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아남은 로마, 비잔틴제국 - 변화와 혁신의 천 년 역사
이노우에 고이치 지음, 이경덕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세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1000년 이상 존속한 국가는 별로 없다.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접경 지역이자 문명의 십자로에 위치했던 비잔틴제국은 다른 여러 민족, 국가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1000년 이상의 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과연 격동의 역사속에서 비잔틴제국이 그토록 오랫동안이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때문일까?
살아남은 로마, 비잔틴제국이 더욱 궁금했던 이유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시작된 내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비잔틴의 황제와 귀족, 농민에 이르기까지 제국의 구성원들에 대한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이 책을 더욱 궁금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콘스탄티누스 1세의 시대는 로마제국에서 비잔틴제국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으로 볼 수 있는데 로마로부터 비잔틴으로서의 전환은 고대에서 중세로의 대전환이 되는 시기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잔틴제국의 성립은 그만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말은 새로운 로마로 불린 콘스탄티노플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새로운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은 전환의 상징물로서 그 의미가 더욱 깊었고 화려한 궁전과 교회 등 장엄한 제국의 도시로서도 부족함이 전혀 없었지만 무엇보다 지리적인 이점을 살려서 국제 상업의 중심지로 번영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로마의 전통을 계승한 비잔틴제국은 로마법을 조상법으로 여기며 국가의 기본법으로 삼아 절대적인 권위를 갖게 했고 고대 로마 황제의 이념을 유지하면서 변함없는 권위를 인정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의 변화에 적응해가는 유연성도 지녔기 때문에 유구한 세월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동안 다른 역사서를 통해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를 보존하며 이를 유럽으로 전파하는 역할로서의 비잔틴제국을 알 수 있었지만 솔직히 그리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비잔틴의 역사적 의미를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비잔틴제국의 흥망사를 다양한 구성원들의 삶을 통해 접근함으로써 더욱 현실감있게 다루는 책이다. 때문에 역사에 가려진 비잔틴 사람들의 삶의 이면을 알 수 있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많은 혼란과 혁명, 주변 여러 민족과의 싸움을 거쳐 영광스러운 시대를 이룩해 낸 비잔틴제국은 결국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멸망하고 만다. 초대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를 시작으로 콘스탄티누스 11세까지 1000년 이상 이어졌던 거대한 성벽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이 책이 여는 로마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고대 로마제국의 단순한 쇠망사에 대한 역사서가 아니란 점을 들 수 있겠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관습에만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것에 대해 과감히 도전하며 변화할 수 있었던 비잔틴의 사람들과 문화는 1000년의 역사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