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만일, 지금 나의 행동도 미리 예측되었던 것이라면...
스릴러나 미스터리에서나 겪을 수 있을 법한 느낌을 과학도서를 읽으며 접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버스트가 흥미로웠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간의 행동속에 숨겨진 법칙을 파헤치고 있는 책이란 점이었다. 21세기 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급기야 시간적 구조에 의해 인간의 행동 패턴에 대해서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주제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려고 노력하며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독 취약한 부분이 과학분야란 생각이다. 그동안 인문과 역사, 사회와 경제, 역사와 경제 등 서로 얽힌 독특한 구성의 책들을 많이 만나왔지만 과학과 역사를 접목시킨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무엇보다 네트워크 과학에 관한 책은 아직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솔직히 이 책에 대한 첫 느낌은 다소 어렵고 복잡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지만 버스트는 읽어갈수록 과학이 아닌 역사와 인문서에 가까운 인상을 주었던 책이기도 했다.
역사를 돌아봐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모든 행동은 이제껏 그 자취를 남겨왔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어느 조직이든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든지 조직적으로 얽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간다. 하물며 첨단 네트워크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에는 불과 몇 초에도 수백만 명의 행동을 유례없이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록한 데이터를 서로 연계하며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컴퓨터 과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경제학자들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인간의 행동속에 숨겨진 법칙을 찾아내었는데 그들의 결론은 무척이나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인간의 행동 대부분은 자연과학의 법칙만큼이나 재현이 가능한 것이고 예측이 가능한 패턴과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는 놀라운 결과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공간적 네트워크나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반드시 상호작용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버스트는 척도없는 공간적인 요동 현상에 의한 네트워크가 아닌, 시간적인 요동 현상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라 말 할 수 있다. 인간의 근원적인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은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에 의해서도 파악하기 어렵고 무척 복잡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버스트가 탄생된 배경을 알게 된다면 개개인이 모여 역사를 이루어 왔듯이 과거에 숨겨진 인간의 패턴을 파악할 수만 있다면 인간의 모든 행동에 대해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느낀 사실이었지만 사람들의 행동패턴은 의외로 단순한 법칙을 숨기고 있었다.
사람들의 일상에는 규칙적인 리듬이 있는 까닭에 결국 인간 행동에는 심오한 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행동 패턴에 대한 질서를 밝혀냈다는 점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이제 인간의 행동에 대해 예측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하는 까닭에 책을 읽어갈수록 인간의 행동과 우선순위를 포함한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그물망으로 연결된 것처럼 느낄 수 있었고 과거를 예측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 바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버스트는 날이 갈수록 일상을 침투하는 과학과 다채롭고 복잡해지는 여러 현상속에서 인간의 미래 행동에 대한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