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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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춘 어느 시점인가 한 때를 돌아보면 일상에 지친 하루를 보내는 끝자락에는 늘 라디오가 있었다. 고요하기만 한 깊은 밤, 피곤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침대에 눕히고 하루를 마감하려던 찰나에 언제부터 듣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감미로운 DJ의 목소리와 잔잔한 음악은 나에게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위안을 보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랜 친구와 속삭이는 듯한 분위기에 젖어 한동안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버릇마저 생길 정도였는데 라디오 방송의 가장 큰 매력은 듣다보면 메모로 남겨두고 싶을만큼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 라디오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이야기가 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내 자신의 이야기와 같다는 공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쓴 저자가 라디오 작가란 사실을 아직 알지 못했을 때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란 제목만 보고서는 젊은 날 끊임없이 실패하고 좌절하며 생각하고 다시 용기를 얻기까지 수도 없이 반복했던 청춘의 고뇌와 방황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낸 책이 아닐까 싶었다. 방송 작가가 쓴 책이란 사실을 알고 난 후 본래 이 책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상이 조금 달라졌던 이유는 방송작가란 이미지가 너무나 전문적이고 화려하게 다가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라디오도 방송이겠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더욱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 또한 라디오 에세이가 아닐까 싶었고 일상과 가장 가까운 이야기이면서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서둘러 책장을 펼쳐 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시기가 청춘이겠지만 청춘에 대한 고마움을 나는 그 때 알지 못했다. 열 일곱의 나이에는 열 일곱의 세상만 바라볼 수 있다는 이치를 그 때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도 그 때는 여러 번의 상처와 실망으로 내 인생이 더욱 무겁고 버겁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너지고 깨져도 아무렇지도 않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청춘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리라. 인생은 끊임없이 계획하고 도전하는 것이란 생각에 가끔은 쓰라린 결과에 좌절도 맛볼 수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지배했던 것은 또 다른 자신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청춘을, 청춘이란 이름만이 가질 수 있는 찬란한 자신감을 다시 한 번 회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나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청춘으로 말미암아 지금의 인생이 더욱 의미있고 가치있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상의 권태로움에 대한 자기 반성도, 새로운 시작 앞의 머뭇거림도, 시련앞에 당황스러웠던 모든 기억까지도 이 책속에는 일과 사랑, 꿈과 현실 어떤 문제로든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자신만의 이야기가 한 가득 담겨져 있다.
먼지쌓인 오래 된 추억을 조용히 꺼내 볼 수 있었던 시간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란 책의 제목은 현재진행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아쉽게만 느껴지던 청춘에 대해 또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올 가을 내 속의 아이와 어른을 모두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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