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장 - 일상다반사, 소소함의 미학, 시장 엿보기
기분좋은 QX 엮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물건 하나를 두고 실랑이를 오가며 흥정하는 사람들을 보면 괜시리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세련되고 깔끔한 백화점보다 조금은 불편해도 외할머니의 포근한 품처럼 정겨움이 넘쳐나는 곳이 바로 시장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붙잡고 따라가서 구경할 수 있었던 재래시장의 모습은 나에게 온통 별천지같다는 느낌을 선물했던 곳이기도 하다. 백화점이나 동네 슈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인간미와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졌고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재래시장은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사람 살아가는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 거대한 대형할인점이나 백화점에 밀려 안타깝게도 재래시장이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무척이나 오랫만에 책으로 마주할 수 있었던 시장은 어린 시절 신기하고 놀라웠던 그 모습 그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화점과 할인점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시장과는 멀어지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시장하면 불편하고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시장에 대한 아련한 추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만 지역마다 전통시장이 활성화 되기보다는 대형마트들이 줄을 지어 들어서게 되고 그러는 사이 시장과 점차 멀어지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멋과 우리 문화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을 더욱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지역마다 특색있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그 지역사람들의 문화와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을 가장 쉽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신기한 것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후한 인심에 넉넉하게 다가오는 곳이 바로 시장이란 점이다. 요즘은 어딜가나 서비스를 중시하지만 어쩌면 시장은 그런 서비스정신에 대해 잘 모를수도 있다. 친절한 것과 사람사이의 정이란 분명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장에서 더욱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비슷한 사람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그렇게 각각 다른 사람들이 하나로 뭉쳐서 어울리는 모습, 시장의 풍경은 너무나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지역별로 대표적인 시장과 장터 곳곳의 유용한 정보로 가득한 책을 읽어가다보면 시장의 여러 모습을 담은 사진들에 더욱 정감이 간다. 촌스러운 옷가지와 가재도구, 낡은 간판과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좌판에 늘어놓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통해 일부러 드러내는 아름다움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지역마다 자리잡은 명물과 장인들의 모습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고 세련되거나 화려하지는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거짓없는 모습에 시장 사람들의 순수함과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도 있었다
사람 사는 맛이란 바로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한국의 시장이란 책은 누구에게나 시장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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