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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의 종말 - 탐욕스러운 식욕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 이순영 옮김, 박용우 감수 / 문예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음식에 대한 유혹이 이렇게나 큰 장애물이었을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고도비만이라든지, 과체중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심심치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이 무엇이었는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었고 끊임없이 먹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TV, 인터넷은 온통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로 홍수를 이루고, 다이어트 보조식품은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아직도 지구 반대쪽 대륙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는 세상에 이런 사실만큼 아이러니한 문제도 없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우리도 전쟁을 치르며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하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지만 현재는 누가 봐도 먹을 거리가 너무 넘쳐나서 걱정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음식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들,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사람들.
과연 이들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과식의 종말이란 책이 더욱 흥미로웠던 이유는 과식을 하고 난 후에는 누구나 비참하고 괴로운 기분을 느끼며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음식앞에 서면 그토록 쉽게 의지가 꺾이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지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과체중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강렬한 자극으로 몰려들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어느새 사람들로 하여금 음식으로부터 저항할 수 없도록 만들어 온 것이 바로 식품 산업이다. 대부분의 산업이 그렇듯 식품 산업 역시 구매고객의 취향과 선호도를 연구하며 점차적으로 발전시켜 온 것인데 여기서 반드시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다른 상품에 비해 식품은 더욱 위험성이 높다는 사실이었다. 식품 회사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소비자의 뇌에 더욱 자극을 주는 재료들을 찾아 여러 감각의 특징을 결합하면서 사람들의 미각을 더욱 살려내는 데 치밀하게 분석해 왔던 것이다. 식품 산업이야말로 사람들을 점차적으로 음식앞에서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만든 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진짜 재료를 넣지 않고도 비슷한 맛을 내며, 그 맛을 더하기 위해 화학 향료를 첨가하고 가공 처리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욱 꺼림칙했던 것은 이제 식품 회사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식품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할 만큼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의 충동을 자극하기 위해 여러 요소들을 다양하게 첨가하는 것이 식품 산업이 의도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를 통해 판매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음식을 단순한 음식으로만 볼 수가 없게 된다. 화려한 성공을 거둔 식품 산업의 놀라운 작품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고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식품 산업은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또다른 독창적인 방식들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과잉섭취로 인해 더욱 큰 고통을 받을 것인가?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도록 이대로 계속 허락할 것인가?
이제 결단은 자신 스스로가 내려야 할 때이다.
과식의 종말이란 책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끔찍하고 불쾌한 내용들이 가득한 책이었지만 오히려 과식을 조장하는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계획적이고 통제된 방식으로 원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중요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