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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 우리 시대 명장 11인의 뜨거운 인생
김서령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어찌보면 단순한 글이지만 이 심오한 문장 하나가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때때로 삶이란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에 사로잡혀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책을 뒤척이며 고민에 쌓일 때가 있지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결국 나 스스로 삶을 살아가며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것이란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삶이란 무척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헤아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란 생각을 가슴으로 뜨겁게 세상을 품은 이 시대 진정한 명장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삶이란 조금씩, 서서히 완성시켜 가는 것이란 진실을 알게 된 것이 아마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 최인호, 소리꾼 장사익, 시골의사 박경철 등 책에 등장하는 명장들은 우리에게 꽤나 친숙한 인물들도 있었고 그 외 11명의 인사들은 모두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었다.
각기 다른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이란 이름을 쓸 수 있는 여러 인사들을 만날 것이란 생각에 찬란하게 빛나는 그들의 삶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이 책을 더욱 궁금하게 했고 어쩌면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반추해 볼 수 있을 것이란 설레임에 더욱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완벽하고 화려하기만 할 것 같았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명장들은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때로는 가난속에서, 때로는 끝없는 기다림속에서 묵묵히 각자의 길을 걸어온 장본인들이었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처음부터 그들이 꿈꾸었던 삶의 목적은 지금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깊은 고뇌와 깨달음을 반복하며 삶을 천천히 만들어가는 장인들의 모습은 어느새 지금의 나는 과연 나의 삶을 잘 살고 있는가란 둔중한 질문으로 다가와 오랫동안 가슴을 파고들었다.

명실공히 한국 문학의 살아있는 전설 소설가 최인호.
그는 30년 이상 월간지 연재를 해오고 있으며 한글로 가장 많은 글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얼마 전 그의 에세이를 읽었지만 그가 출간했던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접해볼 수 있었는데 작가는 개인적으로 별들의 고향 경아를 떠올리며 제일 미안한 인물이라 고백한다. 자신이 만들어 낸 주인공을 향한 그의 깊은 애정과 소설을 통해 표현되었던 삶의 행복, 그리고 인생에서 경험했던 버거웠던 순간 순간들...
최인호 작가의 삶과 작품으로 표출되었던 행복의 크기를 경험하는 내내 끊임없이 탄생할 수 있는 삶의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죽을 힘을 다해 노래하던 진정한 소리꾼 장사익을 읽으며 애절한 그의 소리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의사나 베스트셀러 작가, 또는 유명한 투자 분석가의 세련된 이미지보다는 왠지 논두렁과 더욱 가까울 것만 같은 푸근한 이미지의 박경철이 이야기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과의 동행이 타인과 이 세상을 얼마나 환하고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 사진과 미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삶을 가꾸어가던 또 다른 명장들의 이야기도 책을 읽는 내내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했다. 또한 명장들은 모두 책을 가까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그들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삶과 사람에 대한 애정과 애환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무척 의미있는 책이었다. 영웅은 그리 먼 곳에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늘 우리와 함께 숨쉬며 호흡하고 우리 곁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삶에 당당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던 시간이 오래토록 가슴에 남을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