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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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차현은 나에게 무척이나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너무나 궁금했던 이유는 종교와 SF의 만남이란 소갯말 때문이었을 것이다. SF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종교서적은 틈나는대로 읽고 있는 책이고 무엇보다 이 책이 종교적 타락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즐겨 읽지만 아직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만나본 적이 없다. 여기에 우주인이 등장하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판타지 소설이란 이유가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할 책이란 생각을 가지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지, SF에 종교적 성향을 섞어놓은 글이라면 과연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일지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책장을 펼쳐 들었다

 

비금도의 어느 허름하고 음산한 창고 안.
자기 공명 장치 앞에 44세의 한 남자가 알몸으로 잔뜩 긴장한 채 누워 있고 그의 옆에는 장치를 움직이는 227세의 곤충학자와 낯선 사람이 있다.
창백한 44세 남성의 이름은 차연, 직업은 목사다.
벌써 다섯 번째 시공간 이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두렵고 알 수 없는 떨림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공명기가 움직이고 이동 캡슐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한다. 차연은 옅어지는 의식속에서 공간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이야기는 한 목사의 외계여행으로부터 시작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요 신앙 토론회로 분주한 그 날.
차연에게 불쑥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 그를 찾아온 남성은 차연이 생애 처음으로 만나게 된 보라색 괴물의 형상을 한 외계인 A였고, A는 차연에게 지구 밖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뜻밖의 기회를 제안하게 된다. 낯설고 혼란스럽기만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조차 어려웠지만 차연은 용기를 내어 A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차연의 아내 소원 역시 외계 생명체를 인정하게 되고 그간에 벌어졌던 사건들을 받아들인 후 차연과 함께 시공간여행에 동행하기로 한다.
지구별 대한민국 표준 시간 20121015일 월요일.
잠시 후 차연과 그의 아내 소원이 도착할 곳은 허무한다르아한다르행성의 82437116일이었다.   



 

허무한다르아한다르행성의 거대한 앎의 탑과 도서관들의 도서관을 비롯해 이 모든 것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꿈속을 거닐듯 차연과 소원은 실감이 나질 않았다. 나 역시 책을 읽는 내내 도서관들의 도서관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림이 되었다. 가장 오랜 역사와 가장 방대한 자료를 가진 우주 최고의 도서관이라.. 우주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날, 꼭 한 번 찾아가고픈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소원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일까?

우주와 생명, 신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평생토록 가질 수 있는 의문에 대한 모든 해답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소원은 기절할만큼 놀라운 동영상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예수께서 산상수훈 하시던 그 장면이었다. 결국 차연의 아내 소원 역시 귀환하기로 한 그 날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도서관들의 도서관에 남기로 한다.


과거는 현재의 이유다
헝클어진 시간이라해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변신은 그간 국내소설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SF소설이지만 그저 쉽게 읽고 지나쳐버리기에는 무엇인가 묽직함이 가슴속에 오래토록 남는 소설이다. 또한 시공간을 이동하며 맛볼 수 있는 여행의 놀라움을 즐길 수 있었고 외계행성을 마음껏 상상해 볼 수 있는 짜릿함도 선물하고 있다. 무엇보다 비뚤어진 종교관, 가치관에 대해 반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의미있는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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