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 - 택꼬의 630일간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기
김태현 지음 / 더난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그의 여행은 어찌보면 무모하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감당하기 벅찬 아름다움과 이방인만이 느낄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면서 청춘이라면 기꺼이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이란 생각에 처음 생각과는 달리 저자의 청춘이 더욱 빛나는 듯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고 무려 630일간 16개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가 이동한 거리는 2만 5천 킬로미터나 되었다. 그 사이 자전거 타이어는 모두 58번이나 펑크가 났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천 만원과 낡은 자전거 한 대로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고 돌아 온 그의 여행기는 사뭇 비장함마저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이런 여행이야말로 청춘을 논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여행이겠구나 싶은 생각에 청춘. 그 이름만으로도 찬란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저자의 과거 이력때문이었는데 이미 스물네 살 되던 해에 스쿠터를 장만해서 서울에서부터 부산까지 대략 500킬로미터의 장거리 여행을 했고 단돈 20만원을 들고 오토바이로 2000킬로미터를 달리며 전국일주를 한 그였다. 또한 자전거로 1500킬로미터를 달리며 일본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대학생이란 신분이었어도 최소한의 경비로 세계를 돌아보기로 작정한 후 그는 학기중에도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드디어 갖고 있던 스쿠터까지 팔아 천 만원을 마련하게 된다.



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란 제목처럼 일생의 청춘이란 그 짧은 찰나에 저자는 그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가장 멋지고 완벽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무려 34시간 30분에 걸친 기나긴 비행끝에 그는 미국 LA에 도착한다. 지루함의 끝을 보인 오랜 비행과 대기 시간을 참아가며 그가 그토록 떠나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말이 쉽지 자전거 여행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둘러본다는 사실은 아직 국내에서도 자전거 여행을 시도해 본 적 없는 나에게는 그저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과자와 단백질 보충제로 허기를 달래며 공중 화장실에서 숙박을 해결하기도 했다. 뜨거운 사막을 달리며 버려진 음료수를 마시기도 하고 그러다 날이 저물면 도로에서 벗어나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쉬며 그렇게 기본적인 본능에 충실해져 가는 것이었다.
배가 고프고 잠자리 걱정이 끊이지 않았어도 경쟁과 스트레스가 없는 진정한 자유를 느끼기 시작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뜨거운 젊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부딪히는 그의 열정에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왔다. 간혹 어떤 곳은 황량할 정도로 외롭기도 했지만 환상적인 경치와 친절한 사람들은 이 여행의 보너스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북아메리카를 거쳐 중앙아메리카에 도착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난하게 살아도 넉넉한 인심의 푸근한 멕시코 사람들과 흘러내리는 용암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과테말라 파카야 화산, 옛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었던 아티틀란 호수, 그리고 문명을 모르고 살아가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을 가장 가까이 느끼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들이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껏 수많은 여행기를 읽어왔지만 이 책만큼 그 말이 잘 어울리는 여행서도 없지 않을까 싶다. 한국으로 돌아온 저자는 오랜 시간 문명과 떨어져 생활했기 때문에 아마도 얼마 동안은 휴대전화 배터리와 인터넷에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까 짐작해 볼 수 있었지만 문명의 이기는 곧 그를 다시 품어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또 다시 자연이 주는 평안함을 그리워 할 것이다. 청춘이라도 너무 위험한 여행을 시도하는 것이 아닐까 했던 나의 걱정은 어느새 청춘이라면 이런 여행도 시도해 볼 수 있겠구나하는 완전한 믿음으로 변했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알 수 있었던 낯선 여행지와 사람들, 이국적인 풍경은 단순한 여행기로서의 기록이 아닌, 뜨거운 청춘에 대한 도전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