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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우연히, 아프리카 - 프랑스 연인과 함께 떠난 2,000시간의 사랑 여행기
정여진 글, 니콜라 주아나르 사진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최근 월드컵을 통해 아프리카를 자주 접하면서 야생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아프리카 대륙의 아름다움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솔직히 그동안 나는 아프리카에 대한 몇 가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쩌다 tv를 통해 아프리카를 만날 때마다 내전과 빈곤, 무수한 전염병이 가득한 저런 곳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싶은 마음에 아프리카는 그저 흑인들의 뜨거운 나라란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런 아프리카를 두고 여행과 사랑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 바로 그와 우연히 아프리카란 이 책이었다.
열 여덟 첫사랑, 프랑스 연인, 2000여 시간의 사랑 여행기, 그리고 아프리카.
그와 우연히 아프리카는 처음부터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던 설레임과 조금의 흥분을 안기며 내게 찾아들었다.
프랑스의 작은 바닷가에서 태어난 남자친구와 4년 여의 애틋한 시간을 보내고 학기 방학때 한국과 프랑스의 중간에 위치한 인도에서의 첫 여행을 시작으로 두 청춘의 사랑 여행기는 시작된다. 인도에서 3개월의 꿈같은 시간을 보낸 후 그들은 다시 제2의 인도를 찾아 길 떠날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지상에 존재할 진정한 파라다이스를 찾아 떠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의 삶에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젊음이란 사실을 이들은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청춘. 말만 들어도 싱그럽고 가장 화려한 삶의 나날들이다. 책을 읽어갈수록 용기있고 생동감 넘치는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느낄 수 있었고 나의 20대를 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과연 이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금새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운명처럼 이끌려 아프리카를 향하게 되고 미지의 땅 아프리카에서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운명이었을까?
우연이란 이름으로 필연의 과정을 거치면서 운명이 되는 것이라 했던가.
이미 각자 아프리카를 여행한 경험이 있던 두 사람. 하나가 아닌 둘이 되어 다시 찾은 아프리카는 그들에게 그저 낯설고 신비스러운 미지의 땅만은 아니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지만 허전함에 외롭고 끊임없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그와 함께 하는 여행은 혼자일 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둘이 하는 여행은 그만큼 여유와 낭만이 더욱 묻어나는 것이리라.
연인과 함께 미지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함께 이국적인 매력을 느끼며 그로 인한 생활환경의 변화 때문에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게 되는 것처럼 보여진다.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하며 동경할 수 있었던 내용도 많았지만 이 책의 아쉬운 점 하나는 아프리카의 낯선 도시를 만날 때마다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시의 매력에 빠져들다가도 불쑥 등장하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온전한 여행의 기쁨을 느끼는 데 다소 무리가 따랐다는 점일 것이다.
사랑과 여행, 그렇게 완성되어져 가는 삶.
때로는 가치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휩싸여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삶이란 내 스스로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겠지만 한 번쯤은 완벽한 자유를 만끽하며 행복 그 자체에 연연하지 않은 채 살아볼 만한 것은 아닐까?
젊음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변화를 탐닉하고자 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기 때문에 젊음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고 벅찬 일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젊음의 고민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고 열대의 하늘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아프리카는 어쩌면 나에게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