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고 파릇파릇한 잔디 위를 가녀린 소녀가 걷고 있다
아마도 소녀는 잔디에 물을 주기도 했을테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오후 한 때를 보냈으리라
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의 표지는 그 어느 책 표지보다도 예쁜 모습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표지속 평화롭고 자유로운 분위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편안한 분위기에 취할 무렵 이내 내 시선을 사로잡은 작은 문장이 어느새 가슴 한 켠을 먹먹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아직 책을 읽기도 전이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숙연해졌고 딸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측량할 수 없는 아픔과 딸을 그리워하며 흘렸을 수많은 눈물이 전해졌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그 큰 상처와 고통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자뭇 궁금해지기도 했다.




누구나 삶의 미래에 대한 찬란한 꿈이 있을 것이다
삶의 목적이 단지 돈이나 명예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십 년후, 이 십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면 누구나 미래의 자신은 지금보다는 더욱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힘들어도 오늘 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인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의 것들이 어느 한 순간 사라질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지금 나에게 허락된 일상이 주는 감사함은 조금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앞만 보며 무작정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저자 역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다 함께 식사를 한다거나 아이들이 주는 소소한 행복들에 대해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신에게도 당연히 주어진 행복이라 생각하며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그렇게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딸에게 찾아든 백혈병은 온 가족의 평범한 행복과 일상을 위태롭게 만들었고 일상이 주는 행복은 삶이 주는 가장 놀랍고 위대한 기적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상에서 겪는 가장 큰 아픔은 아마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일이 아닐까?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 불행은 저자가 병을 알아차리고 싸울 준비를 하기도 전, 단 몇일만에 안락하기만 했던 세상을 뒤바꿔놓았다. 이제 백혈병이란 사실이 확실해지고 치료가 시작되면서 딸아이의 고통스러운 골수검사와 항암치료가 이어졌고 저자는 엄마로서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픈 딸과 남은 딸에게 그 어느때보다도 더욱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해내야만 했다. 유난히 속깊고 어른스러웠던 서연이였지만 3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계속해서 진행되었던 골수검사, 그리고 재발과 이식을 거치며 하루가 다르게 더욱 커져만 가는 고통을 서연은 혼자서 감당해야했고 그런 자식을 곁에서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심정은 가슴으로 피를 토했을 것이다.




고통의 깊이를 생각한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의 양은 과연 얼마 만큼일까.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고통 받는 자들의 그 깊이를
저들의 한없이 가난해진 마음을
내가 겪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 힘겨움을 알 수도.
저들을 위로할 수도 없다는 것을.




서연이 이식을 하고 한 때 상태가 좋아지면서 이제 제발 말끔히 병이 낫기를 나 역시 얼마나 바라고 바랐는지... 간절히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갔다. 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이별의 시간을 감지하며 눈물이 멈추질 않았고 서연이와 가족의 아픔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끝없는 막막함속에서 엄마와 서연을 지켜주었던 것은 오로지 믿음과 기도였고 슬픔을 극복해가는 모녀의 이야기는 사랑과 격려를, 삶에 대한 감사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작은 행복들이 오늘도 병상에서 생과 사를 넘나들며 끔찍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행복인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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