을 풀고 아마도 세상을 조금은 더 여유롭게 즐기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