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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부끄럽게도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간송 전형필 선생에 대해 거의 모르고 살아왔다.
책을 받아들고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을 더듬어 어느 해인가 간송 미술관 근처에서 우연히 학교선배로부터 전해들은 간송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지만 간송이란 단어 자체는 나에게 너무나 생소한 이름이었고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 것도 같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처음 간송 전형필이란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제 강점기에 치열한 삶을 살아내며 우리나라 문화재를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어느 숭고한 한 인물에 대한 책인줄로만 알았던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하지만 얼떨떨한 기분도 잠시뿐.
책을 읽기 시작한 후 몇 페이지를 채 넘기지도 않았지만 간송이란 인물에 대해, 그가 이룬 업적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오랫동안 알아왔던 인물을 너무나 오랫만에 만난 기분이라도 느끼듯 떨리고 반가웠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 나의 심정은 무엇인가 뜨겁고 묽직한 것이 가슴속에 불을 지피는 듯한 느낌에 뜨거운 피가 솟구침을 느낀다.
간송 미술관은 1938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 박물관이다.
빛나는 보배를 모아두는 집이라해서 위창 오세창 선생이 보화각이라 이름지었지만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소장품들이 도난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끝내 간송 선생의 생전에는 개방되지 못한 비운의 미술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대에 이르러 진정으로 빛을 보이는 간송 미술관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 민족의, 문화의 자긍심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간송 전형필은 우리 근대 문화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며 우리는 그를 민족 문화유산의 수호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간송이 자신의 젊음과 전 재산을 털어 서화, 도자기, 불상, 석조물, 서적 등 문화재를 수집했던 이유는 개인의 명예나 부를 축적하기 위함이 결코 아니었다.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을 지키고 나아가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며 우리 스스로가 우리 문화를 지켜내야 한다는 숭고한 정신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간송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을 토대로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느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적절하게 밝히고 있다. 시대의 아픔을 않고 태어난 전형필의 운명은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누구라도 쉽게 그 길을 걸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 장담한다.
간송 전형필을 통해 과연 같은 시대, 같은 배경을 가지고 태어난 누구라도 간송 선생이 걸어간 그 길을 과감히 걸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확실히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것만 같다.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백자와 조선회화를 비롯한 간송 수장품의 가치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측정할 수 없을만한 위대함이었고 그는 우리 문화재의 모든 분야에서 값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그 어디에서라도 수집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런 그의 정신은 오늘날 젊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가져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