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성장소설이란 말 그대로 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의 주인공을 통해 주변인들과 환경, 세상과의 갈등을 풀어가며 정신적으로 성숙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미, 혹은 세상에서 찾을 수 있는 숨겨둔 가치 등을 함께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 오래전부터 성장소설을 즐겨 읽었지만 이번에 읽은 버니 먼로의 죽음은 이제껏 경험해 왔던 성장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처음 소갯말로 만났던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을 주측으로 가족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아버지와의 시간으로 말미암아 미성숙한 소년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떠가는 성장통을 담은 이야기일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닉 케이브란 작가는 무척 생소했지만 주저없이 선택한 책이기도 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아픔이 그려질 것이란 생각에 조금은 참담할 것이란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버니 먼로의 첫 등장에서부터 나의 예감은 조금씩 빗나가고 말았다.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온갖 성욕에 대한 환상으로 사로잡힌 버니 먼로가 우울증에 걸린 아내를 두고도 버젓이 바람을 피우는 장면으로 난봉꾼이란 표현으로도 적합하지 않은 망나니중에 망나니로 등장하고 있는 버니 먼로를 보면서 어쩌면 성장소설에 대한 의미마저 다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지상 최대의 난봉꾼이자 영악한 사기꾼인 아버지와 그의 아홉 살 난 아들 버니 주니어가 아프게 그려나간 희망이야기란 과연 어떤 내용일지 더욱 궁금해지기도 했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의 다급한 전화를 받으면서도 버니 먼로의 머릿속에는 온통 섹스와 여자에 관한 것들뿐이었다. 화장품 방문 판매원으로 일하는 그는 섹스와 알코올에 중독된 비참한 인물이었다. 한 마디로 버니 먼로는 삶에 대한 통찰력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었고 굳이 버니에게 삶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자면 여자와 섹스 뿐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내가 침실에서 목을 매단 채 자살하기에 이른다. 한심스럽게도 버니에게 아내의 마지막 모습은 오렌지색 가운속에 감춰져 있던 육체에 대한 탐닉에 지나지 않았다. 아내의 죽음은 버니에게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 일깨워줄 수 있을까?
이제 아홉 살 난 아들을 책임져야 하는 버니는 지난 날과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될 수 있을까하는 약간의 미련이 더욱 책속으로 몰입하게 했다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 어떤 소설보다도 더욱 원초적이고 본능에 충실했던 인물과 내면을 그려내고 있는 작가의 묘사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는 주인공의 죽음을 통해 남겨진 아이의 삶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버니 먼로란 인물만 놓고 본다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지만 나는 그가 세상에 존재하는 가족의 사랑과 아이의 삶, 아내의 부재와 자신의 위기에 대해 깨우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것만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남겨진 버니 주니어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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