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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신부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9
도리트 라비니안 지음, 서남희 옮김 / 들녘 / 2010년 5월
평점 :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선집 가운데서도 단연코 으뜸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들녘의 illusionist 세계의 작가는 꽤 오랜 시간 관심있게 지켜보던 시리즈물이었다. 낯선 작가, 그리고 처음 보는 작가의 흥미로운 배경을 바탕으로 한 소설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레임이 좋았고 무엇보다 북유럽이나 이탈리아, 네덜란드나 이스라엘 등 평소에 자주 접하는 국가의 유명한 작가들이 아닌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호기심이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시리즈를 더욱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이 기타소설과는 달리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이스라엘 작가의 작품이란 소갯말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이스라엘 문학을 접해본 적이 없었던 이유로 이스라엘에서도 촉망받는 새로운 여성작가를 만날 수 있을 기회가 될 것이란 생각에 이 책이 더욱 궁금했었다. 또한 화려하고 신비스러운 이슬람 문화권의 페르시아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란 사실이 페르시아의 신부란 소설에 더욱 이끌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연약하지만 주어진 운명과 전통, 관습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꿋꿋이 삶을 개척해 나가는 두 소녀의 삶을 통해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면서도 가장 빛나는 꿈과 희망을 간직한 소녀들의 찬란한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

20세기 초 페르시아의 작은 마을 옴리쟌을 배경으로 두 소녀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열 일곱 살의 플로라 라토리얀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장돌뱅이 비단장수 샤힌과 결혼을 해서 벌써 첫 임신을 하게 되었다. 미리암 하놈은 월식날 밤처럼 불길한 밤에 쿠치크 마다르(어린 엄마)가 되는 여자는 커다란 불운에 휩싸인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딸에게 미리 조심시키지 못한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불길한 밤 플로라는 결국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불행이 시작된 것인지 플로라가 바라던 결혼과는 달리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남편 샤힌은 돌아오겠다는 말 한 마디 남긴 채 떠나버리고 만다. 오늘도 플로라는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눈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한편 플로라보다 네 살 어린 나지아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사촌네 집에 얹혀 살며 온갖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해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먹을 것 하나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비참함 속에서도 나지아는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 있었다. 바로 사촌오빠 무사와 결혼을 하는 것. 하지만 생리를 시작해야 결혼할 수 있는 관습 때문에 매일처럼 생리가 시작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나지아와 플로라는 모두 어린 엄마가 되어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리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가장 커다란 꿈이지만 현실은 소녀들이 꿈꾸는 이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암담하며 비참하게 전개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들은 무작정 세월을 기다리기에 지쳐 드디어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을 떼기 시작하는데...
페르시아의 신부는 이슬람 문화권의 소설이라 그런지 배경에 대한 묘사 하나하나를 읽어가다 보면 문장속으로 계속해서 빨려드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종교와 교리를 떠나 작가는 오로지 필력만으로도 독자를 사로잡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고 두 소녀의 바람대로 행복한 미래가 소녀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두근두근 설레이는 마음을 읽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